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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불교와 만나다 [불교도서] 2008-11-20 / 4037  

 

이명박 정부의 공직자 종교차별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사상과 기독교철학이 조우하는 지점을 모색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본지> 유응오 편집부장이 출간한 《영화, 불교와 만나다(아름다운 인연)》이 바로 그 것. 이 책은 영화와 불교의 교집합을 찾는데 그치지 않았다. 더불어 불교와 기독교, 나아가 불교와 서구철학이 만난 경계를 모색하려 한다.

대중예술을 통해 쉽게 불교를 이해할 수 있는 《영화, 불교와 만나다》는 12개의 주제로 총 52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중 불교를 제재로 한 영화는 고작 8편에 불과하다. 불교라는 프리즘을 통해 예술영화와 일반 대중영화를 분석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핵심을 향한 빠른 발걸음이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당기는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불자인 저자는 불교를 제재로 한 영화만을 고집하지도, 그를 높이 평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대표적인 불교영화로 꼽히는 <리틀 부다>와 <티벳에서의 7년>에 대해 “불교의 이미지가 왜곡돼 있다”면서 서구인이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인 ‘오리엔탈리즘’에 빠졌다고 혹평했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대해서도 “불교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그 내용은 온통 기독교적인 상상력으로 채워져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 근거로 성경의 원죄모티브를 따르고 있는 스토리를 든다. 그리고 저자는 ‘복제 오리엔탈리즘’이 영화 바탕에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기독교적인 영화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나 잉마르 베르히만의 <산딸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와 같은 기독교를 제재로 다뤘거나 기독교 사상에 입각해 만들어진 영화들에 대해서는 외려 호평을 하고 있다.

영화와 불교 한자리에 놓고 ‘성찰’ 제시
연기·유식·화엄·여래장·선(禪) 사상 담아

<밀양>을 해석하면서 저자는 ‘성속일여(聖俗一如)’의 가르침을 끌어온다. 저자는 ‘구원’이란 성(聖)의 영역에서 속(俗)의 영역으로 내려오는 ‘은밀한 햇볕(밀양 密陽)’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세간과 출세간, 차안과 피안, 역사현실과 하늘나라, 현상계과 본질계, 시간과 영원 등 이원론적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종교가 아니라 ‘여래장(如來藏)’사상이나 ‘하나님의 모상론’처럼 성속이 둘이 아닌 종교가 될 것을 주문한다.

<산딸기>와 <솔라리스>를 높이 평가하는 까닭도 같은 이유에서다. 저자는 이 작품들에서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인 ‘인간의 시간’과 들뢰즈(Aion)의 아이온의 시간을 유추해내고 다시 불교의 화엄학이나 유식학과 상당히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러한 저자의 견해는 다종교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종교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불교’라는 소재를 넘은 대중·예술 영화에서 투영된 불교사상을 집어내 다시 분류해 풀어낸다. 특히 연기·화엄·여래장·선·생태주의까지 다양한 불교 사상을 적확히 주제별로 집어낸 부분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근대화의 폭력에 복수의 칼날을 들다’는 〈소름〉,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알 포인트〉에서 라캉의 사상과 파시즘의 관계를 읽고 이어서 연기사상과 업보의 가르침을 끄집어낸다.

또한 ‘울울창창한 숲에서 대자연의 모음(母音)을 배우다’는 〈데루수 우자라〉, 〈늑대와 춤을〉, 〈가타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를 텍스트로 생태주의와 불교사상의 합일성을 찾는다. ‘사이버스페이스, 그 허깨비 장난의 놀음’에서는 〈매트릭스〉,〈토탈리콜〉, 〈터미네이터〉를 소개하면서 사이버 세상에서의 불교적 해법에 대해 모색한다.

《영화, 불교와 만나다》는 저자가 임권택, 배창호, 장선우, 장윤현, 윤종찬, 김지운, 공수창, 김태용 감독에게서 직접 들은 영화 제작 배경이 녹아있어 독자에게 현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한편,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는 9월 16일 《영화, 불교와 만나다》를 영화 및 불교 분야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지난 9일 출시된 《영화, 불교와 만나다》는 발간 즉시 일반 매체와 불교계 매체에 기사화된 뒤 각종 카페와 블로그 등에 기사가 옮겨지면서 독자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출처 : 불교투데이 9월 17일자>
[위 기사는 영천 만불사에서 스크랩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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