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걷고, 일하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게 하는 틱낫한 스님 명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
베트남 전쟁 중이던 1970년대 초, 남베트남에서 청년 사회봉사단원들이 폭격당한 마을을 재건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1974년, 프랑스에서 망명 중이던 틱낫한 스님은 남베트남 청년 사회봉사단원 형제에게 긴 편지를 보내 명상하는 삶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곁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며, 명상이 그렇게 살 수 있는 힘을 준다고 강조했다.
친절하고 다정한 글에서 스님은 설거지를 하면서,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면서, 오렌지를 먹으면서, 길을 걸으면서 어떻게 명상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생활 속 명상이 우리를 분노와 무지에서 건져내고, 우리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영원한 평화와 기쁨 속에서 살도록 이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가 바뀌고, 우리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살아남기 위해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잃을뿐더러 다른 생명과 세상까지 위협에 빠뜨리고 있다.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 사회봉사단원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 앞의 일들을 묵묵히 행복하게 해나갈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틱낫한 스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곁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적을 바란다.
인생이 극적으로 뒤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우리 가슴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적이란 과연 무엇일까?
기적은 다름 아닌 ‘지금 이 순간’이다. 내딛는 발걸음 하나, 파란 하늘과 흰 구름, 호기심에 찬 어린아이의 검은 눈동자가 모두 기적이다. 잠시 멈춰서 그것들을 떠올려보라.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 않는가! 평소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경이로운 세계를 체험하지 못하는 것은, 잡다한 생각과 걱정이 우리의 눈과 가슴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 우리 눈을 밝게 하고 가슴을 여는 명상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특별한 곳이 아닌 너와 나의 생활공간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법으로 우리를 이끈다.
스님은, 무언가를 할 때 그 일에 집중하되 아무런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경험하라고 우리에게 조언한다. 오렌지를 먹는다 치면, 오렌지의 맛과 향, 오렌지를 씹을 때의 느낌과 몸의 반응 하나하나를 놓치지 말고 모두 경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명상을 ‘마음챙김’이라 하는데, 스님은 마음챙김이 우리에게 살아갈 힘과 더 살 만한 세상을 준다고 이른다. 스님이 들려주는 톨스토이의 이야기 속에 이 진실이 담겨 있다.
어느 황제가 은자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모든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 “함께 일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모든 때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대답 없이 밭만 가는 은자의 손에서 삽을 가져다가 대신 밭을 갈던 황제에게 상처 입은 사람이 다가와 정신을 잃는다. 황제는 상처 입은 사람을 극진히 보살펴 목숨을 되살렸는데, 상처 입은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서 황제에게 용서를 구한다. 사실인즉슨, 자기는 황제의 목숨을 노리고 왔다가 황제 시종들에게 오히려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상처 입은 사람을 용서한 황제는 은자에게 다시 답을 구한다. 은자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늙은 나를 가엽게 여겨 밭 가는 일을 늦도록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내려가는 길에 그의 습격을 받았을 거요. 그러면 나와 함께 있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했겠지요. 그런즉 가장 중요한 때는 당신이 밭을 일구던 때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돕는 것이었소. 뒤에 상처 입은 사람이 이리로 왔을 때에는, 가장 중요한 때가 당신이 그의 상처를 씻어주던 때였지요.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원수와 화해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그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그의 상처를 돌봐주는 것이었소.
세상에는 가장 중요한 때가 한 번밖에 없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걸 기억하시오.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 바로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지요. 뒤에 당신이 누구를 상대하게 될는지 누가 알겠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오. 그것만이 인생에서 추구할 일이지요.”
추천사
“ 스님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도 몇 번씩 호흡을 의식하며 책 읽는 나 스스로를 관찰하게 되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마치 관찰 수행 같기만 합니다. ‘출렁이는 물결도 물이듯이 어지러워진 마음도 역시 마음이고, 마음으로 마음을 붙들 수 있을 때 미혹된 마음이 참마음으로 바뀐다’는 그 말씀 되새기며, 스님 책이 많은 이의 미혹된 마음을 참마음으로 바꾸어놓기를 기대합니다.” - 정목 스님(《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저자)
지은이 소개
틱낫한(Thich Nhat Hanh)은 베트남 출신 승려이자 평화운동가로 전 세계인의 정신적 스승이다. 불교는 하나지만 그 시대, 그 지역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틱낫한 스님은 어려운 불교 용어를 일상 언어로 전달하고자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고통과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서 최선을 다한다. 베트남전쟁 당시 죽어가는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전쟁을 반대하는 연설과 평화운동을 이끌었다. 이 공로로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의 박해를 피해 1980년대 초 프랑스로 망명한 스님은, 보르도 지방에 수행공동체 플럼빌리지(자두나무 마을)를 세우고,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를 달빛처럼 은은한 미소로 치유해주기 시작했다. 이후 플럼빌리지는 전 세계인이 찾는 대표적인 치유 공간이 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스님의 책으로는 《화해》, 《화》, 《힘》, 《기도》, 《평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
이현주는 1944년 충주에서 태어나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했다. 동서양과 여러 종교를 아우르는 따뜻한 글과 말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과 깨우침을 전하고 있다.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살구꽃 이야기》 등의 동화와 《대학 중용 읽기》, 《길에서 주운 생각들》,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이아무개의 장자 산책》, 《예수에게 도를 묻다》 등을 썼으며,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노자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는 데 산파 역할을 맡았다. 옮긴 책으로는 《티베트 명상법》, 《배움의 도》, 《바가바드 기타》, 《예언자들》,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등이 있다.
불광출판사 / 160쪽 / 1만 1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