‘세계 화합과 모든 인연의 화합’을 주제로 3월 28일 개막해 많은 화제를 모았던 제2차 세계불교포럼이 4월 2일 마침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이 세계 불교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불교가 중화패권주의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처 : 법보신문 4월 6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 제2차 세계불교포럼을 통해 자신들의 ‘통 큰’ 역량을 대외적으로 한껏 과시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중국은 올해 초 행사가 열리는 우시의 링샨(靈山)에 2400억 원을 들여 초대형 규모의 범궁을 지었다. 범궁의 옆에는 88m 높이의 청동불 입상을 세웠다. 대회 참가자 규모 역시 세계 최대다. 이번 제2차 세계불교포럼에는 세계 50여 개국에서 12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그러나 대회의 질적인 측면과 성격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포럼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발표 시간은 6분에 지나지 않았고, 내용도 겉핥기 수준에 그쳤다. 실종된 소년 대신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한 판첸라마의 등장도 비판의 소재가 됐다. 제11대 판첸라마 걀첸 노르부는 지난 1차 대회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당시엔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직접 “티베트는 중국의 지도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티베트와 중국은 하나의 국가다”라는 내용의 영어 연설을 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티베트 분열을 시도하고 있다는 외신들의 부정적 분석이 잇따랐다.
대회를 전후해서는 세계 각 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빈축을 샀다. 중국은 달라이라마 지지를 이유로 대립각을 세워왔던 프랑스를 압박하기 위해 프랑스 회사가 만든 여객기 구입을 취소시켰다. 남아공에는 무역 압박을 가해 달라이라마의 방문 비자를 취소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달라이라마가 아무 탈 없이 잘 방문해 왔던 타이완도 이번에는 달라이라마의 비자를 승인하지 않았다. “세계불교포럼 공동개최를 앞두고 있어 시기적으로 민감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세계불교포럼은 한국과 일본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불교협회는 세계불교포럼에 참가할 대표단 파견을 요청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중국불교협회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종단협 측은 당초 참가에 부정적 의사를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불교포럼이 가진 정치적 성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불교포럼의 참가를 거부할 경우 한중일 대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최소 인원인 41명만을 보내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협의 한 관계자는 “최소 인원으로 대표단을 꾸리기는 했지만 혹여 외부에서 한국불교가 중국 불교의 주도권 장악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