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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 쌀농사 잘되게 해주세요” [만불사에서 만난 사람들] 글자크게글자작게

 

“할아버지, 저기 큰 부처님 보러가요. 가까이 가서 보고싶어요.”

외할아버지를 보디가드 삼아 동생 한세빈(3) 군과 함께 극락도량 6지역을 내려오던 한희주(6) 양이 뒤따르던 할머니 김송도(53) 불자와 어머니 배일준(30) 불자에게 멀리 보이는 영천대불을 가보고 싶다고 졸랐다.

극락도량 5지역에 세워둔 차를 타고 내려가 만불보전 옆 주차장에서 걸어가자는 어른들의 말에 희주 양은 “걸어가야지 운동이 되는 것이잖아요”라며 뛸 듯 기뻐했다.

5지역에 모셔진 와불 부처님을 친견하고, 족상을 만지며 자신의 소원까지 빌었던 희주 양은 모처럼 가족과 함께 찾은 만불사 나들이를 신이 나 있는 듯 보였다.

“만불사 전부다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오늘 만불사에 오느라고 학원을 빠졌는데...너무 좋아요”

희주 양은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인다. 이를 본 가족들은 희주 양을 탓하기보다는 여섯 살 박이 어린아이의 재롱에 마냥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

사찰에만 오면 법당에 들러 절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희주 양. 그는 극락도량 5지역에 조성된 와불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어른들과 이미 참배를 마친 희주 양은 불족상을 만지면서 자신과 국익(?)을 위한 소원도 빌었다고.

“부처님 발바닥 만지면서 농사 잘 되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 그리고 싸움 안하게 해 달라고도 했어요. 밥은 잘 안 먹어도 농사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족들은 여섯 살 어린아이의 바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라며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미용사도 되고, 발레리나도 되고 싶다고도 빌었어요. 개를 키우는 사람도 되고 싶어요. 엄마 개 사줄 거지?”라는 희주 양의 말에 또 다시 박장대소했다.

희주 양 때문에 입가에 웃음을 잃지 않았던 가족들은 해가 떨어지기 전 희주 양이 원하는 영천대불 등을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이 항상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라는 말도 남기고.


한희주 / 부산시 금정구 부곡2동

2008-08-22 / 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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