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불 들어갑니다. 빨리 나오세요》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여 년 동안 삼보종찰, 5대 총림 등 우리나라 23곳 사찰에서 여법하게 봉행되었던 큰스님 스물여덟 분의 영결식과 다비식 과정을 1천여 장의 사진과 글로 촘촘하게 정리한 영결ㆍ다비식 기록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역대 종정 네 분(5대 서옹, 8대 서암, 9대 월하, 10대 혜암) 큰스님, 역대 총무원장 일곱 분(8ㆍ15ㆍ23대 석주, 10대 서암, 14대 혜정, 16대 월하, 30대 정대, 31대 법장, 32대 지관) 큰스님, 총림 방장 큰스님, 원로의원 큰스님, 무소유 법정 스님, 비구니 세 분(명안, 묘엄, 대행) 큰스님 등 선지식 스물여덟 분의 영결ㆍ다비식 전 과정을 추모지정 물씬한 진혼곡 같은 내용으로 오롯이 갈무리해 담은 야단법석의 파노라마입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과정은 사진으로 판각(板刻)을 하듯이 새기고, 연화대 주변에 드리웠던 추모지정은 사경(寫經)을 하듯이 복기하며 입체적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다비장에서 펼쳐지는 야단법석(野壇法席)보다 더 진지하고 지극한 법문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원적(圓寂)으로 생자필멸을 설하고, 연화대에서 지ㆍ수ㆍ화ㆍ풍으로 천화(遷化)해가는 법체를 통해 제행무상을 보여줍니다. 인연의 발걸음들로 제법무아를 설하고, 추모객들이 흘리는 눈물로 회자정리와 애별이고를 설하는 듯싶지만 마음을 밝히고 들으면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의 역설입니다.
태어나니 병들고 늙고, 병들고 늙으니 죽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죽으니 치러야 하는 게 장사(葬事)이고 기려야 하는 게 기일(忌日)입니다. 평생을 구도자로 살다 돌아가신 스님과의 영결방법(永訣方法)은 속인들과는 달리 연화대를 만들어 화장(火葬)을 하는 다비로 치러집니다. 다비를 하는 목적이야 모두 같지만 연화대를 만드는 방법은 승가 문중이나 산사에 따라 달랐습니다.
어떤 대찰에서는 통나무연화대로 다비를 하고, 어떤 산사에서는 지푸라기연화대로 다비를 합니다. 어떤 본사에서는 생소나무연화대로 다비를 하고, 어떤 절에서는 참숯연화대로 다비를 하니 처처에 따라 연화대가 달라집니다. 흐느낌이 들썩거리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기도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영결식장 분위기는 알록달록한 만장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입니다.
법구가 다비장으로 이운되는 이운행렬도 현장을 보듯이 챙겼습니다. 소나무 연화대는 어떻게 만들고, 새끼줄타래 연화대는 어떻게 꾸려지는지도 사진으로 새겼습니다.
불기(佛紀)는 싯다르타가 탄생한 년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석가모니가 열반한 해를 원년으로 하고 있습니다. 출가수행자, 평생을 구도자로 사시다 원적에 드신 큰스님들의 행장이나 구도이력 또한 입적에 드신 해를 기준으로 하여 불기처럼 승기(僧紀)를 더해 가리라 생각됩니다.
생전의 부처님은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보이셨고, 열반에 드신 부처님은 곽시쌍부(槨示雙趺)로 전법을 보이셨습니다. 큰스님들께서 원적에 드시면서 내보이신 임종게는 염화미소(炎火微笑.불꽃 미소)로 보이신 설법이며, 큰스님들께서 연화대에서 펼치신 야단법석은 법사리로 보이신 곽시쌍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선시대 의궤, 팔만대장경 등이 국보가 되고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 가치와 그 실체를 고증 할 수 있는 실물이나 기록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6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승가의 다비 또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문화재로 등록되어 보호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더 나아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ㆍ평가되기에도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 승가에서 오롯하게 보전ㆍ계승되고 있는 다비식이 중요문화재나 유네스코에 등재되는데 필요한 기록이나 기초자료로 소용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실었습니다.
지금까지 봉행된 영결ㆍ다비식만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영결ㆍ다비식 과정에서 목견할 수 있었던 갖은 애로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대안도 시대적 눈높이로 제안하였습니다. 서울 조계사나 강남 봉은사에서도 다비식을 봉행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동시대에 살며 어둑한 인생을 살고 있는 중생들에게 지혜를 깨우쳐주신 큰스님들, 평생의 삶이 구도(求道)며 수행이셨던 스물여덟 분 큰스님들께서 사리처럼 남기신 임종게와 입멸로 전하신 불법과 지혜를 가슴에 새기거나 소장하는 것도 마음을 다스리고 불심을 고양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등신불이 된 스물여덟 분 큰스님이 당신의 몸을 불태우며 펼쳐 보이신 법사리 야단법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보고, 느껴서 널리 깨우칠 수 있도록 홍포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은이 소개
임윤수는 1960년생 쥐띠, 상변태(相變態)를 전공한 공학박사(工學博士)이다. 산을 찾아다니다보니 산사(山寺)가 보였고, 산사를 찾아다니다보니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에서 인연(因緣)이 보이고 연화대에서 피어오르는 그림자가 보였다. 아직까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마음’이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기에 산길을 걸어왔고, 걷다보면 언젠가는 그 마음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산길을 걷고, 산사를 찾아다니며 도토리를 줍듯 모아온 이런 마음 저런 풍경을 5권의 책 《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 《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2》, 《울림》, 《열림》, 《스님, 불 들어갑니다》를 출간했습니다.
재원 / 576쪽 / 5만 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