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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과 소통하는 땅끝 작은절 이야기 [불교도서] 2010-01-26 / 5506  

 
이 땅 맨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사찰 미황사. 이 궁벽한 산골의 작은 절이 황폐한 이미지를 벗고 어느새 1년 1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됐다. 뿐만 아니라 ‘템플스테이를 하고 싶다’며 절에서 하룻밤 묵어 가는 사람도 한 해 5천명에 달한다. 시골 사찰 거개가 불자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돌아볼 때, 미황사는 세상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신기원을 이룬 셈이다.

저 땅끝 산골의 작은 절 미황사가 어떻게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을까.
해법은 멀리 있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오늘날의 미황사를 만들어낸 감독 겸 주인공인 주지 금강(金剛) 스님은 “나는 그저 차 한잔 건넸을 뿐”이라고 했다. 참 쉽다. 하지만 그저 차 한잔이 아니었다. 금강 스님은 절에 오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차를 나누어주었고, 그 덕분에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그 속에서 사람들의 고뇌를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었다.

그뿐인가. 스님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고민을 풀어내기에 적절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인생상담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이런 스님의 일상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전해져 찾아드는 발길에 절 마당이 북적이게 됐다.

이때부터다. 금강 스님은 십 수년 전 미얀마에서 세운 서원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미얀마 수도 양곤 마하시 선원을 방문했을 때, 국적을 가리지 않고 승속의 구분도 없이 모여든 수많은 수행자들이 날마다 그곳 스님들에게 수행을 점검 받는 모습을 보았다. 더구나 자원봉사와 보시로 운영되는 수행처의 모습을 보면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2500년 전 일군 승가의 모습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그런 수행처를 만들겠다’는 서원을 세웠었다.


  금강 스님이 쭉정이는 다 버리고 고갱이만 남겨 놓은 모습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설명하는 눈 덮인 미황사 전경.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수행공동체를 구체화하는 일은 템플스테이로 시작했다. 절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일상적인 산사의 24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도록 하는 일이었다. 땅 끝에서 천년을 살아온 작은 절이라는 한계에서도 주변의 우려와 달리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용기를 얻어 참선수행 프로그램인 ‘참사람의 향기’를 개설했다. 이 역시 신청자들이 매회 정원을 넘어서며 수행자들에겐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가장 먼 땅 끝 마을의 작은 절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그 사찰만이 갖는 아름다운 사계와 지극히 서정적인 분위기 등 장점을 부각시킨 역발상이 빚어낸 성공이었다. 여기에 수행자로 살아가는 주지 금강 스님의 수수한 일상이 더해지면서 미황사는 바쁜 일상과 경쟁사회에 내던져진 현대인들의 안식처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세간 사람들은 산사체험, 마음의 휴식, 참선수행, 아름다운 풍광, 심신의 치유를 위해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다양한 마음을 안고 미황사를 찾고 있다.

미황사의 성공요인은 또 있다. 마을 주민을 산사음악회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서 보듯 마을 주민을 사찰의 주인으로 받드는가 하면, 폐교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면서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이다. 그래서 미황사 사하촌 사람들은 절 일을 내 집안 일 하듯이 한다. 덕분에 마을에서 매년 한번씩 지내는 당제도 자연스럽게 스님의 몫이 됐다.

금강 스님이 서원했던 “사람들 스스로가 이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땅끝 농투성이들의 의지처가 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해 하고, 멀리서 미황사라는 절 이름만 생각해도 삶의 활력소가 되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일구는 그런 ‘미황사공동체’”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그런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산 흔적들을 남긴 기록을 모아 불광출판사에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라는 수행자의 살가운 에세이집으로 만들었다. 이 책 속에 실린 금강 스님의 글에는 사람들과 호흡하는 미황사의 사계와 24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때문에 글에는 한겨울 온돌방에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배어있고, 마치 따뜻한 차(茶) 같기도 하다. 1만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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