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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미국 땅에 나투시다 [미국] 글자크게글자작게

 

라크마 한국실 재개관

LA카운티미술관(LACMA, Los Angeles County of Museum Art, 이하 라크마)은 미국 중서부 최대의 미술관으로 10만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고 매년 100만여 명이 관람하는 곳이다. 베벌리힐스, 할리우드, 코리아타운 중간 지점에 9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고 이 가운데 한국실은 미술관 정문 입구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해머빌딩 1층에 자리한다. 2006년에 휴관한 한국실을 기존 한국실(약 132m², 40평)의 4배 이상 늘려 9월 10일에 578m²(175평)로 세계 19개국 60여 해외 박물관에 설치된 한국실 중 가장 큰 규모로 재개관하게 된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실은 138m²(42평), 영국 브리티시뮤지엄(대영박물관) 한국실은 396m²(120평)이다.

한국실의 개관과 함께 3개월 동안 특별 전시될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미래 부처님께서 태평양을 가로지르며 머나먼 미국으로 오신다. 지난 7월 29일, 라크마 카페테리아에서 이 엄청난 일을 해낸 주인공, 라크마의 김현정 큐레이터를 만났다. 김현정 큐레이터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 석사를 마친 후 미국의 UCSB(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에서 미술사박사를 수료하고 2006년 3월부터 라크마의 한국/중국미술부 학예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재원이다. 미국에 온 지 불과 10여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류사회 중심부에 깊숙이 뛰어들어 한국의 문화를 미국 속에 알리는 일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 축하드립니다. 3년여 동안의 노고 끝에 드디어 9월 10일 한국실을 재개관하게 되었군요. 먼저 어떠한 예술품들이 전시되는지요.

한국실에는 라크마 소장 한국 유물 500여 점 가운데 고종을 수렴청정한 신정왕후의 환갑잔치를 묘사한 8폭 병풍(1868년),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이 그린 윤봉구(조선시대의 학자) 초상화(1750년)를 비롯해 백자 달항아리, 동자상 등 100점 이내의 작품들을 엄선해 규방문화, 선비문화, 도자, 회화, 불교미술로 나누어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유물 진열장은 전통 한지와 장판지로 꾸미고 단순한 유물 설명에서 벗어나 유물에 얽힌 한국 역사도 함께 소개할 계획입니다.

◎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많은 전시들이 속속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다고 들었는데 이러한 시기에 라크마가 기획한 한국실이 무사히 개관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는지? 아니면 어떠한 형식의 펀드를 지원받아 개관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라크마도 최근 몇몇 전시를 취소했습니다. 또한 중국 미술실은 펀딩 문제로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그것도 세계 19개국 60여 해외 박물관에 설치된 한국실 중 가장 큰 규모인 578㎡ 규모의 한국실을 개관하게 된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입니다.

9월 10일 열리는 새 한국실을 위하여 많은 분들과 여러 기관들이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가장 최대의 지원 기관은 아모레퍼시픽입니다. 한국 여성의 미술과 문화를 전시하겠다는 제 아이디어에 공감하시고 작품 대여뿐 아니라 한국실 재개관을 위해서 애써주셨습니다. 라크마는 3분의 1은 카운티에서, 3분의 1은 미술관 수익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기부로 운영합니다. 예상 외로 개인이나 사기업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 어떠한 인연으로 한국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을 모시게 되었는지요?

두 미륵보살반가상(국보 제78호와 제83호)은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아이콘입니다. 종교를 떠나 미술 작품으로서 국제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걸작입니다. 가이 소만(Guy Sormant)은 국가 브랜드 이미지로 이 두 반가상을 지목했으며, 이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고대 한국 미술은 불교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불교는 종교적인 역할 외에 한국인들의 문화와 생활 전반을 지배했고 기여했습니다.

국보 제78호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미술 작품입니다. 전 라크마 한국실(6개의 방으로 기획된 작고 큰 갤러리)을 하나의 거대한 책을 쓴다고 생각하고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된 기본 개념은 시간과 공간(tempo and topos)입니다. LA와 한국은 공간의 괴리가 있으며, 전시 작품과 그 작품들을 제작한 예술가와 현재 감상자들은 시간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전시실을 마련하고 싶었으며, 여기에 국보 제78호가 그 정수를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 금동미륵보살반가상 외에 몇 점의 국보를 더 모시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삼화령 미륵삼존불 중 협시보살 1점, 독도가 표기된 19세기 지도인 ‘해좌일통전도(海左壹統全圖)’입니다.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이 해외 전시에 오시는 것은 1998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한국실 개관 기념 특별전 출품 이후 11년 만입니다.

◎ 국보 제83호도 함께 모시려 한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인 꿈은 반가상 두 점과 일본 국보 제1호인 고류사 소장 목재 반가사유상(제83호와 아주 유사함)까지 함께 전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열린 한국 전통 미술의 전시 문화를 뛰어넘고 싶었기에 그런 꿈을 꾸어보았었습니다.

그런데 제78호와 제83호는 한 번도 두 점이 동시에 해외로 반출된 적이 없고 국내에서도 한 번에 전시하지 않았다고 (용산박물관으로 이전하기 바로 전 현재 고궁박물관 자리에서 딱 두 점만을 전시한 적은 있었습니다.) 반발과 반박이 심했다고 합니다. 전례가 없다는 말은 제게 설득력이 없었지만, 만약을 대비하여 한 점은 국내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는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 두 점 중 한 점만을 모시게 된 것입니다.

이번 국보 대여에는 라크마의 마이클 고반 관장님의 역할이 컸습니다. 관장님께서 애호하시는 한국 전통 작품 중 하나가 반가상입니다. 라크마와 LA를 위해서 꼭 보여주시고 싶어 하셨습니다. 올해만 해도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하셨고, 두 번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러서 반가상 전시실에서 오랜 시간 감상, 음미, 토론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국 미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해외 미술관 관장이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됩니다.

◎ 앞으로 다른 특별 전시를 기획하고 계시는지요.

추후 전시는 왕실 회화, 도자와 가구, 불교 예술 등 조금씩 주제를 바꿔가며 한국의 예술 문화를 폭넓게 보여줄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습니다.

◎ 전시회와 동시에 열리는 이벤트는 있는지요?

한국실 재개관과 함께 국보 제78호의 특별 전시 기간인 3개월간 3~4가지 정도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9월 12일 토요일에는 가족의 날 행사로 한국 미술과 관련된 미술 체험 행사가 있고, 9월 13일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 청장을 모시고 한국 미술에 관한 강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11월에는 스님과 학자들이 참가하는 불교미술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행사는 한국의 대표적 불교재단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에서 문화를 통한 불교 포교와 불교의 세계화라는 재단의 국제포교사업의 일환으로 지원을 하여 개최하는 것입니다. 재개관 기념행사는 초청으로만 이루어지며, 초청 인원은 300명 정도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 큐레이터들은 (특히 국립박물관 학예관들) 국비를 쓰는 기관에 종사하므로 많은 시간을 연구에 몰두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부럽습니다. 미국의 큐레이터들은 펀드레이징이 필수입니다. 더구나 라크마 한국 미술 프로그램은 신생이라서 제가 근무할 때에는 후원자들이나 인지도가 전무했습니다. 관장님의 관심과 더불어 한국에서의 국보 대여로 라크마 한국 미술 부서는 한층 그 위상이 높아질 것입니다.

◎ 지난 6월 28일 현대미술갤러리에서 오픈한 <당신의 밝은 미래: 한국 젊은 현대작가 12인> 전시가 9월 20일까지 열리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보러 오는지요?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방문합니다. <당신의 밝은 미래>는 한국 현대미술 12인의 비교적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참여 작가들은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자유가 확대되던 시기에 성장한 세대입니다. 삶과 정체성의 덧없음-또는 언어, 문화, 세대 간의 소통의 한계-을 해학적 방식으로 조명하여 존재와 부재, 그리고 변화를 작품의 중심 주제로 만든 의미심장한 작품들입니다. 현재 LA 근처에 큰 현대미술 전시가 없는 시기여서인지 많은 관람객이 방문합니다.

◎ 한국인에게 바라는 것, 어떤 기대치가 있으면 말씀해주시지요.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이때 문화도 선진국 대열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함께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으면 합니다. 21세기 선진국은 문화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자산을 많이 가진 나라입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승화하고 국제무대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물질적 정신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개별적으로 미술관을 많이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현정 큐레이터와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생각해보았다. 21세기를 디지털 시대라고 한다. 한편 문화적으로는 르네상스 시대를 능가하는 문화 전쟁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한국이 문화예술을 위한 더 적극적인 지원으로 많은 한국 예술인들이 국제무대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더욱이 종교는 문화와 함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결코 문화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한국 불교는 1,600여 년의 유구한 미술 역사가 곧 불교문화임에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역사적 불교문화뿐 아니라 현시대와 맞는 불교문화 예술을 장려 발전시킴으로써 불교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불자들은 이러한 불교적 문화 행사에 많은 관심을 두고 참여해 한국 불교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기를 기원한다.

기쁘다. 한없이 기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같이 반갑다. 아직은 한국 불교의 황무지인 미국의 사막 LA에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미래 부처님이 오신단다. 이는 분명 한국 불교가 미국에서 일어날 징조가 아닐까. 많은 불자님들이 어느 날 하루 온종일 라크마 한국실을 찾아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부처님께서 천 몇 백 년 동안의 긴 침묵 속에 드디어 토해내실 법문이 무엇인지 직접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김혜범|『미주현대불교』 문화예술부 기자

<사진> LA카운티미술관(왼쪽)과 미술관 내 한국실 입구(오른쪽)


※ 이 기사는 '불교문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원문 보기]
2009-12-04 / 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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