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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유교 긴밀해진 교류 보여주는 문집 [불교도서] 2012-11-19 / 3342  

 

19세기에 금강산 등에서 주석하며 100여 명의 제자를 배출한 화악 지탁 스님의 문집. 19세기 초반에 유자들과 교류가 긴밀해진 불교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으로 자료가 많지 않은 관북 지역의 사찰과 승려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문헌이 되어준다.

원래 화악 지탁 스님에게는 《풍사록(風使錄》 2권의 저술이 있었는데 속인이 훔쳐가서 사라지고, 학도(學徒)들이 전송되는 글들을 널리 모은 것이 《삼봉집》 1권이라고 한다. 문경 김룡사(金龍寺)에 전하는 스님의 진영에는 ‘화엄종주화악당대선사(華嚴宗主華嶽堂大禪師)’라 하여 그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삼봉집》은 19세기 초반에 유자들과 교류가 긴밀해진 불교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집이다. 후배에게 시평(詩評)을 읽도록 하고 문장을 쓸 때 천기를 유출하도록 권하는 모습은 이전에 보이지 않던 면모라 하겠다. 주희(朱熹)와 왕양명(王陽明)의 문장을 인용하는 데서도 이전과 다른 폭넓은 독서 경향을 보여준다. 한편  《삼봉집》은 자료가 많지 않은 관북 지역의 사찰과 승려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문헌이다.

‘백두산기’의 경우, 천지연의 장엄한 형상과 기이한 일들을 기록하고 말미에 불교적 전설을 언급하였다. 삼봉의 기문은 백두산에 대한 갑산 부로(夫老)의 말을 인용하여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전해 주는데, 불교 색채는 거의 없다. 이러한 ‘백두산기’와 달리 ‘천불산록(千佛山錄)’은 안거와 은거에 대해 시자(侍者)와 나눈 대화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을 취하여 불교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다.

 《삼봉집》에서 또 주목되는 부분은 자연 언어에 대한 관심이다. ‘철대사가 말을 구함에 답하여’에서는 “언어의 지극함은 말로써 말을 없앤다〔言說之極 因言遣言〕.”는  《대승기신론》의 구절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였다. 삼봉은 이것이 시비와 자타를 논쟁하는 것처럼 그저 말로 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여 비판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 하였다. 비판 없는 경지에서 조화하는 것이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다. 유교와 불교의 근원이 같다고 여기는 입장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 소개
화악 지탁(1750~1839) 스님은 스님의 속성은 청주 한씨요, 아버지는 상덕(尙德)이다. 황해도 배천 견불산(見佛山) 강서사(江西寺) 성붕(性鵬) 선사의 법좌(法座)로 출가하였다. 계명은 지탁(知濯)이고, 화악(華嶽)은 법호이다. 삼각산에 살아서 호를 ‘삼봉’이라고도 한다. 일찍이 금강산과 보개산(寶蓋山)에 머물렀고 《수능엄경》을 만 번 읽어 근진(根塵)에서 벗어났다. 1839년 5월 5일 오시(午時)에 금강산 장안사 지장암에서 입적하였다.

동국대학교출판부 / 260쪽 / A5 / 1만 5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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