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   지난호 보기  |   웰빙음식  |   좋은 글  |   음반/서적  |   울림이 있는 이야기  |   배경화면
만불사 홈 > 붓다의 메아리 음반/서적
   수행자들이 보는 반야심경 해설서 [불교도서] 2012-09-27 / 4137  

 

수행자들이 주로 보는 《반야심경》은 따로 있다

《반야심경》은 270자에 불과한 짧은 경전이다.(본문은 260자. 제목을 포함하면 270자이다. 제목을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 아닌 ‘불설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열두 자로 표기하면 272자이다.)

한역(漢譯)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경전에 주를 붙이고 해석을 시도해 왔다. 그만큼 대승불교의 핵심인 공(空)의 도리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은 아직까지도 이어져 현재 (우리나라에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반야심경》해설서가 100여 종을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사찰 의식 때 빠지지 않고 독송되는 때문인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반야심경》 해설서는 대부분 초심자를 위한 불교입문용 교재이다.

반면 선방에서 수행하고 있는 납자나 참선 수행자들은 주로 대전화상(大顚和尙, 송나라 인물로 추정)이 주해한 《주심경》과 무구자 도인(생몰년 미상)이 주해한 《반야심경주해》를 보아왔다.

이 두 주해서는 그동안 공의 도리와 함께 선 수행에 필요한 요체를 잘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유가와 도가의 논리까지 설명하고 있어 큰스님들도 소참법문 등을 통해 즐겨 강의하곤 했다.

대전화상이 주해한 《반야심경》은 그동안 현봉 스님(《선에서 본 반야심경》) 등에 의해 몇 차례 옮겨진 적이 있고 출판되어 시중에 유통된 적도 있으나 무구자 도인의 주를 해석하고 강의한 것은 대원 스님의 것이 유일했다.

대원 스님이 해설한 무구자 도인의 《반야심경주해》는 이미 2006년에 발행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으나 몇 년 전부터 가 더 이상 단행본 출판을 하지 않음에 따라 몇 년 간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이 책의 재출간을 바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고 무구자 도인의 주해와 이에 대한 해설이 실린 것은 이 책이 유일했기 때문에 2012년 윤문과 교정 그리고 디자인을 다시 해 마침내 세상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반야심경 vs 반야심경, 이 책은 어떻게 다른가?

앞에도 얘기했지만 무구자 도인 주해 《반야심경》은 주로 선방의 납자들을 위해 강설되거나 읽혀왔다. 송광사의 구산 스님(1910-1983) 등 당대의 내노라하는 큰스님들도 선방 수좌들을 위해 무구자 도인의 《반야심경주해》를 강의해 왔다.

무구자 도인 주해의 《반야심경》은 공의 도리뿐 아니라 (대전화상의 《주심경》에 비해서도) 유교와 도교의 핵심 사상까지 더 많이 아우르고 있다.

더불어 이번에 재출간된 책에는 무구자 도인의 해석뿐 아니라 우리 시대 최고의 선지식 중 한 명이라고 알려진 한암대원 선사의 강설도 잘 버무려져 있다.

무구자 도인의 주해 그리고 한암대원 선사의 강설의 뛰어남은 책의 첫머리부터 확인할 수 있다.

《반야심경》의 첫머리인 ‘마하’는 보통 ‘끝이 없이 넓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이건 문자에 대한 해석이요 초보자를 위한 방편의 강설일 뿐이다. 이에 대해 무구자 도인은 야보도천 스님의 말을 인용하며 ‘온 우주 법계에는 벽이나 울타리가 없고 팔면에 문도 없다’고 말한다. 덧붙여 무구자 도인은 ‘맞아들여도 그 머리를 보지 못하고, 따라가도 그 뒤를 보지 못한다’는 도가의 소식, ‘우러러봄에 더욱 높고, 뚫어 봄에 너무 견고하며, 멀리 앞에 있음을 보았는데 홀연히 뒤에도 있다’는 유가의 소식을 함께 전함으로써 ‘마하’라는 문자의 의미를 통해 곧바로 대도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게 한다.

여기에 덧붙여진 한암대원 선사의 강설은 무구자 도인의 주해 못지 않게 활달자재하다. 스님은 ‘마하’에 대해 “우리가 빗방울의 숫자를 알지 못하듯 이 법계의 모래 숫자도 헤아릴 수 없다”면서, “사람이 쓰는 천태만상의 마음과 수천수만의 생각도 기기묘묘한 법의 실상”임을 역설한다. 우주만물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이것’의 본질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게 만드는 묘한 힘이 느껴진다.

이 책은 이렇게 《반야심경》의 첫머리인 ‘마하’로 시작해 마지막 ‘모지사바하’ 그리고 후송에 이르기까지 선 수행의 핵심을 《반야심경》과 무구자 도인의 주해에서 뽑아내고 있다.

특히 무구자 도인의 주해는 속장경에 실린 원문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으며 그 원문에 있는 오탈자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註)를 통해 상세히 밝히고 있어 더욱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무구자 도인은 누구인가

《반야심경》에 주해를 붙인 무구자 도인에 대해서는 한중일 어느 문헌에도 밝혀져 있는 것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원나라와 명나라 이전의 인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그가 출가한 승려였는지 속인이었는지 조차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반야심경 주해》의 논리가 불교의 핵심 요체를 잘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수행자를 위한 지침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무구자 도인의 《반야심경주해》는 이례적으로 대장경 안에 삽입되기도 했다. 1902년에 착수해 1912년 완성된 대일본속장경(흔히 속장경으로 불림)에도 무구자 도인의 《반야심경 주해》는 포함되었고 이후에 만들어진 장경에도 되풀이 돼서 포함되고 있다. 그만큼 이 주해서는 수많은 선사들이 선의 요체를 드러낸 것으로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불광출판사 / 456쪽 / 신국판 / 2만 2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中國 日本 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