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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수관음 - 올림픽 장식한 그들은 모두 '청각 장애인'이었다 [불교도서] 2009-01-02 / 4442  

 
잔샤오난 지음|유소영 옮김|일빛|264쪽|1만5000원

2004년 9월 그리스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 폐막식. 중국인 여자 12명, 남자 9명이 무대에 올라 한 줄로 길게 늘어섰다. 맨 앞의 무용수는 정지 동작으로 관음 조상(彫像)을 연출했고 그 뒤로 40개의 팔이 각기 다른 각도로 펼쳐졌다. 5분54초 동안 음악을 타고 다양한 그림을 빚어낸 그 공연 제목은 《천수관음(千手觀音)》. 그들은 모두 청각을 잃은 장애인들이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장애인 예술단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리듬도 무용도 몰랐던 그들이 어떻게 《천수관음》을 탄생시켰는지, 무대에 오른 21명의 꿈이 어떻게 실현됐는지가 펼쳐진다. '눈과 팔을 바쳐 아버지의 병을 고친 공주가 부처로부터 1000개의 눈과 팔을 받아 천수관음이 되었다'는 게 중국에 전해지는 전설이다. 무용 《천수관음》은 그 전설을 더 드라마틱하게 재현한 셈이다.

평균 연령 20세의 단원들은 지옥훈련으로 체형을 다듬고 춤과 박자를 익혔다. 《천수관음》은 개성이 아닌 통일성, 부분이 아닌 총합이 중요한 공연이었다. 1초, 한 박자 만에 모든 동작을 가지런하고 아름답게 천수의 모습으로 보여줘야 했다. 앞뒤로 몸을 밀착시킨 단원들의 손과 손 사이 거리는 3㎝였다. 손을 내밀었다 거두는 동작만 하루 수천 번씩 반복했다. 야단을 쳐도 듣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한 단원의 손목에 사인펜으로 표시를 했다. 손의 위치를 벽에 그린 다음 면벽하고 그 각도에 맞게 손동작을 연습했다.


공연된 《천수관음》은 섬세하고 조화로웠다. 무용수들은 북소리를 귀가 아닌 발의 진동으로 느꼈다. 그들이 처음에 리듬을 익히고 음악과 한 호흡으로 춤을 추는 데는 수화 선생의 역할이 컸다. 네 명의 수화 선생이 네 모서리에 서서 수화로 리듬을 전달했다. 청각을 시각화한 것이다. 관객은 거꾸로, 그들의 몸동작을 통해 그들의 말을 '듣게' 된다.

《천수관음》은 단순히 우수한 무용 작품이 아니라 세계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하나의 사회집단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됐다. 그들은 모든 불가능을 '온몸으로 밀고나가' 결국 가능으로 만들었다. 중국 장애인 예술단 예술감독이 쓴 무대 뒤의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안무가 장지강(張繼鋼) 인터뷰를 비롯해 중국 CCTV가 촬영한 《천수관음》 관련 DVD도 수록돼 있다.


<출처 : 조선일보>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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