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에 침잠한 불교에서 실천을 강조하는 불교로!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행하라.”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얻는다.”
흔히들 얘기하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이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가치관이나 행동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복잡하고 바쁜 삶속에 놓인 현대인들에게 2000년 동안 내려온 이러한 경구들이 충분한 위로와 도움이 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깊고 높은 산속에서 울려 퍼지는 이런 불교의 가르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되기 일쑤다. 과거 농경사회처럼 단순한 사회에서는 사람의 심성에 호소하는 이러한 가르침이 효과적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는 구체적 교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승계의 세계》 저자 원영스님은 말한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불교,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불교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자비’가 있으며 ‘자비’야말로 구체적으로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대승계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대승경전 18권에 나와 있는 계율을 정리하여 윤리실천의 초석을 다진 책!
대승경전에서 대승계는 보통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율의계(律儀戒), 살생하거나 훔치는 일, 잘못된 이성관계, 거짓말, 음주행위 등 금계의 측면이 강한 것을 말한다.
둘째 선법계(善法戒), 올바른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각종 수행과 종교의식 등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중생계(衆生戒), 도움이 필요한 다른 중생을 위하여 자비의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돕는 것을 말한다.
삼취정계(三聚淨戒)라고도 불리는 이 세 가지 대승계는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이 실천해야 하는 행위들이다. 《대승계의 세계》는 이러한 대승계 관련 내용을 추출하여 한권으로 통합 정리한 책이다. 계율을 전공한 저자가 대승경전과 논서에서‘계’라고 구체적으로 명시된 내용, 그리고 남을 돕는 윤리적 실천과 관련된 내용을 뽑아 대승보살의 실천행을 정리한 것이다.
보살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행해야 하는 열 가지 착한 행이나 마음 쓰는 법, 참회할 수 있는 죄와 참회할 수 없는 죄, 한순간이라도 계를 잊으면 안 되는 이유 등 대승계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부분을 발췌하여 일반 독자들이 읽어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편역하였다.
대승불교의 원동력, 자비를 지금 다시 호명하다!
급속한 자본주의의 발전은 그만큼 많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제 사람들은 자본주의에 소외된 ‘선과 정의, 공정 등의 가치와 기준’에 관하여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서 불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는 형국이다. 저자는 대승계를 말하는 이들이 이론과 실천을 현실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인정한다. 불교인들이 늘 자비를 말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현실문제에 대해서는 등한시해왔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분명, 대승불교는 실천론을 앞세우며 새롭게 정립된 불교이다. ‘자비실천을 통해 공덕을 쌓고, 기본적인 계를 잘 준수한다.’는 초기불교 재가불자들의 생활 원칙이 훗날 대승불교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즉 ‘자비실천’은 하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계를 어기게 되는, 그야말로 적극적인 행위규범인 것이다.
저자 원영스님은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다시 한 번 자비정신을 현대적 윤리관으로 재정립할 때라고 말한다. 대승경전에 나와 있는 대승계를 바탕으로 대승계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리하여 대승계의 정신이 현대사회 윤리영역의 다양한 문제들과 만나 현실에 유용하게 쓰여 정의로운 사회, 도덕 경제가 이끄는 사회 책임 자본주의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자비란 무엇인가?
율사는 물론이요, 계율을 전공한 학자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희박한 한국불교계 현실에서 《대승계의 세계》출간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더구나 계율이라고 하면 늘 승가의 율장을 떠올리며, 대승계 연구에 대해서는 그간 계율이 아니라는 식으로 은근히 폄하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계율이라는 것이 단순한 규칙체계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확연히 바꾸어주고 있다. 고상한 엄격함을 추구하는 율장에 비해‘자비실천’이라고 하는 대승보살의 삶의 태도는 수행의 중심에 도덕성과 자비를 함께 가져다놓았다고 하는 특징이 있다.
결과적으로 자비실천은 승가율장과 대승계의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혼돈을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깊은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어가는 불도수행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그럼 자비란 무엇인가?
단순히 말해서 자비란, 사람들이 생명이 있는 다른 모든 존재들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는 행동에서부터 비롯된다. 우리는 늘 습관적으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편협하고 배타적인 생활태도가 알게 모르게 몸에 배인 상태임에도, 벗어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 자비란 자신의 편협함에 갇혀 세상의 억압된 질서에 복종해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신성한 권리인 생명권에서부터 존중해가는 보편적 윤리이다. 다시 말해서 불교라고 하는 종교가 주장하는 한 부분이 자비인 것이 아니라, 불교 자체를 자비라고 부를 만큼 불교의 생활방식 전체가 곧 자비인 것이다. 《대승계의 세계》는 그런 자비를 강조하는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모은 것이며, 우리 시대가 불교에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일 만한 반가운 책이다.
지은이 소개
원영 스님은 조계종 교수아사리(계율과 불교윤리 분야).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선원 안거 후 유학하여 일본 하나조노(花園)대학 대학원에서 <梵網經における自誓受戒の硏究(범망경의 자서수계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大乘戒と南山律宗(대승계와 남산율종>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계율과 불교윤리》(공저), 《불교개론》(공저)과 역서 《출가, 세속의 번뇌를 놓다》, 《일일시수행》이 있으며, 논문으로<범망경 자서수계에 관하여>, <계단축조에 관한 소고> 등이 있다. 최근에는 ‘실천불교윤리’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글쓰기를 하고 있다.
조계종출판사 / 588쪽 / 2만 8000원
출처 : 출판사 책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