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명상이 가능할까?
도시 생활 하면 흔히 세련되고 우아한 문화생활을 먼저 떠올릴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빽빽하게 들어찬 회색 건물 숲과 교통 체증, 어딜 가나 줄서며 기다리는 것이 기본인, 바쁘고 삭막하고 짜증이 나는 일상의 연속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가운데 10명 중 9명이 도시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국토 면적의 16%도 안 되는 곳에서 인구의 90%가 모여 살다 보니 시끌시끌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도시 생활자의 수만큼이나 도시 생활을 하는 이유 또한 천차만별로, 대개는 직장 생활을 위해, 교육을 위해, 아니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풍요롭고 화려한 도시 생활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퇴근하고서도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 생활부터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는 가정생활까지, 도시 생활은 일상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틈만 나면 여행이나 가까운 교외 등으로 외출하면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잠시 기분 전환을 한다 해도 다시 돌아오면 여전히 스트레스는 반복된다.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는 대개 마음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최근 심리학과 관련된 연구 자료에 의하면 가벼운 스트레스는 운동과 명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내면과 외부 환경을 제대로 바라보고 인식하는 명상법과 적당한 신체 활동이 스트레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명상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는데, 대개의 책들이 명상하기 좋은 한적한 곳을 찾아가거나 하루에 얼마씩은 반드시 명상을 하라고 권유하는 책들이다. 바쁜 도시 생활자들이 따라 하기에는 쉽지 않은 방법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너선 S. 캐플런은 마음모음과 명상법을 심리치료에 적용하고 있는 임상 심리학자이다. 뉴욕에서 생활하는 도시 생활자이기도 한 저자는 바쁘게 살아가는 평범한 도시 생활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명상을 실천하는 ‘urbanmindfulness.org’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독자들과 함께 여러 실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임상 고객들 그리고 블로그 독자들과의 오랜 교류를 통해 만든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만들었다.
환경을 바꿀 수 없을 때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바로 보고 외부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면 자신을 괴롭히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알아챌 수 있다. 이 책에서 자주 말하는 ‘마음모음’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선입견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오직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감각들에 주의를 기울이면 훨씬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집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도심 한가운데에서 길을 걷다가도 주의 깊게 마음을 모을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 준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마음모음 방법을 따라 하다 보면, 복잡한 도시 생활에 쫓기고 스트레스 받느라 지친 우리의 일상이 어느새 평범하지만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명상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
이 책은 명상을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독자들이 다양한 생활공간에서 직접 마음모음을 해볼 수 있도록 실천 장소에 따라 5개의 장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1장 ‘집에서’는 집 안에서 일상생활을 하다 흔히 겪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은 비좁고, 사생활 보호는 잘 안 되는데다, 잡동사니들은 너무 많아서 생기는 딜레마들과 씨름하는 상황 등이다. 이웃집과 층간 소음에 대처하는 방법, 쓰레기 치우는 문제, 룸메이트와 집안일 나누는 문제 등을 대처하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2장 ‘놀이하면서’는 박물관에 가거나 운동을 하거나 옷을 사 입을 때 등, 여가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마음모음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놀이를 즐기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과 마음모음을 맞물려 실천해 본다면, 훨씬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3장 ‘일터에서’는 사무실이나 일터에서 흔히 겪는 경험들과 작업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커피 한 모금 마시는 일부터, 호치키스 같은 사무용품을 대하는 것까지 모두 마음모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4장 ‘외출하면서’는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면서 해볼 수 있는 실천들을 담고 있다. 지하철에서 명상하고, 바쁘고 혼잡한 거리를 걸을 때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며 걷는 일 등이다. 도심을 걷다 보면 흔히 노숙자나 거리 음악가를 만날 때가 있는데, 마음모음을 실천하면 이런 수많은 경험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다.
5장 ‘언제 어디서나’는 도심 어디에 있든, 또 무얼 하고 있든,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실천들과 생각할 거리들이다. 마음모음 연습은 어떤 특정 장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든,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을 때든, 다 가능하다는 뜻이다.
사무실에 꽂아 두고 간단히 따라 할 수 있는 ‘명상 레시피’
① 스트레스 넘치는 도시 생활자들의 일상에 대한 성찰
먹고, 자고, 대화하고, 문자메시지 보내고, 청소하는 것처럼 도시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에 주의 깊게 마음모음을 하며 바라보면 나를 바로잡고 특별한 즐거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②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초간단 명상 레시피
방 안에서, 직장에서,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등등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명상을 실천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각 꼭지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손쉽고도 간편한 실천 방안들이 ‘명상 레시피’처럼 제시되어 있다.
③ 책 만드는 과정 또한 마음모음의 실천 과정
이 책의 지은이는 임상 심리학자로서 자신의 경험은 물론, 고객들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만난 독자들과 함께 마음모음에 대한 여러 실천 방법들을 모색했다. 이 책을 만드는 과정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아서, 한국의 독자들과 함께 책 내용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마음모음에 필요한 사진들을 공유하며 책을 만들었다. 책 만드는 과정이 마음모음의 실천 과정인 셈이다.
행성:B잎새 / 328쪽 / A5 / 1만 4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