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설의 대명사 성석제가 새 작품집 《지금 행복해(창작과비평사)》를 출간했다. 이 작품집의 특징은 이경재 평론가가 평했다시피 문체에서는 건조한 산문성을, 제재에서는 여행을 들 수 있다.
그간 작가가 독자들을 홀린 문체는 구술적 특성, 요설에 가까운 다변, 연민에 가득 찬 유머와 허풍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집에서는 이러한 특징들이 한층 엷어졌다. 시적인 에스프리esprit(실제 작가는 시인이기도 하다)가 사라진 자리에는 건조한 산문성이 남았다.
따라서 응당 읽는 재미는 예전에 비해 덜해졌다.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고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게 되는 소설. 그 중간 중간에 심하게 웃어서 배도 아프게 하는 소설. 그런 성석제의 소설들을 기대했다면 이번 작품집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이 소설집에는 유난히 여행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피서지에서 생긴 일>,<여행>,<설악풍정>이 그 대표작이다. 성석제의 이전 소설들이 고려 패관문학에 뿌리를 뒀다면, 이번 작품집은 로드로망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