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 어느 곳에나 두루 하신 세존이시여! 새벽녘 동터 오는 여명을 향해 우렁차게 울리는 저 쇠북소리처럼 우리네 삶을 더욱 청아하게 하시고, 눈보라에도 굳건히 자리한 저 가야산처럼 높고도 꿋꿋한 기상을 가지도록 하소서. 빛살 같은 지혜의 보검(寶劍)으로 저 칠흑과 같은 중생들의 무명을 베어 내시고, 탐(貪)․진(瞋)․치(痴) 독한 업식을 남김없이 몰아낼 수 있도록 하소서. 자비로운 마음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를 우리 모두의 가슴에서 피어내시며, 시방세계 온 누리에서 자비의 씨앗을 걷도록 하소서. 이제까지 미워하고 반목하던 사람들같이 서로 손잡게 하시고, 가난하고 고난 받던 사람들 서로 화락(和樂)하고 복 받게 하소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빈 거리를 서성이거나 그늘에서 피는 꽃들에게 더 많은 빛을 주시고,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가진 이들과 억울한 울음을 삼키는 자들에게 따뜻한 손길과 위로의 말씀을 더 많이 하게 하소서. 그리고 외로워하는 자들에게는 비둘기 같은 친구가 되게 하시고, 정의롭고 화목한 사회가 되도록 하여 민족이 다툼 없이 하나 되게 하소서. 이때까지의 삶을 지극하고 성실하게 살게 하시고, 마음이 푸근하고 겸손하던 이들은 올해도 또 그렇게 하도록 하소서. 한 올 두 올이 모여 동아줄이 되듯이, 한 방울 두 방울이 모여 시냇물을 이루듯이, 적은 것이라도 가벼이 하지 않도록 하시고, 많다고 하여 자만하지 않도록 하소서. 진리에 목마른 자들에게 끝없는 광명을 놓으시고, 감로(甘露)의 범문을 펼치게 하시어 그 인연으로 모두 함께 본연(本然)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세존이시여. 우리 모두 임을 우러르는 이 아침, 이 그윽한 마음으로 이 한 해를 살게 하시고, 늘푸른 나무처럼 더욱 싱그럽게 영원한 생명의 들판에 서게 하소서. 이제, 촛불이 몸을 태워 빛을 내듯이, 향이 몸을 사루어 향기를 내듯이, 이 작고 청정한 기원이 모든 이들 가슴에 닿아 온 세상 큰 빛으로 돌아오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