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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마무리 - 법정스님 2008-11-20 / 2771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정에서, 길 가운데서 잃어버린 첫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사는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결과, 세상에서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기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 연금술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찬사를 보내는 것, 남이 가진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어쩌다 건강을 잃고 앓게되면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 것인지 저절로 판단이 선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취가 훤히 내다보인다.
값있는 삶이었는지 무가치한 삶이었는지 분명해진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지녔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릴 때가 온다.
반드시 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 망설인다면 그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본래 내 것이 어디 있었던가.
한때 맡아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니 시시로 큰마음 먹고
놓아버리는 연습을 미리부터 익혀두어야 한다.
그래야 지혜로운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을 부 라고 잘못 알아서는 안 된다.
부는 욕구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차지하거나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할 때 우리는 가난해진다.
그러나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한다면 실제로 소유한 것이 적더라도 안으로 넉넉해질 수 있다.
우리가 적은 것을 바라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가진 것을 다 가지려고 하면 인생이 비참해진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 그리고 그 그릇에 차면 넘친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이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그때는 이미 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다가 간 자취를 미리 넘어다 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젊은 시절이나 다름없이 생활의 도구인 물건에 얽매이거나
욕심을 부린다면 그의 인생은 추하다.
어떤 물질이나 관계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인생의 황혼기는 묵은 가지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꽃일 수 있어야 한다.
이 몸은 조금씩 이지러져 가지만 마음은 샘물처럼 차오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무가치한 일에 결코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간에 항상 배우고 익히면서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누구나 삶에 녹이 슨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삶의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묵혀 두지 않고
거듭거듭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
이런 사람은 이 다음 생의 문전에 섰을 때도 당당할 것이다.


법정스님'아름다운 마무리'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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