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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두巖頭의 일수대일수익一手擡一手搦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柱杖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곡불철소불철 哭不徹笑不徹이라.
도복경장향군설 倒腹傾腸向君說하노니
부자비친지부지 父子非親知不知아.
대두뇌후삼근철 擡頭腦後三斤鐵이라.

곡을 해도 사무치지 못함이요. 웃어도 사무치지 못하는지라.
배를 거꾸로 해서 창자를 기울여서 그대를 향해 말하노니,
아비와 아들이 친함이 아님이니, 아느냐 알지 못하느냐?
머리를 듦에 뇌 뒤에 삼근철이로다.

금일今日은 임진년 동안거 결제일이라. 모든 사부대중은 일상생활 중에 각자 화두話頭를 들고 화두의심으로 일념一念이 지속되도록 혼신을 다하여 의심에 집중할지어다.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던고?”, 이 화두를 챙기되 오매불망 간절히 챙기고 의심하고 또 챙기고 의심해서, 다른 모든 잡생각들은 다 끊어지고 오로지 화두의심 한 생각만 흐르는 물처럼 끊어짐 없이 흘러가야 함이로다. 그렇게 화두의심 한 생각에 푸욱 빠져서 모든 보는 것, 듣는 것을 다 잊어버린 바보가 되어 며칠이고 몇 달이고 흐르고 흐르다가 홀연히 사물을 보는 찰나에, 소리를 듣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나게 됨이로다. 그러면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마음의 고향, 부처님 진리의 세계에 이르러 모든 부처님, 조사스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장부大丈夫가 되리라.

산승이 조정祖庭의 현실이 안타까움에 한 마디 더하고자 하노니,

선법禪法은 있어도 스승이 없어서
조정祖庭의 등불이 풍전등화風前燈火라,
가히 슬프고 슬퍼서 통탄함이로다.
사해오호四海五湖에 말만 아 행하는 자여!
선지식善知識의 법문을 흉내만 내지 말고,
각자의 가슴 속 깊이 정액상頂額上 일구一句를 토해내어 하늘을 덮고 땅을 덮어야 비로소 옳도다.

석일昔日에 암두巖頭 선사는 나면서부터 모든 혜안慧眼을 갖춘 생이지지生而知之셨습니다.

덕산德山 선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일여一如하게 지내다가, 일일一日에 덕산 선사를 친견하기 위해 조실채에 갔습니다. 그리고는 조실스님 방문을 열고 한 발은 방 안에 들여놓고 다른 한 발은 마루에 딛고 서 있으면서 물었습니다.

“선사님 제가 성인聖人입니까? 범부凡夫입니까?”

이에 덕산 선사께서 문득 할喝을 하시니, 암두 스님은 절을 올리고 되돌아갔습니다. 그런 후 동산洞山 선사께서 덕산 선사와 암두스님이 거량한 것을 전해 듣고 평評하시기를,

“암두전활巖頭全豁 상좌가 아니고는 덕산의 할을 알아듣기 어렵도다.”라고 하셨습니다.

암두스님이 그 말을 전해 듣고는,

“동산 노인이 좋고 나쁜 것을 알지 못하고 함부로 말을 하는 구나. 내가 그 당시에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렸었노라.”하였습니다.

결제에 임하는 모든 대중, 어느 곳이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린 곳인고? 이 낙처落處를 아실 것 같으면 금일이 곧 해제解制로다. 금생今生에 이 견성법見性法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에 또 만나리오.

다겁생多劫生으로 윤회고輪廻苦에서 헤매다 비로소 인간 몸을 받아 큰 인연복이 있어 부처님의 견성법을 만났는데, 하루하루 시간만 낭비하고 허송세월 보낸다면 죽음에 다다라 후회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음이로다. 그러면 또다시 인간 몸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요, 인간 몸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 견성법을 만난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니, 선지식善知識의 바른 법문을 듣고 대오견성大悟見性의 원願을 세워 바르게 참선수행을 닦아나가면 반드시 좋은 소식 있을 것이니, 이번 석 달 안에 어떻게든 화두일념話頭一念이 도래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지어다.

그러면 대중이 암두선사를 친견親見하고저 할진대,

묘봉고정妙峯孤頂에는 불가능함이요.
별봉別峯에서 친견하라.

(주장자柱杖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

2012-11-26 / 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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