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   지난호 보기  |   웰빙음식  |   좋은 글  |   음반/서적  |   울림이 있는 이야기  |   배경화면
만불사 홈 > 붓다의 메아리 음반/서적
   청화 스님 산문집 '향기를 따라…' [불교도서] 2009-11-19 / 4887  

 
│지은이 청화 스님│사륙판│각 312쪽│도서출판 개미│각권 12,000원│(02)704-2546│

이번에 출간한 청화(靑和)스님의 『향기를 따라가면 꽃을 만나고』는 삶의 고통 속에서 희망과 행복을 찾아가는 지혜를 담은 불교 에세이이다. 거칠고 힘든 세상이지만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불교를 잘 모르지만 불교를 통해 지혜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불교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고, 인간의 삶 쪽에서도 불교를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스님의 말씀에서 한 구절 따온 책의 제목처럼 향기를 따라가면 꽃을 만나듯, 우리가 지금 무엇과 인연하여 살고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따라 가고 있는지를 성찰할 기회를 주는 책이다.

스님은 서문에서 “이 책은 불교 교리의 해설서가 아닙니다. 또는 불교를 체계적으로 서술한 사상서도 아닙니다. 그런 책에 대해서 ‘난해’하다는 핑계로 미리 겁을 먹고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분을 위해 쓴 불교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주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의 삶에 맞닿아 있는 내용에 치중했습니다.”라고 언급했듯이 스님의 글에는 인간의 삶의 문제에 대해 깊이 천착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섬세하고 밀도 있는 사유가 보인다. 곧 어떤 개념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파고드는 논리와 그에 따라 적절한 예화를 인용하고 다양한 비유를 전개하고 있어 독서의 즐거움마저 준다.

스님은 한 계단 위에 서서 독자를 내려다보며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걸어가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스님은 때로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과 같이 우리의 무지를 찾아가게 하는 질문들을 던지거나, 때로는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론과 같은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 내고, 때로는 시인의 감성으로 인간에 대해 깊은 연민을 갖게 하며, 때로는 현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극복해 가는 수행자의 모습으로, 주체적인 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은 편의상 3부로 편집했다. 그것을 크게 보면 주제는 세 가지이다. 1부의 주제는 성찰이다. 사람들의 얼굴은 왜 같지 않는가? 네 종류의 친구, 비린내 나는 행위, 눈 뜨고 잠자는 사람 등등의 이런 제목하의 성찰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진지함이 있다. 〈비린내 나는 행위〉의 글에서 “비린내는 죄의 냄새입니다. 죄에서는 향내가 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략) 수행은 비린내 나는 행위에서 향내 나는 행위로 일대전환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곧 자기 자신의 비린내 나는 행위를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라는 대목에 이르면 스님이 어디를 바라보고 말하지가 훤히 보인다.

2부의 주제는 불교의 행복론이다. 스님의 행복론을 보면 행복에도 메뉴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리에 의한 행복, 식견에 의한 행복, 윤리에 의한 행복, 자비에 의한 행복, 도덕에 의한 행복……. 이는 세인들의 관심 사항인 행복에 대해 스님이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스님은 〈수심에 의한 행복〉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산을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은 끝내 정상에 오를 수 없습니다. 정상을 향해 가는 사람만이 그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으뜸가는 행복도 앉아서 상상만 하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어나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눈에 확실하게 보입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말입니다.”

3부의 주제는 각성이다. 여기에는 소리 있는 물, 소리 없는 물, 노력하는 삶, 비가 새는 지붕, 사람의 네 가지 모습 등의 이런 제목들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노력하는 삶〉에서 큰 울림을 준다. 스님은 이 글에서 ‘만일 우리가 미래를 안다면’ 이런 가정을 하고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부정적으로 진단한다. 또, ‘만일 우리가 미래를 모른다면’ 이렇게 가정하고 거기에 따르는 불안감과 답답함도 지적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야 되겠는가?’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 다음 스님의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이와 같이 미래의 일을 모르는 불안하고 답답함을 통해서 깨달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란 자기의 노력으로써 삶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스님의 글은 때론 방황하거나 지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감로와 같은 이야기들로 놀라운 에너지와 감동을 준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디로 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가장 선하고, 가장 복되고, 가장 지혜롭게 살라는 것입니다. 불교를 우선 이 정도만 알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불교와 친할 수 있고, 또 얼마든지 불교에 의해 나와 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불교는 그 자체가 인생을 어둡게 하는 모든 불행, 모든 고통, 모든 재앙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고 말하면서 불교에 대한 입문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스님의 메시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가면 고통이 없는 안락한 삶과, 인생에 대한 바른 안목을 얻고 특히 인격적으로 허물없는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청화 스님(법명 靑和)은 1962년에 출가한 이후 개인적인 수행뿐만 아니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으로 종단개혁과 발전에도 앞장서 오셨다. 1995년에서 2007년까지는 주지 소임을 맡아 강원도 청평사의 복원불사를 마무리 지으셨고, 지난 5년간은 조계종 교육원장직을 수행하며 승가교육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쓰셨다. 종단 밖에서도 행동하는 종교인으로서 모습을 뵐 수 있다.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 및 6·10항쟁 계승사업회 이사로, 참여연대 공동대표로서 역사의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서 계신다. 또한 스님은 1977년 『불교신문』,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으로서 시작 활동을 꾸준히 해오시다, 31년 만에 첫 시집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월간문학, 2009)를 내놓아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 정릉 청암사에 주석하시면서 매월 조계사에서 대중들에게 설법하신다.


※ 이 기사는 '불교닷컴'에서 가져왔습니다. [원문 보기]
  
 
中國 日本 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