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명상법 지도 바트나 사원에 괴한 난입 “종교 자유-달라이 지지 발언에 정치적 탄압”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베트남의 한 사원이 최근 정부로부터 폐쇄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 언론은 이 사건이 베트남 내에서 증폭돼 가고 있는 종교자유 요구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는 8월 4일 보도를 통해 지난 6월 29일 베트남 중심부의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바트나(Bat Nha) 사원에 ‘자경단(自警團)’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난입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원에 있던 승려들을 강제로 퇴거시키려 했으며 베트남 당국은 사원으로 들어가는 전기와 전화를 차단, 현재까지도 공급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지만 사원에 대한 약탈이 자행됐으며 심지어는 사원에 있던 스님들의 개인 소유물까지도 빼앗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79명의 스님들이 생활하고 있는 바트나 사원의 한 스님은 BBC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원에 난입했던 사람들은 현재 모두 물러났지만 스님들은 여전히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스님은 “아직까지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생활이 매우 곤란하며 특히 물을 길어 올리는 펌프를 작동시키지 못해 식수와 생활용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로 인해 주방과 식당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는 마을 주민들이 갖고 오는 약간의 음식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트나 사원 측은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현지의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바트나 사원이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데 대한 정부의 공공연한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66년 베트남을 떠나 망명한 틱낫한 스님은 세계적인 명상 수행가로 남부 프랑스에 명상센터 플럼 빌리지를 설립해 수행자들을 지도하는 등 달라이라마와 함께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명성에 힘입어 2005년 베트남 정부는 틱낫한 스님을 공식 초청해 강연회를 여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바트나 수도원장은 틱낫한 스님을 사원으로 초청하는 한편 사원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바트나 사원은 베트남 내에서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수행하는 사원으로 자리매김하며 여러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사원을 확장시켜 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 강연회를 가진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의 종교 자유에 관해 언급하며 “달라이라마가 하노이에서 법회를 열 수 있도록 베트남 정부가 그의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은 베트남이 자신의 귀국을 허락했듯이 달라이라마가 티베트에 갈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있은 직후 베트남 종교사무국 측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플럼 빌리지가 베트남에 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바트나 사원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는 현재까지도 없다. 또한 베트남 언론도 이번 사건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있다.
바트나 사원의 스님들은 사원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사원에 대한 전기와 전화 공급이 언제 제기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스님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