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가 왜 중요하며, 불교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태교가 아기 출생 후 건강ㆍ성품ㆍ지능 그리고 정서 발달 등 전 인격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왔다.
현대의 뇌과학을 통해서도 태교의 중요성이 증명되고 있고, 특히 우리 조선시대에 《태교신기》를 편찬한 사주당 이씨(1739-1821)는 “의술이 좋은 의사는 병이 들기 전에 다스리고, 잘 가르치는 스승은 태어나기 전에 가르친다”고 역설했다. 또, “태교의 열 달은 스승 교육 10년보다 낫다”라고 단언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적 분석을 선호하는 서양에서도,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지수를 결정하는 유전자의 역할비율이 48%이고, 태내의 환경이 52%를 차지한다고 밝혀진 바와 같이 태교의 영향은 사뭇 크다.
태교는 오랜 옛날부터 각양각색으로 시행되어 왔다. 동양의 전통태교에서는 수태 이전의 심신관리와 성태로부터 시작하여 귀한 물건을 가까이 하기 권장, 식품 섭취하기, 금기 식품 멀리하기, 약물 금기, 근신 행위, 태살 금기, 산책, 독서 등을 실천해 왔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임신부의 정서안정을 위해 일상의 언어 및 행동과 음식물까지도 조심하면서 실천해왔다.
서양태교는 주로 현대태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지만, 과학과 의학의 발전에 따라 임신 중인 임신부의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상황이 태아에게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입증되면서부터 시작했다. 현대의 태교는 주로 태아의 건강과 영양, 위생, 운동, 노동, 기호식품 절제, 술과 담배 금지, 음악태교, 태담태교, 학습태교, 독서태교, 임신부 요가, 출산 준비교실, 아기용품 만들기 등에 집중돼 왔다. 최근에는 임신부의 정서안정과 모-태아 상호관계의 관점에서 태교를 바라보게 되었는데, 부모와 아기와의 인격적인 만남이 태교의 궁극적인 목표라 보고 태교를 관계교육으로 여기고 있다.
성공적인 태교의 역사적 사례는 많다. BC 12세기경 중국의 주(周) 나라 문왕(文王)은 유교 역사가들에 의해 성군(聖君)으로 칭송되었을 뿐 아니라 97세까지 장수하였는데, 그의 어머니 태임(太任)이 문왕을 임신했을 때 성실과 덕행으로 태교를 남달리 잘 했던 것으로 문헌이 전한다. 그녀의 태교방법을 옥판(玉版)에 새겨 금으로 만든 상자에 넣어 종묘(宗廟)에 보관, 뒷날의 교육지침으로 삼았다고 《고대사기(古代史記)》는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4세기 고려시대부터 기록이 남아있다. 당대 저명한 학자요 정치가였던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 역시 인물태교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은 태교와 자녀교육에 남다른 공적을 남겼는데, 그녀는 중국의 성군이었던 주문왕의 어머니인 태임의 덕(德)을 흠모하여 자신의 호를 사임(師任)으로 정하고 태임을 스승으로 여길 정도였다. 앞에서 언급한 사주당 이씨도 본인 스스로가 태교를 잘 해 실학의 대가로 우리말을 연구하여 《언문지》를 펴낸 유희를 낳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지스코 스세딕은 부부 함께 임신 중, 아기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일상생활 자체를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아기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그 결과 네 자매가 모두 영재가 되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태아는 천재다》라는 책을 써서 태교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녀의 태교방법을 가리켜 ‘스세딕식의 태교’라고도 불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대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영재 교육법이 통과될 때 대통령에게 보고된 대표적인 영재로 알려진 ‘푸름이’ 역시 그 부부가 함께 결혼 전부터 스세딕의 《태아는 천재다》 책을 읽고 그대로 태교를 실천한 결과라고 한다. 그 외에도 사례들이 많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태교를 잘 할 수 있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기의 탄생을 위해 부모는 계획 임신과 더불어 건강한 몸, 균형 잡힌 영양, 올바른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 그리고 항상 편안하고 안정된 정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임신부의 심신이 건강해야 한다. 태아의 환경은 임신부이므로 임신부가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임신부의 정서적 안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엄마와 태아는 일심동체(一心同體)이기 때문에 엄마의 감정까지도 아기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또한 임신부는 태아와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애착이 형성되고 출산 후 모아애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것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또한 임신부가 영양을 골고루 잘 섭취해야 한다. 태아는 하나의 세포에서 하루에 수억 개의 세포가 분열하여 성장해가는 때다. 그리고 태내 환경, 출산 환경(자연분만) 모유수유, 신생아 관리, 산후조리 등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태교와는 달리 불교와 연계시켜 생각해보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태교를 할 수 있다. 불교적으로 볼 때 만유일체(萬有一體)요, 천지동근(天地同根)이므로 임신부와 태아는 둘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하다. 임신부가 평생 쌓아온 인품은 그대로 태아에게 이어지는 것이므로 태교는 기본적인 수행으로부터 시작돼야 마땅하다.
가능하다면 임부가 어렸을 적부터 불자로 태어나 수행을 해왔으면 더욱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여성이 어머니 준비가 시작되는 생리시기인 사춘기 때부터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잘 가꾸어 갈 필요가 있다. 또한 부부가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면서 태아와 함께 성장해 가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부모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효를 실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효는 생명의 연결고리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백행의 으뜸이라고 했다. 효심이 곧 불심이며 효행이 곧 부처님의 행이라고 하고있다.
태교 이전에 부부가 먼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임신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임신부터 출산할 때까지 각자의 역할을 인식하고 부모의 자질을 갖춰가야 한다. 모든 생명은 평화를 좋아하고 평화 속에서 살고 싶어 한다. 부부의 사랑은 최상의 평화지대다.
도피안사 / 192쪽 / A5 / 1만 3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