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의 영빈관. 음식을 앞에 두고 오가는 이야기가 활발하다. “샐러드 소스는 어떻게 만드나요?” “당뇨는 어떤 음식으로 다스리죠?” 스님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애호박 고구마찜, 더덕잣즙생채 같은 범상찮은 모양새의 음식들 주변에선 사진기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날 행사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마련한 ‘질병 치유를 돕는 사찰음식전’.
“산 속에서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의 공양인 사찰 음식은 약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단순한 에너지 공급원이 아니란 말이지요. 피를 맑게 하고 정신을 바르게 해 하고자 하는 일, 즉 부처의 세계로 도달하도록 해주는 원천수 같은 것입니다.” 식단 자문을 맡은 동국대학교 전통사찰선식연구소 이심열 교수의 설명이다.
이날 내놓은 음식은 심혈관 질환·아토피·비만·당뇨·대장암 등 현대인의 대표적인 5가지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아침·점심·저녁 세 끼의 메뉴로 구성했다. 식단 제안은 사찰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선재·대안·운아·도림 스님이 맡았다. 대부분 밥과 국에 반찬 서너 가지를 더한 소박한 상차림이다. 재료는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이다. 이날 선보인 메뉴의 주재료도 버섯·미나리·배추·두부·된장 등이다.
사찰 음식엔 파·마늘·부추·달래·양파 같은 오신채(五辛菜)를 쓰지 않는다. 양념이 적으니 재료의 고유한 맛이 살아있다. 매실청이나 잣소스 같은 감미료 덕에 생각 밖의 맛도 난다. 단순히 끓이고 볶는 정도로 조리법은 간단하다. 재료를 생으로 내기도 한다. 행사장을 찾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이번에 제안한 식단은 학교나 공장 등의 단체급식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학교 종양학과 전미선 교수는 “음식 종류가 많아 놀랐고, 다른 채식과 달리 속이 든든했다”며 “영양 균형 등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병원 환자식으로 응용할 수 있는지 연구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인기를 모은 음식은 ‘아토피 치유 식단’이었다. 아토피 증세가 있는 중학생 아들까지 데려온 어머니도 있었다. 대안 스님은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식단은 아니지만 꾸준히 사찰 음식을 접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점심식단 >
든든하게 먹는 게 최우선이다. 아토피 환자는 칼로리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해독효과가 있는 머위·토란·마 등의 뿌리 식품이 좋다. 도라지와 무는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치료에 효과를 보려면 생으로 먹는 게 최고다. 밥은 영양가 높은 현미밥이나 오곡밥 등이 적당하다. 모든 메뉴는 4인 기준이다.
■ 만드는 법:①다시마와 마른 표고버섯에 물 2컵을 넣고 10분간 끓여 물을 거른다. ②토란은 껍질을 벗긴 후 끓는 물에 삶아 낸다.③달군 냄비에 들기름을 넣고 한입 크기로 자른 토란을 넣고 살짝 볶는다. ④무를 썰어 넣고 앞서 거른 물을 붓고 끓인다. ⑤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쌀가루와 들깨가루를 넣고 끓여 낸다.
◇배추전
■ 재료:배춧잎 5장, 밀가루 1컵, 찹쌀가루 2분의1컵, 국간장 2큰술, 들기름 약간
■ 만드는 법:①배춧잎의 뿌리 부분은 칼등으로 살살 두드려 놓는다. ②밀가루·찹쌀가루·국간장에 물을 부어 반죽을 만든다. ③반죽에 배추를 묻힌 후 지져 낸다.
◇밤 샌드위치
■ 재료:식빵 4쪽, 밤 10개, 고구마 1개, 은행 2큰술, 두유ㆍ잣ㆍ호두ㆍ샐러리ㆍ올리브유ㆍ소금ㆍ포도잼 적당량씩
■ 만드는 법:①밤과 고구마는 쪄서 으깨고, 은행은 구워서 껍질을 없앤다. ②잣·호두·다진 샐러리·올리브유·소금·두유를 넣고 섞어 속 내용물을 만든다. ③식빵의 한 쪽에 내용물을 두툼하게 바른다. ④빈 식빵 한 쪽을 올려 아이들이 좋아할 모양으로 잘라 그 위에 포도잼을 얹어 낸다.
< 아침식단 >
무청우거짓국에 마 무침
상기생밥+무청우거짓국+양배추 두부 버섯말이찜+마 된장소스 무침+무김치
상기생은 겨우살이 식물로 유럽에선 천연항생제로 인정받고 있다. 아토피 환자는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장기간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이 생기니 약용식으로 꾸준히 밥에 넣어 먹으면 좋다. 약재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 저녁식단 >
노폐물 배출 돕는 현미밥
현미밥+녹차두부콩국+버섯채소볶음+토란대 고사리 숙주나물 찜+배추김치
약을 장기적으로 쓰는 아토피 환자에겐 노폐물 배출과 중금속 해독을 돕는 현미밥이 필수다. 입이 껄끄러워 부담스럽다면 찹쌀을 조금 섞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녹차는 열을 내리는 성분이 많으니 열이 높은 아토피 환자에게 좋다.
<출처 : 중앙일보 11월 17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