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출간 미국불교사 보고서 ‘이야기 미국불교사’ 올코트 대령, 1880년 수계한 최초의 美불자 日불교서 교리무장 티베트불교로 주류 변해
불자 250만 명, 명상인구 1천만 명. 이제 갓 100년을 넘긴 미국 불교의 역사가 거둔 성적표 치고는 중상위권 이상임이 분명하다. 짧은 기간 동안 이 같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미국불교는 지난 100년간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1960년대 하버드대를 다니던 중 학생 운동에 투신, 이후 언론인이자 시인으로 활동했던 릭 필즈(1942~1999)의 대표적 저서 『이야기 불교사(원제 ‘How The Swans Came to The Lake’)』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원저의 제목은 ‘백조는 어떻게 호수로 왔는가’로 미국불교사와는 상관이 없는 듯 보이지만 이 제목은 까르마파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호수가 있는 곳이라면 백조는 그곳으로 가기 마련”이라고 답한데서 연유하고 있다.
저자 역시 초감 트룽파를 비롯한 티베트 불교의 스승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수행한 불자다. 이처럼 오늘날 미국불교는 티베트 불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불교의 역사에 티베트 불교가 등장한 것은 50여년 남짓이다. 미국이 처음 불교와 마주치게 된 사건을 되짚어 보면 헨리 올코트 대령과 그의 부인 브란바츠키 여사를 손꼽을 수 있다.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이었던 올코트 대령은 ‘파아나두라 대논쟁’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불교와 기독교의 대론을 접한 후 1880년 스리랑카에서 오계를 받고 불자가 됐다. 정식으로 수계하고 불자가 된 최초의 미국인이었다.
비슷한 시기인 1878년 영국의 시인이자 언론인인 에드윈 아놀드는 붓다의 일대기와 가르침을 담은 책 『아시아의 빛』을 미국에서 출간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아놀드는 인도 여행의 경험을 살리고 타고난 문장력을 발휘해 아름다운 문체로 이국적인 배경 속에 매력적인 성인 붓다와 그의 가르침을 묘사해냈다.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 책은 미국의 대중들에게 불교와 붓다의 존재를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불교가 미국에 전해진 것은 물론 이보다 훨씬 앞선다. 1840년대와 50년대 미국서부에 진출하기 시작한 중국인 상인들과 노동자들, 그리고 일본의 개항정책 이후 1870년대 하와이로 진출한 일본인들이 늘어나면서 불교는 이민자들의 종교로 미국 땅에 발을 딛기 시작했다. 1894년 하와이에는 일본 정토진종의 사원이 세워졌으며 19세기말 무렵에는 미국 내에 무려 400여 개에 이르는 중국 사찰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후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의회는 미국불교사의 일대 전환점으로 꼽힌다. 스리랑카와 일본 불교를 대표하는 아나가리카 달마팔라와 소옌 사쿠는 이 대회를 통해 그동안 불교를 이민자들의 종교, 열등한 동양의 전설 즈음으로 취급하던 서양의 종교인들에게 논리적이고 당당한 목소리로 불교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위상을 높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후 미국불교의 주류를 형성해 온 것은 일본 불교였다. 일본불교의 미국진출 역사는 미국불교와 나란히 100년의 역사를 써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탄탄한 교리와 완벽에 가까운 영어 실력으로 무장한, 그리고 달라이라마라는 세계적인 지도자의 영향력까지 갖춘 티베트 불교에 주류의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에 그치고 있는 한국이나 중국, 그리고 탁낫한 스님으로 대표되는 베트남 불교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기독교 중심의 나라이다. 그 속으로 불교를 전하려했던 이들은 “바위 위에 연꽃을 심는 것”이라는 말로 포교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상당수의 포교사들은 동양과는 전혀 다른 미국의 문화, 특히 개방된 성문화에 휩쓸려 파계하거나 세간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저자는 “북미 지역은 개인적·조직적·문화적 충돌과 사회 밑바닦에 깔려 있는 인종차별주의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서 위협받고 위태롭게 된 불교가 보존되는 곳으로 부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잘 계승되어 내려오는 일본, 태국, 또는 스리랑카의 불교 계보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게 되었다”고 평가하며 미국불교의 성장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 책은 100여 년에 걸친 미국불교의 역사를 시대에 따라, 그리고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풍부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미국포교의 원력을 세우고 있는 이들이 미국불교의 역사와 현황을 알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