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를 위해 쓴 노작가의 그림책 이야기,
세상 모든 어린이를 위해 건네는 노작가의 그림책 선물
일흔을 훌쩍 넘긴 한승원 작가는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첫 그림책을 시작한다.
어느 큰절에 귀가 절벽인 늙은 스님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목탁을 깎는다는 늙은 스님의 이야기이다.
마치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이야기가 그러하듯 간결하다. 그렇지만 내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노작가는 아주 짧은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 대한 삶의 자세와 지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할 손자에게 혹은 어린아이들에게 작가 자신이 궁구해온 삶의 철학을 은유적으로 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쉬이 이해될 수 있도록 한 문장, 한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치며 완성해 나갔다고 작가는 말한다.
술술 읽히지만,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그림책, 노작가가 오랫동안 매만져 온 이야기와 함께 그림책 속의 시정신을 느껴본다.
나무판을 깎으면서 깊어진 그림 세계
《신기한 목탁소리》는 스님이 목탁을 깎듯 김성희 그림 작가 또한 스스로를 깎는 마음으로 긴 시간 공을 들여 작업을 마무리했다. 목판화가 주는 따뜻한 나뭇결과 한 겹 한 겹 네 가지의 색이 겹쳐지며 중첩된 색의 깊이가 새로운 여운을 준다. 판화의 돋을새김과 오목새김의 명징한 명암의 대비가 글의 간결함과 어우러져 더 한층 깊은 세계를 구현해 내었다.
‘목탁소리를 목판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없이 유연할 것 같지만 나이테와 옹이가 칼이 가는 길을 무던히도 막고, 버텨서 생각과는 다르게 깎이는 나무. 마음 편한 소리를 내는 목탁을 깎는 스님이 나에게도 있어서 나를 멋지게 깎아 주었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나무도 스님도 결국 전부 나라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김성희 작가의 말 중에서
줄거리
어느 큰 절에 늙은 스님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귀가 깜깜절벽인 데다 글자를 몰라 경전을 읽지 못하고, 큰스님 설법이며 남의 말도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늙은 스님은 작업실에 들어앉아 목탁만 깎고 다듬었습니다. 스님은 쉬지 않고 목탁을 깎지만, 한 달에 겨우 한 개를 만들었습니다. 귀가 절벽인 스님이 만든 목탁은 어찌나 소리가 그윽한지, 모든 스님들이 가지고 싶어합니다. 재무 스님은 늙은 스님에게 한 달에 세 개씩 만들어 내라고 재촉했습니다. 늙은 스님은 재무 스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빙긋 웃어 보였습니다. 목탁을 깎을 때, 늙은 스님은 관세음보살 환한 얼굴입니다.
지은이 소개
슬쓴이 한승원은 1939년 장흥에서 태어나 지금껏 수많은 시와 소설을 써 왔으며, 손자들에게 책을 읽어 주다가 그림책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다.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 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한국불교문학상을 받았고, 《달 긷는 집》,《다산》,《원효》,《안개바다》등 시집과 소설, 동화책 《어린 별》,《우주 색칠 하기》를 펴냈다.
그린이 김성희는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목탁 소리를 목판화로 표현하고 싶어 자신을 깎듯이 나무를 깎았다. 2009년 CJ그림책축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대상을 받았고, 2010년에 이탈리아의 아동문학가 잔니 로다리 30주기 기념상을 받았으며, 그린 책으로는《책나무》,《빨강 연필》이 있다.
보림 / 32쪽 / 1만 28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