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님 27인이 전하는 마음을 살리는 지혜 《마음살림》. ‘염화실 향기’라는 이름으로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한국 불교의 눈 밝은 선승 스물입곱 명의 말씀을 엮은 것이다. 상처 난 마음을 위로 받고, 악하고 추한 마음의 때를 싹 씻어내는 마음 훈련법을 배울 수 있다. 한국 불교의 근대사에서부터 스님과 사찰 대대로 이어지는 계보, 여러 경전을 인용한 경구, 윗대 선승들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 불교에 해박한 내용들을 담았다.
꿋꿋하게 지켜온 무욕 청빈의 삶,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행,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맞이한 안락한 죽음까지 현대인의 시들거리는 정신을 깊게 울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출가 60년 동안 산 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은둔한 원명 스님, 평생 한 명의 제자를 들이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운수납자 동춘 스님, 생활 속에 불교를 실천하는 월주 스님 등 깨달음으로 가득한 그들의 삶을 통해 마음 수행의 길을 엿볼 수 있다.
마음으로 팍 엎드려지는
스물일곱 선승의 ‘마음 살림’을 배우다
이 책에 소개된 스물일곱 선승들은 오직 ‘마음’ 하나 확실하게 닦겠다고 일찌감치 산중 깊숙이 들어앉은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 스승에게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혹독한 담금질을 거쳤으며, 일생을 몸은 가난에 두고 마음은 땅바닥까지 낮춰 살았다. 대개 법랍 60년을 넘긴 큰스님들은 불교 수행자들에게는 지엄한 마음의 스승이요, 신자들에게는 갈 길을 알려주는 인생의 멘토로 발걸음이 바쁘다.
남다른 만행과 기행을 한 스님(활안, 이두, 성수),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을 보여주는 스님(고우, 지관, 혜정, 무여), 대장부의 늠름함과 칼 같은 예리함을 숨기지 않는 스님(진제, 보성, 고산, 법흥, 도문, 명정), 당신의 해탈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챙기는 스님(월주, 천운), 평생 산문 밖으로 발길 두지 않고 몇 마디 말조차 삼가는 스님(동춘, 원명), 선가의 인사법대로 벼락같이 고함부터 지르는 스님(활안, 성수),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비구니 스님(묘엄, 광우, 혜해) 등 스물일곱 스님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다. 그중 한국 불교 간화선의 대가로 알려진 진제 스님에게는 세계적인 종교 석학들이 만남을 청해오고, 보성 스님은 달라이 라마, 틱낫한 같은 명망 높은 종교인들과 교류하며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저자는 ‘박물관 불교’, ‘골동품 선’이 아니라, 큰스님들을 만나 듣고, 보고, 배운, 사람 냄새 펄펄 나는 ‘생활 속 선’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큰 스님들의 ‘마음 살림살이’, 일상 속 ‘마음 살리기’라는 두 가지 뜻을 담아 이 책 《마음살림》을 펴냈다. 덜그럭 덜그럭 요란한 우리네 살림살이와 달리 평화로운 노승들의 마음 살림. 그 속에서 우리는 상처 난 마음 위로받고, 악하고 추한 마음의 때를 싹 씻어내는 마음 훈련법을 배운다.
드라마틱한 인생사, 혹독한 수행담, 안락한 죽음까지
깊은 울림으로 시들한 정신을 흔들어 깨우는 이야기 한가득
직장일, 집안일의 스트레스에 찌들어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인 채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 세상 일 모르쇠하고 산중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 아니다. 허나 마냥 평화로울 것만 같은 산중 큰스님들의 지난 세월도 그리 고요하지만은 않았다. 책 속에는 윗대 스승과 얽히고설킨 깨달음의 드라마, 시대가 변하든 말든 꿋꿋하게 지켜온 무욕 청빈의 삶,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수행, 그리고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맞이한 안락한 죽음까지 깊은 울림으로 우리들의 시들한 정신을 흔들어 깨우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3년간 하루 9시간 참선으로 췌장암을 극복한 설정 스님, 생존하는 스님 중 유일하게 ‘한국 불교의 못자리’ 금강산에서 출가한 비구니 혜해 스님, 폐결핵에 걸려 요양차 찾은 절에서 그대로 출가한 고우 스님, 조선 말 이름 높은 선사 혜봉 스님의 딸로 어머니까지 출가해 온 가족이 깊은 불연을 맺은 비구니 광우 스님, 1949년에 한국 전쟁을 예언한 도문 스님, 스승의 걸인 만행을 좇아 거지로 엿장수로 넝마주이로 살았고 두 번이나 뇌졸중을 극복한 서정 시인 이두 스님, 《법화경》 연구에 일생을 바치고 《묘법연화경》 3권 완간 작업에 10년을 매달린 현해 스님, 빨치산에게 붙잡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죽음의 공포와 괴로움을 벗고자 출가한 월서 스님, 당신의 열반을 예감하고 한 달 전 제자들의 절을 다 돌아본 혜정 스님, 청담 스님의 속가 딸이자 성철 스님의 유일한 비구니 제자인 우리나라 비구니계의 ‘엄친딸’ 묘엄 스님, 고교 동창으로 함께 출가한 월주 스님과 혜정 스님, 생활 속에서 불교를 실천하고자 사회복지활동과 시민사회운동에 몸 던져 뛰는 NGO 월주 스님과 40년간 오갈 데 없는 아이 수백 명을 거둔 천운 스님, 출가 60년 동안 산 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은둔한 원명 스님, 평생 한 명의 제자를 들이지 않고 토굴이 알려지면 짐을 꾸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운수납자 동춘 스님….
큰스님들은 삶으로, 수행으로, 죽음으로 가르쳐주셨다. “힘들게 겪어서 아는 것”이 걸작 인생을 만든다는 사실을. 또한 “근심도 걱정도 다 자신이 불러들이는 것”이며, 이를 직시하면 “마음속에 들끓던 불화와 불안이 싹 사라진다”는 진실을. 그렇기에 우리는 닥쳐오는 어려움을 수행으로 여기고 마음 하나 깨끗하게 닦으며 살아가야 한다.
30년 기자 생활의 탁월한 식견으로 담아낸 귀중한 불교문화
절묘한 비유와 생생한 묘사 더해져 읽는 재미 ‘쏠쏠’
책 속에는 한국 불교의 근대사에서부터 스님과 사찰 대대로 이어지는 계보, 여러 경전을 인용한 경구, 윗대 선승들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 등 불교에 해박하지 않고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내용들이 큰 뼈대를 이룬다. 이는 30년간 문화부, 특히 종교 분야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저자의 탁월한 식견과 소중한 인연들 덕분이다. 때로는 발목에 쥐가 나는 책상다리로 몇 시간을 앉아서, 때로는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인터뷰하지 않겠다는 괴짜 스님 앞에서 ‘개여울’을 부르며, 때로는 아무나 발들일 수 없는 고승의 방에서 잠자는 복을 누리며 큰스님들을 만났다. 그리고 ‘마음을 살리는 방법’을 함께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
“똑 또르르 똑 또르르 새벽 도량석 목탁 소리”, “난분분 난분분 흰눈 날리고”, “또르륵 또르륵 따르는 차 맛”, “풍경이 뎅그렁 뎅그렁 하고 운다”. 마치 시인의 문장 같은 절묘한 비유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저자의 문장을 쫓아 금강산으로 지리산으로, 또 속리산으로 전국 산중 깊숙이 들어앉은 사찰과 암자를 한 바퀴 도는 것은 또 하나의 읽는 재미다.
지은이 소개
김석중은 1958년 충남 공주에서 났다. 1984년부터 3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다. 경향신문 매거진X 팀장, 생활레저 부장, 문화 부장, 선임기자, 문화 에디터를 했다. 중간 중간 종교 분야 취재를 담당했다. 지금은 경향신문 부국장이며, 선임 기자로 불교 등 모든 종교인과 종교 활동을 취재하고 있다. 신문에 ‘김석종의 만인보’를 연재한다. 불교 쪽의 경력으로는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했다. 중국 선종 사찰 순례기 《그 마음을 가져 오너라》(공저)에 필자로 참여했다.
위즈덤하우스 / 360쪽 / 1만 48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