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 불교가 공인된 것은 372년이다. 기원전 5세기경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스리랑카, 서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 등을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래되었다. 우리의 산야에는 수많은 가람과 불교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불교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종교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몇몇 불교 관련 연구자들을 제외하고 나면 불교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인도 초기 불탑에 대한 연구서다. 그동안의 연구가 양식사, 시대사 연구에 치우쳤다면 이제 의미론, 비교론적 연구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래서 인도 불탑의 의미와 형식을 아우르면서 초기 불탑이 어떻게 주변 국가들에 전래되었는지를 비교론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불탑의 아시아 지역 전이양상 1》이란 부제를 붙인 것은 이 책이 인도 불탑의 형식과 의미, 그리고 전래 양상을 아우르는 총론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미술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심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불탑이다. 인도 시원불탑 연구는 19세기 서양인들이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인도의 문화, 예술을 연구하면서 시작되었고, 근세기 일본학자들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현대의 한국 불교에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다양한 연구가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서양서적의 번역이나 일본학자에 의한 것이 주가 되어 왔다. 현재까지 한국에서의 인도문화는 불교미술과 건축적인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부분적이고 피상적인 연구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불탑 연구는 근대기에 들어 국내외의 여러 학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불탑의 근본을 이루었던 인도불탑의 시원적 형식과 전이과정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고 현상적인 측면의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나마 근래 들어 불탑의 시원적 양식과 특징을 연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한국 불탑의 원리적 의미를 규명하는 데 귀한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불탑의 의미와 실체 및 형태를 유기적으로 이해하며, 종교적 상황과 인문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의도로 진행되었다. 즉, 불탑을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정신적 가치와 종교적 열망을 내재하고 있는 이데아로 이해하고 접근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불탑에 관한 지역 간의 비교를 한정된 지역과 전공의 경계를 벗어나 학제적인 틀로 수행하려 했다. 즉, 인도에서 비롯된 불탑의 출현과 그 변화- 인도 주변 불교국가들 간의 전이轉移현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 하는 사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불탑연구가 다소 양식사 및 시대사적 입장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의미론적이며 비교론적인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구조적인 부분과 부재 하나하나에 대한 세부적인 고찰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 책의 등장은 연구자들은 물론 불교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이해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는 수 년 동안 티베트,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라오스, 인도 등 여러 나라의 불탑을 조사해 왔다. 총론적 성격을 지닌 이 책을 시작으로 스리랑카와 네팔, 티베트, 미얀마의 불탑은 물론 중국과 한국, 일본불탑에 대한 비교론적 연구를 지속하여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지은이 소개
천득염은 전남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에서 「백제계석탑의 조형특성과 변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하버드대학에서 「시원불탑의 의미론적 고찰」, 그리고 교토대학에서 「불탑의 동아시아 지역 전래」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현재는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문화재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술로는 《한국의 명원 소쇄원》, 《전탑》, 《백제계석탑 연구》, 《한국의 건축문화재(전남편)》, 《광주건축사》,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문화》 등이 있다. 그간 1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심미안 / 328쪽 / 2만 2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