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그릇을 비움으로써 아름다워지는 정한 채움을 말하다
요즘 우리 생활을 보면 뭐든지 흘러넘치는 과잉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두 손으로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 사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진다. 그러나 그렇게 살수록 우리 마음은 탐욕과 분노, 미움과 갈등으로 채워진다. 채우고 가질수록 공허해지고 황폐해지는 사람들에게 성전 스님은 진정한 행복의 채움은 마음 그릇을 비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법정 스님을 잇는 불교계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성전 스님의 새 책 〈비움, 아름다운 채움〉이 도서출판 마음의숲에서 나왔다. 이 책에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는 남해에서 자연과 벗하며 사는 스님이 일상에서 보고 듣고 수행하며 얻은 삶의 겸허한 깨달음이 담겨 있다. 스님은 어려운 법문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변의 산과 바다, 꽃과 나무, 낮의 햇살과 밤의 별을 보고 느낀 삶 특유의 아름다움을 문장으로 쉽게 전달한다. 특히, 마음의 비움과 존재의 비움에 대한 성전 스님의 화두는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연을 따라 사는 존재임을 인정할 때, 나는 우주적 존재가 된다
이 책에서 성전 스님은 우리의 마음 그릇을 비울 때 큰 행복과 만족이 채워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마음에는 ‘나’가 꽉 차 있다. 사람들은 나라는 이름의 고집과 편견을 앞세워 자기 자신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고집과 편견이 마음에 차지한 자리가 너무 커 사람들은 다른 것을 보거나 듣지 못하고 그 어떠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한 채 저마다 외로운 섬처럼 살고 있다. 사람들의 이런 삶을 두고 스님은 우리 스스로 인연을 따라왔다가 인연을 따라 가는 존재임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인연을 따라왔다가 인연을 따라 사라져 갈 뿐이다. 꽃이 인연을 따라 피어나듯 우리도 인연을 따라 존재하는 꽃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꽃이 한철 피고 나면 지듯이 우리 역시 한생을 살면 생의 시간을 떠나야 한다.
인연을 따라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실체가 없다. 존재란 인연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자기가 있다는 견해를 벗어날 수 있다. 이때 존재는 고통으로부터도 벗어난다.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만나는 모든 것들과 부딪치지만 내가 없다고 생각하면 만나는 모든 존재를 사랑과 자비의 관계로 대할 수 있다.” ―본문 ‘비움, 아름다운 채움’ 중에서
성전 스님의 말처럼 우리는 ‘나’가 인연의 산물임을 인정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아집을 버리고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님은 집착에서 벗어나 나라는 존재마저 지울 때 ‘나와 너’라는 경계 또한 허물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경계가 사라진 순간, 우리는 모든 존재를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어루만질 수 있으며 그때서야 진정한 우주적 존재가 된다고 설명한다. 즉, 메말랐던 마음이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환호할 수 있을 때, 작고 사소한 것들의 가치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때, 그리고 누군가의 아픔에 깊은 연민을 가지고 다가설 때” 비로소 우주적 큰 삶과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나만을 내세우는 사람,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에게 스님은 비워야만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나’라는 마음의 감옥을 벗어나지 않는 한, 뭔가를 채우려고 하는 그 끝없는 갈애는 아무리 많이 가진다 해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음의 욕심을 비울 때, 나를 버릴 때에 삶의 행복과 만족이 채워지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지친 영혼을 위한 휴식의 글뿐만 아니라 자기 성찰과 존재 이유를 확인하게 해 주는 깨달음의 글들로 가득하다. 채울수록 공허하고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성전 스님의 마음 에세이 〈비움, 아름다운 채움〉을 권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을 통해 진짜 행복 찾기를 배우다
수행자로 산 지 30여 년 가까이 되는 성전 스님은 자연에서 자기를 버리고 마음 그릇을 비우는 법을 배웠다. 스님은 강, 구름, 꽃, 산에게 스스로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고뇌하고 반성하며 답을 얻었다. 햇살 한 줌, 바람 한 자락 등 주위에서 만나는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생명임을 깨달은 스님은 그렇게 자연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이며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다.
스님은 새벽 예불을 하면서 올려다보는 별, 고요한 절에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삶의 기쁨을 발견한다. 숲길을 지나가며 만나는 풀잎과 맑음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가을 하늘을 보며 가장 깨끗한 마음의 순간과 마주한다. 한평생 남에게 “나눔과 하심”을 실천했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정직함과 무욕의 인생을 살아온 촌로들의 순박한 표정을 보았던 성전 스님. 스님은 일상의 사소함 속에서 기쁨과 감사함을 찾아내고, 마음의 욕망을 비울 때 비로소 채워지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스님의 삶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평범하게 마주치는 자연과 사람이 행복을 만드는 재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나는 몸처럼 우리의 인생 또한 욕망을 받아들이는 한계가 있다고 성전 스님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행복은 욕망의 한계 내에 있다고 덧붙인다. 즉, 진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의 눈이 물질과 안일에 의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지나친 욕망은 그 사람의 인생을 조금씩 좀먹는다. 그래서 결국 자기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 욕망의 노예로 살아가게 할 뿐이다. 스님은 자신을 좀먹는 욕망을 버릴 때, 그래서 마음에 여백의 공간을 마련할 때 그 자리에 행복이 채워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스님은 말한다. 그때 행복이 온다는 것이다. 성전 스님의 말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랑하지 못하고 또 다른 것을 찾아 밖을 서성이는 사람이 될 것인가, 행복을 찾아 마음의 주인이 될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할 몫이다.
“나는 내게 있는 것들을 사랑하고 있는가. 내게 있는 기쁨뿐만 아니라 슬픔과 괴로움까지도 사랑하려고 한다. 그 모든 것은 내가 살아 있어 만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괴로움과 슬픔도 만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행복만이 아니라 어쩌면 슬픔과 고통까지도 삶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생의 힘든 시간들이 찾아올 때마다 이 사실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본문 ‘행복하기란 정말 쉽다’ 중에서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이야기!
이 책은 ‘자기와 이별하기’, ‘가을날의 모성’, ‘생명은 채움이다’, ‘나를 버려야 편안하다’, ‘산에서 배워야 할 마지막 한 가지’ 등 64편의 산문이 총 5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비움과 버림」에서는 버리고 비울 때만 채울 수 있다는 역설을 강조하며, 자기를 버리는 즐거움에 대해 전한다. 2장 「인연」에서는 인생의 진정한 스승이셨던 어머니를 그리며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 「수행」에는 30여 년 가까이 수행자의 길을 가면서 느꼈던 이야기와 도반들의 삶, 절을 찾은 신도들과의 에피소드 등이 실려 있다. 4장 「휴식과 떠남」에서는 자유를 위해 길을 떠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길 위에서 얻은 깨달음의 이야기를 통해 고인 물처럼 현실에만 안주하려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한다.
5장 「인생」에서는 나이 듦에 따라 점차 성숙해지는 영혼의 주인이 되는 법,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의 눈을 떠 행복하게 사는 법 등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고 값지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준다.
마음의숲 / 280쪽 / A5 / 1만 3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