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의 풀
류시화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쓰러질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