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vs 뇌》 집필, 《붓다브레인》 번역 등을 통해 뇌를 움직이는 마음의 비밀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한국 심리학계의 거장 장현갑 교수의 대중 명상 안내서.
이 책에서 저자는 명상을 할 때 일어나는 뇌파의 변화와 자율신경계 등 최근의 뇌과학 연구 성과를 독자들에게 소개함과 동시에 호흡명상, 자비명상, 마음챙김명상, 이미지 힐링 등 각종 질병의 치유와 감성, 공감 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명상법에 대해 책을 읽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다.
명상은 어떻게 과학이 되었나?
21세기 들어서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증명하는 실험 쏟아져
암, 심장병 등을 치료하는 의료 현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명상 도입 시작
의술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분야도 없지만 또한 이것만큼 오랜 시간 미신이나 주술 취급을 받은 것도 없다. 중세 유럽에서는 병에 걸린 사람은 물론 치료를 하는 사람까지 ‘마녀 사냥’ 이야기의 단골 주인공이었다. 의술이 의학이 된 건 19세기 들어서다. 마녀 사냥의 시대가 지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의술은 독자적인 영역이 아니라 여러 직업군의 부차적인 업무로만 다루어졌다. 실제 외과 치료를 이발사가 담당하는 경우도 흔했다.(이발사가 입고 있는 복장과 의사가 입고 있는 복장을 비교해 보라!)
하지만 과학의 반열에 오른 의술 덕택에 수없이 새로운 도구와 장비가 만들어졌고, 혁신적인 치료 방법이 등장했다.
이제 명상도 이런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상은 의술만큼 오래된 분야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과는 별반 관계없는 분야로 취급받아왔다. 명상이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할 때도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명상을 하면 카타토니아(catatonia)라는 일종의 긴장성 정신병의 상태에 빠진다고 생각했다. 이 상태는 정신분열증이나 기타 여러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이 잘 보이는 증세이기 때문에 이런 굴레는 명상이 보급되는데 큰 장애가 되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는 명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리학자, 심리학자, 의사들이 서서히 명상의 효과에 관한 의학적, 심리학적,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자들은 명상 상태를 마치 마리화나 같은 환각제를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이른바 “의식의 변경 상태(altered state of consciousness)"와 유사한 것으로 믿었다. 물론 이건 잘못된 상식이다.
명상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단번에 변화시킨 사건은 1981년 미국 하버드대 의해 허버트 벤슨 박사팀의 실험이었다. 허버트 벤슨 박사팀은 달라이 라마가 소개해 준 티베트 스님 3명을 대상으로 툼모(Tummo) 요가가 체온에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10년 동안 툼모 요가를 해온 한 스님은 명상에 들어가자 손가락의 온도가 5도, 발가락은 7도나 상승했다. 반면 직장(항문)에 넣어 둔 온도계는 정상 온도를 유지했다.
어린 나이에 출가해 오랜 시간 수행해온 또 다른 스님은 손가락 온도가 7도, 발가락은 4도 올라갔다. 세 번째 스님은 50세로 41세라는 늦은 나이에 출가했지만 열심히 정진한 분으로 손가락은 3.5도, 발가락은 무려 8.3도나 상승했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던, 엄청나게 추운 날씨에 티베트 승려들이 장갑이나 양말을 신지 않고 한족 팔에는 장삼도 두르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장면의 비밀이 풀린 순간이자 명상을 통해 몸을 바꿀 수 있다는 가설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1982년 1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소개돼 서구 과학자와 의학자 사이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 연구를 계기로 서구의 과학자들은 명상의 위력을 실감하고 다방면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여기에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그리고 양전자 단층 촬영 장치가 개발되어 뇌의 변화에 대해 관찰할 수 있게 되자 실제 명상을 할 때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했다.
마음을 바꾸면 뇌가 바뀐다는 ‘소문’이 진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런 연구는 명상에 대한 오해를 걷어냈을 뿐 아니라 서양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았다. 명상과 같은 마음의 힘으로 심혈관계 활동, 내분비 활동, 또는 면역 활동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는 최근의 발견들은 심신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이 등장하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현재 명상 특히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은 암이나 심장병, 치매 등의 치료에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에서는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해 주고 있다.
구글, 삼성 등 국제적 기업을 찾아간 명상
명상은 쉽게 말하면 ‘지금 여기(now and here)’에 온 마음을 집중하는 것
마음이 과거로 가거나 미래로 가지 않게 붙들어 맬 뿐 아니라 어떤 판단을 두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감성지능 계발이나 공감 능력 계발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종교를 제외하고 명상을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다. 혈압을 낮추고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고, 또 세포 분열과 관련이 있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 효소의 활동성을 높이는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명상은 심장병 환자나 우을증 환자 그리고 치매 예방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감성 지능 계발이나 공감 능력 계발 등의 분야에서 명상의 유용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의료에 이어 앞다퉈 명상을 도입하고 있는 곳이 바로 기업이다. 구글은 이미 ‘내면검색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명상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스티브 잡스의 선(禪)수행으로 유명한 애플 역시 명상의 도입으로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뿐 아니라 스트레스 감소라는 톡톡한 혜택을 본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밖에 전사적으로 명상을 도입하고 있는 유명 해외 기업으로 나이키, 도이치 뱅크, 야후, AOL 타임워너 등이 있다.
이런 추세는 국내로도 이어졌다. 포스코, 효성 등에서 몇 년 전부터 임원을 대상으로 명상 교육을 실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삼성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책의 필자인 장현갑 교수 등에게 의뢰해 명상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작년에만 21만 명의 삼성 직원들이 명상 교육을 받았다. 교육의 효과가 입증되자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명상센터 설립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신한은행 등 다른 기업들도 프로그램 개발에 진력하고 있고, 대구시 교육청 등에서는 교원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교사와 학부모 등에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명상이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감성지능 계발이나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명상은 쉽게 말하면 ‘지금 여기(now and here)’에 온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다. 단순이 들고 쉬는 호흡이나 현재의 순간에만 집중할 뿐이다. 마음이 과거로 가거나 미래로 가지 않게 붙들어 맬 뿐 아니라 어떤 판단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감성 지능 계발이나 공감능력 계발에 탁월하다. 이 책에서는 이런 예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생일이 되어 이곳저곳에서 많은 선물꾸러미들을 받아 기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많은 선물꾸러미 가운데 어느 하나의 선물꾸러미를 먼저 집어 들고 호기심을 갖고 ‘이 선물이 과연 무엇일까?’ 하고 차근차근 뜯어본 후 그 선물을 보내준 사람에 대해 고마움과 따뜻한 마음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 후, 다음 선물꾸러미 쪽으로 주의가 옮겨가야 하는 것이 자연스런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이런 순차적인 절차를 거치는가? 한 선물꾸러미를 다 풀어헤치기도 전에 이미 다른 선물꾸러미에도 관심이 쏠려가지 않는가? 하나의 꾸러미에서 취할 수 있는 기쁨도 미처 맛보기 전에 황급하게 다음으로 달려가는 마음으로 어찌 지금 이 순간의 쾌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인가?
이처럼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내 손안에서 전개되고 있는 즐거움조차 외면한 채 다음에 대한 생각으로 달려가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 너무 바빠 조용히 머물러 앉아있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하고 물어본다거나, 친구들과 분주하게 대화하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 당신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느냐고 한번 물어보라. 아마도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일이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에 온전하게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건성으로 생각하고 넋이 빠져 행동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본문 108쪽)
미래나 과거로 간 생각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자극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을 온전히 지금 여기에 묶어두기 위해 명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나에게 맞는 명상 찾기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명상 뇌파의 변화, 명상을 할 때 일어나는 좌뇌와 우뇌의 변화, 명상과 자율신경계의 변화 등 최근의 과학적 연구 성과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1부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 중 주목할 만한 부분 중 하나는 명상을 하면 왼쪽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행복해지고 열정에 찬다는 것이다. 우뇌에서 좌뇌 활용으로 중심이 이동한다는 뜻이다. 극단적으로 오른쪽 전전두피질 쪽으로 활동성이 기울어져 있는 사람은 임상적으로 우울이나 불안장애를 보인다. 명상은 이런 뇌의 활성화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왼쪽 전전두피질의 활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최근에 개발돼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명상은 뇌의 파동을 세타(θ)나 감마(γ)파로 바꿔 ‘각성’의 상태 ‘주의 집중’의 상태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문적인 명상가들뿐 아니라 짧은 기간의 명상으로도, 학습, 기억, 정서 조절, 자비심, 인지기능과 같은 고차원적인 정신 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기능과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결정적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다.
2부는 이 책 전체의 2/3분량으로 명상의 실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15~20분 정도 초보자들도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명상의 매뉴얼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는 호흡명상, 그리고 집중력을 높여주고 학습능력 등의 계발에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 집중명상(만트라명상), 통증을 줄여주고 공감능력을 높여주는 마음챙김명상 등을 각각 별개의 장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각 명상을 소개하는 장에서는 그 명상을 하게 됐을 때의 효능에서부터 실제 그 명상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자세 그리고 어떤 방법,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명상 유도문을 삽입해 독자들은 그 순서만 따라하면 한 번의 명상을 모두 마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실천 매뉴얼의 맨 앞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호흡명상이다. 호흡명상은 명상의 첫걸음이라고도 한다. 모든 명상의 기본이 되는 것.
우리가 흔히 단전호흡이라고 알고 있는 아랫배 호흡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들숨 날숨은 어떻게 관찰하는지 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호흡명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명상을 하는 동안 마음이 호흡을 떠나 방황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방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호흡 쪽으로 의식의 초점을 옮기는 과정을 통해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 호흡명상은 따로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할 수 있어 가장 기본적인 명상이자 가장 쉬운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통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이 호흡명상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집중명상은 만트라명상이라고도 불린다. 주의의 초점이 될만한 하나의 대상을 선정하고 그것을 반복해 읊조리는 것이다. 이 명상은 특히 집중력이나 학습 능력 계발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져 있다. 자신이 가진 종교나 신념에 따라 독자들은 ‘초점’의 대상을 다르게 선정할 수 있다.
마음챙김명상은 최근 들어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명상이다. 지금(今), 이곳에서(處), 일어나고 있는 경험에 대해 깨어 있는 마음(心)으로 바라보는 것(觀)’이 이 명상의 목표다. 특히 마음챙김명상은 공감 능력을 키우는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암이나 심장병 등을 가진 환자들에게 임상 적용한 결과 놀라운 효과가 인정되었다. 이런 연유로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의료보험을 적용해주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힐링이 실려 있다. 뇌는 진짜로 일어난 것과 상상에 의해 일어난 것 간의 차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우리는 이미지 힐링을 통해 미리 일어날 일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자비심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운동선수들에게는 비슷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으며 실제 일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축구선수들이나 미국 NBA 감독과 스타들도 이 방법을 계속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에 언급한 명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저자는 각 장의 말미에 명상유도문을 첨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책을 보고 따라하거나 자신이 명상 유도문을 녹음해서 실천할 수 있다. 각 명상은 초보자들의 수준에 맞게 10-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도 실천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명상유도문을 읽기나 녹음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 호흡명상, 먹기명상, 자애명상 등이 담긴 CD를 제공해 실제 명상을 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지은이 소개
장현갑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가톨릭 의과대학 외래 교수 등으로 재직했으며, 한국 명상치유학회 명예회장, 한국통합의학회 고문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인더월드, 사이언스&엔지니어링, 메디슨&헬스 케어, 리더스, 아시아)에 걸쳐 9년 연속 등재되었다. 2005년 영국국제인명센터(IBC)로부터 ‘세계 100대 교육자’에 선정되었고, 2006년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영구 헌정되었다. 또한 2006년에는 미국인명협회(ABI)로부터 ‘500인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2009년에는 ‘2009 Man of The Year 50인’으로 선정되었다. 2012년에는 “스트레스와 명상 분야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심리학의 역할을 외연적으로 넓히고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심리학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마음 vs 뇌》, 《스트레스는 나의 힘》 등이 있고 《붓다 브레인》 등의 책을 번역했다.
담앤북스 / 220쪽 / 1만 3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