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현대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활동사진’이라는 신기한 볼거리에서 대중예술의 반열까지 오른 영화는 이제는 현대인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텍스트이다. 이런 영화를 불교라는 프리즘으로 투영시킨다면 어떤 조우가 가능할까?
불교 인터넷 언론‘불교투데이’유응오 편집부장이 영화와 불교가 만나는 지점을 모색한 〈영화, 불교와 만나다〉를 내놨다. 이 책이 눈길이 가는 부분은 단순히 영화와 불교의 교집합을 찾는 데 그치지 않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확장된 지평은 기독교를 넘어 서구철학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는 책에 언급되고 있는 주요 영화를 봐도 알 수 있다. 총 52편의 영화를 다루고 있는 〈영화, 불교와 만나다〉에서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는 〈화엄경〉,〈만다라〉,〈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등 8편에 불과하다.
저자는 ‘불교’라는 소재를 넘은 대중·예술 영화에서 투영된 불교사상을 집어내 다시 분류해 풀어낸다. 특히 연기·화엄·여래장·선·생태주의까지 다양한 불교 사상을 적확히 주제별로 집어내는 부분은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실제‘근대화의 폭력에 복수의 칼날을 들다’는 〈소름〉,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알 포인트〉에서 라캉의 사상과 파시즘의 관계를 읽고 이어서 연기사상과 업보의 가르침을 끄집어낸다. 또한, ‘울울창창한 숲에서 대자연의 모음(母音)을 배우다’는 〈데루수 우자라〉, 〈늑대와 춤을〉, 〈가타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를 텍스트로 생태주의와 불교사상이 합일성을 찾는다. ‘사이버스페이스, 그 허깨비 장난의 놀음’에서는 〈매트릭스〉,〈토탈리콜〉, 〈터미네이터〉를 소개하면서 사이버 세상에서의 불교적 해법에 대해 모색한다.
책은 단순히 작품에 대한 애호만 있는 것이 아닌 통렬한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 〈리틀 부다〉,〈티벳에서의 7년〉,〈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등으로 구성된 ‘달은 안 보고 달 가리키는 손가락 끝만 보네’는 서구에 비친 불교가 왜곡되고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대해서는 ‘무늬만 불교’라고 혹평한다. 책의 한 구절을 보자.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절이지만 영화는 성경의 원죄 모티브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영화 속의 여자는 마치 하와가 아담을 꼬였던 것처럼 남자 주인공을 유혹하고, 이로 인해 사내는 성역인 절을 떠난다. 〈중략〉 영화의 말미도 불가의 전통과는 상반된다. 산으로 불상을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 그의 모습은 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 예수처럼 보인다.”
결국 소재는 불교이지만, 내용은 온통 기독교적 상상력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저자는 적확히 간파한다.
이렇게 저자는 영화에서 우리 시대에 어떤 성찰을 짚어 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결국 영화를 해석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부분은 모두 각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