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교 수행을 직접 체험하려는 불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 추세에 따라 화두를 드는 전통적인 간화선 외에도 묵조선, 염불, 주력, 위빠사나 수행 등 다양한 수행법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 수행을 처음 시작하려는 입문자들에게는 어떤 수행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막막한 경우가 많다.
신간 《반야 참회》는 이런 불교 입문자들에게 수행의 길을 안내하는 친절한 길잡이 같은 책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종교학과 한국 불교를 연구하면서, 재가 불자들의 신행 모임인 반야 법회 지도 법사를 맡고 있는 혜룡 스님은 ‘반야 참회’라는 새로운 참회 수행법을 제시하며 불자들을 불교 수행으로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1장에서는 반야 참회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고, 2장에서는 참회 수행에 필요한 불교 교리를 설명하며, 3장에서는 참회 수행에 대한 절차를 소개한다. 그리고 4~6장에서는 참회 대상과 구체적인 참회 방법을 초ㆍ중ㆍ고급의 수행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또 부록에는 참회 이외의 신행에 대한 유용한 참고 사항을 실어 놓았다.
먼저, 저자는 불교의 모든 신행과 수행의 바탕에는 참회가 있다며 참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든 불교 신행에서 기초가 되는 것은 참회이다. 수행을 하든 소원 성취 기도를 하든, 혹은 불사를 하든 그 기초에 참회가 없으면 그 신행은 올바른 성취로 이어질 수 없다. 설사 어느 정도 성취가 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참회가 병행되지 않는 성취는 자신의 내면적인 안정과 행복으로 연결되지 못하며, 정법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참회는 매우 중요하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반야 참회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저자가 새로운 수행법으로 주장하고 있는 ‘반야 참회’란 어떤 개념일까? 저자에 따르면 ‘반야 참회’란 전통적인 불교의 번뇌론과 선정 수행론을 기존 참회에 적용해 수행 차원으로 체계화시킨 새로운 참회 수행법이다. 저자는 이 반야 참회 수행을 통해 불교 입문자들이 단시간 내에 수행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고 일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반야 참회(般若懺悔)’는 ‘참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기존의 참회와는 그 내용이 매우 다르다. 반야 참회는 전통적인 불교의 선정 수행론을 참회에 응용했기 때문에, 높은 단계의 선정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참회를 통해서 수행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이 참회 수행을 계속하면 망상이 줄어지고 집중력이 강화되어, 참선과 같이 높은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어려운 수행도 쉽게 가까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저자가 이 참회법에 ‘반야 참회’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것이 반야 지혜의 체득을 향해 나아가는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반야(般若)란 공성(空性)을 통달하여 일체의 고통과 속박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힘과 자비를 갖추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보살행을 해 나갈 수 있는 지혜”라고 말한다.
반야 참회는 이런 점이 다르다
반야 참회가 기존의 참회와 다른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반야 참회는 참회 방법이 구체적이다.
참회가 수행이 되려면 그 방법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반야 참회는 어떤 행위가 악업에 들어가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참회 대상), 그러한 행동이 왜 악업이 되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참회 기준). 그리고 몸과 마음을 어떻게 하면서 참회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참회 방법).
둘째, 반야 참회는 체계적인 수행법이다.
반야 참회의 전체적인 체계는 초급ㆍ중급ㆍ고급으로 되어 있으며, 각각에는 그 수준에 맞는 참회 대상이 여러 항목으로 나뉘어 포함되어 있다. 참회 대상의 배열은 불교의 번뇌론과 수행론에 따라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의 순서로, 그리고 의업 중에서도 탐욕과 성냄 등 알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 점점 깊이 들어가는 체계로 되어 있다.
셋째, 반야 참회는 수행과 현실의 갈등을 해결한다.
반야 참회는 불자들이 흔히 겪는 수행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는 악행을 멈추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어리석음도 극복할 수 있다.
넷째, 반야 참회는 수행의 당면 목표가 있다.
반야 참회는 비교적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당면 목표를 제시한다. 수행의 당면 목표는 수행자로 하여금 의욕을 잃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달성했을 때 강한 성취감을 갖게 하여 이후 수행을 지속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회 수행에서는 이 당면 목표를 ‘해오(解悟)’로 설정한다.
반야 참회를 하면 이런 점이 좋다
반야 참회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음이 편해진다.
참회 수행을 하면 마음이 아주 편해지고 안정된다. 지난날 했던 잘못을 하나하나 되새겨서 부처님께 참회를 하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괴롭히는 요인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의미의 업장 소멸이다.
둘째, 지혜와 힘이 생긴다.
참회 수행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 바탕 위에 과거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생각해 보는 반성적 사유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결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게 되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된다. 또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되어 복잡한 현실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갖추게 된다.
셋째, 복의 토대가 쌓이고 소원이 성취된다.
참회 수행을 하게 되면 악업을 짓지 않고 선업을 짓게 된다. 악업을 짓지 않으니 고통의 과보를 받지 않고, 선업이 쌓이니 행복의 과보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위신력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참회는 복의 토대가 된다.
넷째, 수행의 진전이 이루어진다.
참회 수행은 불교의 수행 체계를 갖춘 종합적인 수행법이다. 따라서 참회 수행을 계속하면 저절로 본격적인 수행과 연결된다. 그리하여 높은 단계의 수행도 쉽게 소화할 수 있게 된다.
다섯째,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한다.
때로는 위기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도 있고, 병이 낫기도 하며, 뜻밖의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알게 모르게 부처님과 호법신장들의 은근한 보호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반야 참회 수행 체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반야 참회 수행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삼배
참회 수행에서 제일 먼저 하는 절차는 부처님께 오체투지의 큰절, 삼배(三拜)를 하는 것이다. 절을 할 때는 ‘살아 계신’ 부처님께서 사진이 있는 자리에, 즉 바로 내 앞에 와 계신다고 생각해야 한다.
2. 독경
자기 수준에 맞는 경전을 선택하여 읽는다. 《천수경》, 《반야심경》, 《금강경》, 《법화경》, 《아미타경》, 《법구경》 등이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다. 독경 시간은 10분에서 20분 정도를 기준으로 하되 자신의 상황과 경전의 종류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3. 참회(108배)
오체투지의 큰절을 108번 하면서 참회를 진행한다.
4. 염불
108배가 끝나고 난 다음 자리에 앉아서 정신을 집중하여 염불을 한다. 처음에는 5분 이내로 하면 된다.
5. 발원
참회와 염불 등 위의 수행 과정이 다 끝나면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앉아서 수행 공덕을 회향하며 자기의 소원을 부처님께 말씀드리는 축원과 자신의 원을 세우는 발원을 한다.
6. 삼배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삼배를 하고 마친다. 시간이 있을 때는 그대로 앉아서 마음속으로 부처님과 대화해도 된다. 또는 자리에 편히 앉아서 조용히 명상에 잠기는 것도 좋고, 요가나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지은이 소개
혜룡(慧龍) 스님은 1996년 일타 큰스님을 은사로 해인사 지족암에서 출가했다. 대방동 홍원사, 개화산 약사사, 북한산 국녕사 등 주로 서울ㆍ경기 지역 사찰에 거주하면서 수행과 학업에 정진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종교학과 한국 불교를 연구하고 있다. 석사 논문으로는 ‘한국 근대 불교 개혁 운동 유형에 대한 연구’, 연구 논문으로는 ‘근대 불교 개혁 운동의 관점에서 본 경허ㆍ만공의 행적’ 등이 있다. 재가 불자들의 신행 모임인 반야 법회 지도 법사를 맡고 있다.
불광출판사 / 288쪽 / 신국판 변형 / 1만 3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