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행복을 원하면서도 불행을 선택할까?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대부분 ‘행복’이라고 답한다. 새벽잠을 줄이며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것도, 씀씀이를 아껴서 재테크를 하는 것도 모두 행복을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 왜 행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데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모순이 있는 걸까? 혹시 당신은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행복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행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그것들이 우리가 진정 행복하게 사는 걸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행복을 위해 선택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불행을 불러오고 있다. 행복을 위해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생각의 습관들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맨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가만히 내게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보이는 것이 있고, 들리는 것이 있다. 남이 세워 놓은 기준에 맞추려 하지 말고, 그렇게 우리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진실을 따라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행복이라는 깨달음을 저자는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MoST를 알면 행복이 보인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바라던 동기(motivation)가 충족된 상태를 행복으로, 동기가 좌절된 상태를 불행으로 여긴다. 하지만 저자의 ‘동기상태 이론(Motivational States Theory, MoST)’에 따르면 동기가 충족된 상태뿐 아니라 동기 충족이 예상되는 상태 역시 행복이며, 동기가 좌절된 상태뿐 아니라 동기 좌절이 예상되는 상태 역시 불행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월급이 올랐을 때도 행복하지만, 월급이 오를 것이 예상되는 상태에서도 행복하다. 반면 연애가 깨져도 불행하지만, 연애가 깨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에서도 불행하다.
저자의 이론이 사실이라면 행복을 얻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충족 가능성이 높은 동기를 선택하여 추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동기가 충족 가능성이 높은 동기일까? 다음에 소개하는 네 가지 심리 원리를 통해 윤곽을 그려 보자.
행복을 쫓아내는 두 가지 심리 원리
하나, 기분 일치성 효과.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기분이 좋을 때는 긍정적인 기억이 떠올라 좋은 기분이 계속 유지되고, 기분이 나쁠 때는 부정적인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더 나빠진다고 한다. 남편 또는 아내에게 서운한 일이 있으면 배우자가 과거에 잘못했던 일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다가 급기야 이혼을 하는 상상까지 하는 건 바로 이 원리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을 얻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현실적 한계에 갇혀 있다. 어떻게 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둘, 쾌락의 쳇바퀴 현상. 주위에서 핸드폰이나 가방 같은 것을 계속 사들이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쾌락을 위해 끊임없이 신제품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쾌락은 짧고 불행은 길다. 신제품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세상 속에서 신식은 금방 구식이 되고, 그와 동시에 쾌락은 불만족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불행한 시간을 없애기 위해 계속 신제품을 사들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결국 이들 앞에는 기나긴 불행이 운명처럼 펼쳐진다. 이 불행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채움보다 비움이 행복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한 결핍’을 실천하는 것뿐이다.
행복을 불러오는 두 가지 심리 원리
셋, 행복을 부르는 친절 행동의 법칙. 친절 행동과 행복의 연관 관계를 밝힌 심리 실험이 있다. 6주 동안 진행된 이 실험에서는, 한 집단에게는 일주일에 5개의 친절 행동을 하루에 하나만 골라서 하게 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일주일 가운데 하루에 5개를 몰아서 하게 했다. 실험 결과 5개를 하루에 몰아서 한 집단에서만 행복이 증가되었다. 10주 동안 진행된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한 집단에게는 똑같은 친절 행동 3개를 매주 반복하게 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하고 싶은 친절 행동을 원하는 대로 골라서 다양하게 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친절 행동을 다양하게 한 집단에서만 행복이 증가되었다.
넷, 외재적 동기보다는 내재적 동기를.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동기에는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가 있다. 공부를 예로 들면 성적 상승, 장학금 취득, 명문대 진학 같은 것은 외재적 동기이고, 공부하는 것 자체는 내재적 동기이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외재적 동기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경우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 상태에 빠지곤 한다. 공부를 할 때 이런 불안 상태에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때문에 목표로 삼았던 외재적 동기를 이루지 못할 확률도 그만큼 올라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매이기 쉽다. 반면 공부 자체라는 내재적 동기를 추구하면 공부하는 동안 동기가 충족되니 행복하고, 공부의 능률도 올라 외재적 동기까지 덤으로 달성될 확률이 올라간다.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이 보너스로 주어져 행복이 늘어나기 쉬워지는 것이다.
굿바이 에고 놀음
충족 가능성이 높은 동기란 무엇일까? 내재적 동기가 외재적 동기보다 유리함은 이미 살펴보았다. 여기에 더해 동기 충족을 위한 노력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면 그만큼 동기 충족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런 동기로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진짜 나’가 누구인지 바라보는 것을 우리에게 권하면서, 그 방법으로 생각, 감정, 판단, 개념 등에서 잠시 빠져나와서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챙김’을 소개한다. 마음챙김에는 아무런 도구가 필요 없다. 단지 주의를 내면으로 기울이기만 하면 되니 어떤 상황에서도 가능하다.
마음챙김 명상을 하며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존재는 ‘나’가 아님을 알게 된다. 쾌락을 위해 끊임없이 소비하는 존재 역시 ‘나’가 아님을 알게 된다. 성취하고자 했던 목표나 타인에게 바라던 것 역시 우리 내면으로 잠시 들어와 머물다 사라지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에 매달리는 것이 불행의 근본 원인임을 깨닫는다. ‘가짜 나(에고)’에게 놀아나기 때문에 우리가 불행해진다는 진실과 만나는 것이다.
이렇게 에고에 가려 있는 ‘진짜 나’를 깨닫고 그 깨달음을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모두 동기가 충족되는 과정이니, 그 자체로 우리는 행복하다. 또한 이 동기를 충족한 모습은 어떠해야 한다는 정답이 없으니 불안이나 열등감에 시달릴 필요도, 조급해할 이유도 없다. 결국 행복은 우리 안에 있다. 각자 고유한 빛깔로 세상을 비추면 그만이다.
지은이 소개
김정호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한국건강심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심리 치유 분야에서 명상의 가능성을 일찍이 발견하여, 지난 20여 년간 심리학과 명상의 접목을 시도해 왔다. 그 덕분에 서양의 긍정 심리학에 내재한 한계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상식과는 조금 다른 정직한 행복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서로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받아들임: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이 있다.
불광출판사 / 224쪽 / A5 / 1만 3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