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지내려면, 같이 살려면 내가 상대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놈 고집 세다’ 할 때 분석해 보면 상대가 고집 세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고집을 꺾으려는 나의 의지도 대단하지요. 이 세상에서 제일 고집 센 사람을 내가 꺾으려니까 내 고집도 보통 고집이 아니지요. 비유를 들면, 칼을 허공에 휘두르면 부딪치지 않지요. 이때 칼이 단단한지 안 단단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칼을 나무토막에 부딪쳐서 나무토막이 부러지면 칼이 단단한지 알 수가 있습니다. 그처럼 내가 거기에 부딪치기 때문에 상대가 고집이 세다는 것을 내가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가 “이러자” 할 때 내가 “예, 그러죠” 하고, “저러자” 할 때 “예, 그러죠, 뭐” 하면 상대가 고집이 센 것이 아니지요. 상대방이 독단적으로 자기 생각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권위적으로 지시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느낀다는 것은 나도 굉장히 고집이 센 사람이고 내 의견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