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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건강 지키는 운동장" [만불사에서 만난 사람들] 글자크게글자작게

 
“제 나이가 올해 팔순입니다. 나이가 드니까 움직임도 적어지고, 노환으로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기더군요. 최근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아내가 만불산에 오는 것을 참 좋아해요. 한결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고, 운동도 되니 일석이조죠.” 한 손에는 지팡이, 또 다른 한 손에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극락도량 5지역 와불을 참배하던 김윤범(80) 불자는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해서 만불산에 온다고 했다. 누구보다 아내인 이성식(76) 불자가 즐겨 찾는 곳이다.

“나이가 들면 더 자주 움직여야 해요. 운동도 많이 해야 하고요.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그렇다고 멀리 나갈 수도 없고…. 이런 측면에서 만불산은 저와 아내에게 딱 맞는 공간이에요. 마음도 편안해지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죠.” 한국전쟁 때 고향인 평양에서 동생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 김 불자와 불자는 만불산을 찾을 때마다 고향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했다. 2003년 11월 평양 방문단에 포함돼 5박6일 동안 고향을 방문했지만, 집을 눈앞에 두고 들어가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에 더 간절하다.

“가로수가 있어 집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기가 우리 집인데…’라고 생각하니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 후 이산가족 상봉이 활발히 이뤄져 신청은 해봤지만, 성사는 되지 못했어요. 다들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고향만 떠올리면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두고 온 가족들은 잘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김 불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불자의 눈가에는 어느덧 촉촉한 물기가 고여 있었다.

애써 태연해 하던 김 불자는 “제가 고향 생각만 하면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해요. 만불산에 와서 기도하고 했으니, 다들 잘 지낼 거예요. 그리고 제가 고향 땅을 밟는 날도 오겠죠”라며 석등전을 향해 참배를 한다.


김윤범 불자(80) / 경북 경산시 와천면


2008-09-20 / 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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