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 참석해 온 일본 불교계가 한국민에게 고통을 준 과거사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내용을 새긴 '인류화합공생기원비'를 여주 신륵사에 세운다.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와 일한불교교류협의회는 13일 오전 신륵사에서 일본 측 스님 120여명을 포함해 모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0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를 열어 세계평화기원대법회를 봉행하면서 일본 측의 과거사 반성 내용을 새긴 인류화합공생기원비 제막식을 한다.
일본 측이 제안해 만든 이 기원비는 일한불교교류협의회 회장을 맡은 미야바야시 쇼겐(宮林昭彦) 스님이 직접 문안을 작성했다.
비문은 백제 때 일본에 불교를 전해 준 한국의 역할이 컸으며 이는 양국 친선의 원점(原點)이 된다는 점을 부각하고 나서 "불행한 일이 여러 번 있었고 특히 근세에 있어서는 일본이 한국민에게 다대(多大)한 고통을 끼친 역사적인 사실에 대하여 반성과 참회의 염(念)을 깊이 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안을 넣었다.
기원비는 좌대를 포함해 높이 3m에 폭 70cm, 두께 30cm로 오석(烏石)으로 몸체를 만들었고 전면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한문으로 쓴 '人類和合共生祈願碑'라는 비명을 새기고 뒷면에 쇼겐 스님의 글을 국한문 혼용과 일본어로 함께 새겼다.
대회 관계자는 "애초 일본 측이 기원비를 세우자고 제의했고, 그에 따라 문안도 쇼겐 스님이 썼다"며 "일본 불교계가 과거에 유감을 표하고 참회한다는 발언은 몇 차례 했지만 그런 내용을 비석에 새겨 세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법회와 '인류화합의 실성(實成)을 지향하다'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마친 후 이천도자비엔날레를 관람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임원진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동체인 '나눔의 집'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