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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살행에 들어가는 길, 입보리행론 [불교도서] 2013-04-30 / 3701  

 

7세기 인도의 불교학자 샨띠데바가 저술한 《입보리행론》. 달라이 라마는 이 책에 대해 “보리심(일체중생을 위해 깨닫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에 대해 설한 것 중 이보다 더 뛰어난 논서는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입보리행론》은 수많은 불교 논서 가운데서도 보리심에 대해 가장 자세하고 광범위하게 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책은 10여 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래 이제는 《법구경》과 《숫타니파타》에 이어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고 애독하는 경전이 되기도 했다.

‘보리심에 대한 가장 뛰어난 논서’

《입보리행론》의 가치를 가장 높이 치는 곳은 역시 보리심을 수행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티베트다. 한국불교는 수행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독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을 강조하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체중생을 위해 깨닫겠다는 마음을 내는 보리심은 어쩌면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티베트를 비롯해 미얀마나 스리랑카 등 남방불교에서는 하심(下心)보다 더 강조되는 수행이다.

티베트의 경우 11세기 《입보리행론》이 번역된 이래 티베트 대장경에 포함된 주석서만도 8종이 넘으며, 현재까지 모두 130여 종이 넘는 주석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티베트 불교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책으로 인해 티베트 대승불교의 이념 및 수행과 관련된 광범위한 학문의 융성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고, 티베트불교의 고유 수행인 로종(Lojong), 즉 ‘마음 바꾸기’라 불리는 새로운 수련법 역시 이 책을 기화로 자리 잡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중국이나 한국불교에서는 최근까지 《입보리행론》이 수행자와 재가신도들 사이에서 그렇게 대중화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입보리행론》 이 국내에 소개된 지 10년 만에 조계종에서는 올해(2013년)부터 《입보리행론》을 승가대학원의 정식 교재로 채택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한역으로 된 《입보리행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역본 그리고 이를 한글화한 한글대장경에도 《보리행경(菩提行經)》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책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역본과 한글본은 완역이라기보다는 《입보리행론》의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문학의 최고봉 - 강렬하고 멋지게 마음을 치는 한 문장

이 책은 모두 10장 917개의 게송으로 되어 있는 논서이다. 각 장의 순서는 보리심을 일으키고 → 보리심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고 → 보리심을 더욱 증장시키기 위한 내용들이 물 흐르듯 흐른다.

제1장 <보리심 공덕 찬탄품>, 제2장 <죄업 참회품>, 제3장 <보리심 전지품>, 이 세 장은 보리심을 일으키기 위한 내용이고, 제4장 <보리심 불방일품>, 제5장 <호계정지품>, 제6장 <인욕품>은 보리심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며 항상 지니기 위한 내용이다. 그리고 제7장 <정진품>, 제8장 <선정품>, 제9장 <지혜품>은 보리심을 더욱 증장시키기 위한 장이다. 마지막은 <회향품>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이 책의 백미는 2장 1게송 3장 22게송까지다.

“시작도 끝도 없는 윤회 속에서 / 금생과 또 다른 생에서 / 내가 모르고 지은 허물과 / 시켜서 짓게 한 죄악(2장 죄업참회품 28게송)” 등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시작해 “허공 끝에 이를 때까지 / 갖가지 모든 중생계에도 / 그들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날 때까지 / 제가 그들 삶의 근원이 되게 하소서.”(3장 보리심 전지품 22게송)라고 보리심을 발하며 마무리하는 이 부분은 구절마다 읽는 이의 가슴을 친다.

이런 까닭에 2004년 달라마 라마가 한국인을 위한 법회를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었을 때도 참가자들 모두에게 이 구절을 합송하도록 유도했고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읽어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가슴을 치는 이런 내용보다 더 내용을 빛나게 하는 것이 있다. 이 게송은 현존하는 불교문학 중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아름다운 운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샨띠데바를 소개하는 많은 문헌이나 사전들은 산티데바를 불교학자로 소개하면서 반드시 ‘시인’으로 표기하고 있기도 하다.

최초의 산스크리트-티베트어 완역본

《입보리행론》의 티베트본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건 2004년, 이 책의 번역자인 청전 스님을 통해서였다. 물론 한역본 그리고 이를 한글화한 한글대장경에도 《보리행경(菩提行經)》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한역본과 한글본에는 총 10장 중 제2장은 내용이 축소되어 있고 제3장과 제4장은 아예 빠져 있다.

그래서 《입보리행론》을 읽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영역본을 이용하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영역본을 한글화한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하지만 산스크리트본과 티베트본을 대조해 번역한 것은 청전 스님이 번역한 《입보리행론》이 처음이었다.

청전 스님이 번역한 《입보리행론》은 이제 출간 10년을 맞았지만 먼저 이 책을 냈던 출판사의 사정으로 몇 년 동안 절판 상태였다. 이런 사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복사나 제본을 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 2013년 출간 10주년을 맞아 일부 번역 및 역주를 산스크리트에 맞춰 수정했으며,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역의 소지가 있는 곳은 문장을 삭제·첨가한 형태의 개정판을 내놓게 되었다.

지은이 소개

샨띠데바(Santideva, 寂天)는 7~8세기 경 인도 나란다 대학에서 대승의 중요 사상을 널리 선양한 중관학자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에 전승되는 문헌의 기록에 따르면 남인도 사우라아슈트라국(Saurastra) 왕자로 태어났으나 꿈을 꾸고 왕위에 오르기 하루 전 출가하였다고 한다. 지은 책으로 《대승집보살학론(大乘集菩薩學論)》, 《제요경집(諸要經集)》,《입보리행론(入菩提行論)》이 전하는데, 특히 《입보리행론》은 아름다운 시로 되어 있어 수행자들을 위한 지침으로뿐 아니라 불교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히고 있다.

옮긴이 소개

청전(淸典) 스님은 1953년 생. 1972년 유신이 선포되자 다니던 전주교육대학을 자퇴했다. 이후 가톨릭 신부(神父)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에서 수업을 받던 중 1977년 송광사로 입산 출가했다. 출가 후 10여 년 동안 제방선원에서 참선 수행에 매진하다가 동남아로 구도여행을 떠났다. 구도여행 중 달라이 라마를 만났으며 1987년부터 현재까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북인도 다람살라에서 수행 중이다.

담앤북스 / 223쪽 / 1만 12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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