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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감춘 땅 [불교도서] 2008-09-09 / 3403  

 
● 책소개
오지 암자 기행!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조현의 『하늘이 감춘 땅』. 1990년대 말부터 고정관념을 깨는 선(禪)적 글쓰기를 통해 수행과 수도, 그리고 명상을 대중 속으로 이끌어낸 저자가, 1년간의 취재를 거쳐 '한겨레'와 '인터넷 한겨레', 그리고 '네이버' 등에 연재해온 칼럼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개발과 욕망의 광풍을 비켜나간 오지 암자 기행기다. 월출산 상견성암, 달마산 도솔암, 무등산 석불암, 봉정사 중암, 그리고 묘향대 등 하늘이 감추어놓은 것처럼 속세로부터 슬쩍 비켜선 암자 29곳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바쁘고 복잡한 일상을 견뎌내느라 쉼을 잊어버린 우리를 암자로 안내하여 웅숭 깊은 휴식 한 대접을 마시게 해준다. 아울러 속세를 잊고 홀로 청정하게 살아가는 산승의 삶도 담아냄으로써 겸손하고 순박한 마음살이를 배울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사진을 함께 담아내 분주한 우리의 마음을 다독인다. 전체컬러.

● 저자소개

저자 조현

우리 민족 고유의 선도(仙道)와 참선으로 아침을 연 지 오래다. 그러나 그것이 수행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차와 곡차를 마시고, 혼자 머물고, 잠을 자는 일체의 삶이야말로 그에겐 선(禪)이며, 수행과 수도와 글쓰기가 노는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고정관념을 깨는 선(禪)적 글쓰기를 통해 수행·수도, 명상을 대중 속으로 끌어냈다. 또 전 세계적인 생태, 공동체마을들을 찾아 대안적 삶들을 소개했다.
6년 전에는 신문사를 1년 쉬고, 히말라야와 인도 오지를 순례하며 달라이라마와 틱낫한 등 세계적인 영성가들을 만나고, 명상센터들을 찾아 직접 수행했다. 신문사 안팎에서 그의 별명은 ‘선사(禪師)’다. 그러나 그런 별칭이나 직업인 기자의 삶에 갇혀 있기보다는 자연인 그대로 살아가길 좋아한다.
저서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영혼의 순례자》,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공저),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은둔》 등이 있다.
<한겨레> 종교전문기자이자 저술가로서, <한겨레> 지면 외에 <인터넷한겨레>의 ‘조현 기자의 휴심정’, 네이버의 ‘조현 기자의 명상의 샘’에도 글을 쓰고 있다.

● 목차

만남

1. '지혜로운 이인'이 지상에 내려오다
1. 금지선을 넘어 천길 벼랑 끝으로 - 묘향대
2. 절대고독 20년 세월의 동행 상무주암
3. 부처를 품은 산 아래 작은 지붕 - 금대
4. 깊은 골짝 안개 끝, 신령의 고향 - 영원사
5. 변강쇠와 옹녀, 부처님이 함께 놀던 곳 - 벽송사
6. 절보다 더 절 같고, 스님보다 더 스님 같은 - 기원정사

2. 하늘이 감춘 땅
1. 영원히 정지한 첫사랑이여 - 월출산 상견성암
2. 한반도 땅끝으로 달마가 온 까닭은 - 달마산 도솔암
3. 어머니 같은 산에 퍼진 애끓는 사모곡 - 무등산 석불암
4. 세인의 고단함 도닥이는 천상의 샘물 - 금수산 정방사
5. 고와서 서러운 금단의 영역 - 운문사
6. 하늘 등불 아래 천년 묵은 봉황 - 봉정사 중암

3. 신비가 문을 연다
1. 천 길 낭떠러지 끝 구원의 밧줄 - 변산 부사의방
2. 천상의 길 비추는 달빛 - 변산 월명암
3. 하늘도 감동할 공덕을 보시라 - 사불산 사불부처
4. 40여 년 묵언한 석봉의 자취를 찾아 - 계룡산 천진보탑
5. 새로운 후천세계가 열리는 곳 - 대둔산 석천암
6. 반 허공에 세워진 선지식 도량 - 영축산 백운암
7. 두만강 너머 조국을 품은 터 - 간도 일광산 범바위

4. 달도 잠든 밤 나 홀로 밤을 밝히네
1. 신과 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 - 희양산 월봉토굴
2. 스님의 거처, 아니면 도둑의 소굴 - 봉암사 용추토굴
3. 흰 구름 머무는 암자 위의 천년학 - 봉암사 백운암
4. 순백으로 뒤덮인 선사들의 도량 - 태백산 도솔암
5. 길 없는 길 저편의 하얀 연꽃 - 태백산 백련암
6. 네 종정이 부처처럼 머물던 천하 길지 - 운달산 금선대

5. 법당 안의 부처를 해탈케 하라
1. '못난 부처' 홀로 웃는 부처님 집 - 팔공산 오도암
2. 부처 아님이 없는 만생명과의 만남 - 천성산 화엄벌
3. 깎아지른 절벽 위'지혜'의 곳집 - 사성암
4. 삼라만상에 개화할 불알의 씨 - 울금바위 원효방

글을 마치며

● 책 속으로

노고단 산장과 임걸령과 노루목을 지나 아는 사람만 아는 샛길로 빠진다. 그때부터 겨우 사람 하나 지나다닐 만한 가파른 오솔길을 오르내리기를 몇 시간. 멀리 아련한 꿈속마냥 집 한 채가 보인다. 묘향대다. 바랑 하나 메고 전국을 만행하는 선승들조차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한다는 전설의 묘향대는 지리산 중봉 아래 있다. 굳건한 암벽 바위가 둘러싼 요새 중의 요새다. 묘향대는 여기서 독야청청이다. -21쪽

상무주암에 오르기 전 꿈속의 삶이 너무나 복잡다단해서였을까, 아니면 청정한 암자의 음식이 오히려 오염된 세인에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일까. 암자에 머문 3일 동안 설사가 끊이지 않아 찬물도 마시지 않고 설사를 멈출 일을 고심하는데, 스님은 오히려 딴소리다. “찬물도 계속 마셔서 몽땅 쏟아버려. 버릴 것은 버려야지!”
-39쪽

종림 스님이 시종일관 손을 꼭 잡아준다. 마친 연인처럼, 엄마처럼. 새벽 공기는 찼지만 종림 스님이 꼭 잡은 손을 통해 전해오는 그 마음이 우주를 따사로운 햇살로 채운다. 추위도 잊고, 그곳이 동양제일의 명당인 것도 이제는 잊는다. 이슬 서린 지리산의 나무와 풀과 공기가 말한다. 세상을 온통 명당으로 만드는 것이 이렇게 따뜻한 손인 것을. -48쪽

그 청정한 수행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동안, 나는 그분들과 별을 보면서 많은 수행담을 나눴다. 비록 출가하지 않았지만 출가 수행자들보다 더 청정하고 용맹하게 정진하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하룻밤을 그렇게 보낸 뒤 나이 든 재가의 선객들이 언제 다시 볼 줄 모르는 내 손을 놓을 수 없다는 듯 꼭 잡았다. 꼭 다시 이곳에 와서 수행을 이어가 견성하라는 간절한 서원을 담은 손짓이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대덕행 보살이 눈시울을 적셨다. -75쪽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저 멀리 고갯마루에서 인기척이 난다. 잠시 뒤 한 젊은이가 등짐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암자 마당에 들어선다. 삼십대 중후반인 듯하지만 용모는 이십대로 보일 만큼 젊고, 수줍음에 얼굴 붉어지는 그 표정은 어느 산골의 사춘기 소년이다. 상견성암에서 홀로 수행 중인 범종 스님이다. 오도 가도 못하는 장마철이 오기 전에 쌀과 김치를 구해서 지고 올라오는 길이다. 수줍음 많은 산승은 “도갑사에서 객이 상견성암에 올라갔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래에서 시간을 지체하다가 이 시간쯤 되면 하산했겠지”라고 생각했단다. 그럼에도 이쯤 되니 불청객을 인연으로 받아들인다. -86쪽

석불암 대정 스님은 세파와는 도무지 상관없는 옛 선인의 모습이다. 세상 사람들과 섞여 살지 않는 자의 수줍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누구도 찾아오거나 들여다보기 어려운 이 깊은 산골로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17년을 살았으니, 세상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그 어머니는 몇 개월 전 돌아가셨다. 그는 이제 혼자다. 홀로 된 자의 깊은 고독이 그의 눈동자에 어려 있다. 어머니 얘기가 나오면서 그의 눈은 뜻 모를 고독과 환희가 교차한다. -167쪽

‘하늘이 감춘 땅’은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봉암사 선승들만이 아니라 희양산의 산신도 외부인을 경계하는지 모를 일이다. 날다람쥐들처럼 숲속을 헤치고 달리는 산승들과 함께 가던 한 일행이 계곡에서 굴러 팔을 다친다. 토굴의 중간도 못 가서 사고가 난 것이다. 팔이 부어오르고 조금만 만져도 아파한다. 그러니 더 이상 그의 산행은 무리다. 하는 수 없이 일행을 주지 스님과 함께 하산케 하고 산행을 계속한다. 가파른 산길을 한 시간쯤 올랐을까. 멀리서 인간 세상이라곤 믿기 어려운 풍경이 나타난다. 월봉토굴이다. -225쪽

인간의 탐욕과 폭력 앞에 더 이상 갈 곳 없는 산짐승들이 인간들보다 더 산승을 잘 이해할지 모른다. 백두대간 일대의 산짐승들은 사냥꾼의 총소리가 나면 동물적 감각으로 살기 위해 희양산으로 도망쳐온다고 한다. 이 일대 산꾼들 사이에서 그런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희양산은 동식물들의 낙원이다. -228쪽

선승은 무엇 때문에 전기도 전화도 없는 이 높고 춥고 외로운 외딴 암자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일까. 이런 의문과 가쁜 숨이 가슴을 옥죄어올 때쯤 멀리서 도솔암 해우소 한 켠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저곳에 오르면 ‘근심을 해소’할 수 있을까. 더욱 숨찬 가슴이 막바지 고개를 올라채는 순간 갑자기 막혔던 시야가 열린다. 지금까지 올라온 골짜기와 달리 도솔암에선 시야가 툭 트였고, 천하의 산이 눈 아래 도열해 있다. 도솔암은 마당 한 뼘 없고, 마루 아래는 위태위태한 벼랑 끝이다.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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