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색채와 치밀한 묘사로 예술적 가치가 높은 고려왕조 시대의 탱화가 일본 교토(京都)시 묘만지(妙滿寺)에서 발견됐다고 교토국립박물관이 30일 발표했다.
제작연대는 13세기 말로 지금까지 연대가 확인된 고려 탱화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것이다.
박물관측은 "중요문화재급의 신발견"으로 평가했으며, 일본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 탱화가 한국에서 발견됐다면 국보로 지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발견된 탱화는 보리수 아래서 성불한 미륵여래가 부모가 있는 궁전으로 돌아와 많은 사람 앞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미륵대성불경변상도(彌勒大成佛經變相圖)'로 가로 1.3m, 세로 2.3m의 대작이다. 보존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조를 피했으나 정중앙에 자리한 미륵여래의 얼굴과 가슴 부분을 입체감이 들도록 그려지는 등 현존하는 고려 탱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화풍을 보이고 있다.
탱화속의 명문에는 제작연대가 서기 1294년에 해당하는 '至元31年'으로 돼 있으며, 지금까지 존재가 확인되지않은 '화문한서(畵文翰署)'라는 궁중 화가 조직에 속한 최고 화가인 이성(李晟)이 그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화문한서와 이성의 이름은 고려의 사서 등에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탱화는 교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와 사찰에 기증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2월 국립박물관이 묘만지를 조사하면서 발견했다.
교토박물관측은 "고려 불화로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작품이 단 3건밖에 없으며, 궁중 화가가 그린 탱화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고려 불화의 최전성기의 양식을 전해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고 평가했다.
또 고려불화를 연구해온 규슈(九州)대의 이데 세이노스케(井手誠之輔) 교수는 "이 탱화가 그려진 당시의 고려는 원나라의 지배하에 있어 기원을 담은 높은 수준의 불화가 제작됐을 것이다. 화문한서는 처음 확인된 명칭이지만 고려 궁정에서 불화를 제작하던 기구로 보인다. 한국 같으면 국보로 지정됐을 중요한 문화재로 동아시아 불화 미술 연구에 있어 중요한 발견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