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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자존의 길을 걸어가야” [종단/조계종] 글자크게글자작게

 

26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특별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번 담화문에는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과 그 원인을 규명하고, 앞으로 범 종단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담겨있다.

자승스님은 먼저 오늘날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을 정의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국불교는 오로지 전통과 역사, 관습에만 매몰된 채 진취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하는 현실을 맞고 있습니다. 이 땅의 삶과 함께 해 왔던 모습을 망각한 채 국민 속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의 자존심은 짓밟히기 시작했고, 미군정(美軍政) 속에서의 종교 환경 변화, 이어진 군사정권 하에서의 자주성 훼손 등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혼란스러운 근현대사가 그대로 투영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는 생존 자체가 절박한 현실에 놓여졌고, 이는 불교계가 한국 사회 전체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올곧게 국민들을 보듬지 못하는 한계를 갖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라며 한국불교가 국민과 멀어져간 이유를 설명했다

자승스님은 어려운 시절 어려운 이들과 함께 했던 이웃종교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한 한국불교에 대해 “이제 출가 수행자를 비롯한 종도들과 불제자들 모두 역사 앞에서 겸허히 참회하고 자성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 불교 재탄생에 비유되는 60여 년 전 ‘봉암사 결사’에 버금 가는 획기적인 ‘결사’의 정신으로 현재의 ‘민족문화수호 활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향된 종교관과 왜곡된 민족문화 인식에 가득 찬 정치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자립과 자존의 길을 기운차게 걸어가야 합니다. 고되고 힘들더라도 더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2년, 3년이면 완성할 불사(佛事)를 10년이 걸리더라도 오로지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혹 우리 내부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권력과 외부를 향한 의존을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자주권을 볼모로 순간의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내야 합니다. ”

이어 전국의 모든 사찰과 종도에게 ‘자성과 쇄신 결사’의 길을 어떻게 갈 것인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대중공사를 본격적으로 전개해 줄 것을 당부했다.“종단에서는 각 교구별, 지역별 ‘민족문화수호위원회’ 결성을 추진해나가겠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결사 운동의 의지를 모아 나갈 것입니다.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소통 과정을 거쳐 종단 전체의 결사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토록 하겠습니다.”

이어 자승스님은 결사운동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결사 운동은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첫째, 불교 본연의 모습을 확립하고 종교적 가르침을 바로 세워 나가기 위한 수행 결사, 둘째, 민족문화를 바로 인식하고 스스로 보호해 나가는 문화결사, 셋째, 생명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생명결사, 넷째 사찰이 이웃과 사회와 함께 나누는 터전이 되도록 하는 나눔결사, 다섯째, 종교간 평화와 남과 북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평화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끝으로 자승스님은 자성과 쇄신 결사를 바탕으로 종교 편향 정책, 종교간 갈등 조장, 민족 문화 훼손 등에 대한 비판과 감시, 대응 활동 또한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약속하며, 한국불교가 국민과 불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국민 종교로 다시 서는 길을 걸어가면서 불교중흥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담화문을 마무리 했다.

다음은 담화문 전문

 

불기2555(2011)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담화문

- 범종단적인 <자성(自省)과 쇄신(刷新) 결사(結社)>를 제안합니다 -

조계종도 여러분!

한국불교 1700여 년의 역사는 곧 우리 민족의 역사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불교는 종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불교는 곧 한국인의 정신입니다. 서양식의 사고로는 한국 불교가 여러 종교 중 하나의 종교이겠으나 동양인의 사고 속에서 불교는 삶과 문화 그 자체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의 다양함 속에서도 한국 불교는 이미 체화(體化)된 채로 존재해 있습니다. 그 체화의 결과는 오늘날 석굴암, 팔만대장경, 미륵반가사유상과 같은 유형 문화재로, 민속 명절과 세시 풍속 등의 생활 양식으로 한국 불교 속에서 전통을 이으며 유지 보존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국불교는 오로지 전통과 역사, 관습에만 매몰된 채 진취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하는 현실을 맞고 있습니다. 이 땅의 삶과 함께 해 왔던 모습을 망각한 채 국민 속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의 자존심은 짓밟히기 시작했고, 미군정(美軍政) 속에서의 종교 환경 변화, 이어진 군사정권 하에서의 자주성 훼손 등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혼란스러운 근현대사가 그대로 투영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는 생존 자체가 절박한 현실에 놓여졌고, 이는 불교계가 한국 사회 전체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올곧게 국민들을 보듬지 못하는 한계를 갖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제 출가 수행자를 비롯한 종도들과 불제자들 모두 역사 앞에서 겸허히 참회하고 자성해야 합니다. 지난 시기 어둡고 힘들었던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핍박받고 어려웠던 이들과 함께 하며 이웃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이웃 종교에 경의를 표하며, 우리 종단의 지나온 자취와 현실의 모습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성과 쇄신 결사의 길을 함께 걷기를 제안합니다.

지금 우리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우리 종단은 민족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의식, 편향된 종교적 이해와 종교 갈등 조장, 국민과 사회적 소통을 거부한 일방통행의 국정 운영 등을 비판하며 단호한 대정부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 이러한 결과를 나은 오늘의 현실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허물에서 기인함을 깊이 자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을 탓하고 밖의 허물을 구실삼기보다는 나 자신을 질책하고 안을 들여다보고 바로 세워야 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민생 안정과 민족문화 수호’의 길은 외부를 향한 요구와 주장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변화와 의식 전환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이 닿아야 할 곳은 국민과 함께 하는 불교, 사회와 함께 하는 불교, 시대 정신을 부여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한국불교이어야 합니다. ‘자비’로서 ‘보살의 정신’을 구현하는 대승불교가 곧 한국불교의 길인 것입니다.

자성과 쇄신을 통해 60여 년 전 ‘봉암사 결사’ 이후 한국불교사에 남을만한 획기적 전환의 계기가 되는 ‘결사’의 정신으로 현재의 ‘민족문화수호 활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합니다. 오늘의 결사는 한국 불교의 자존을 회복하는 한편, 명실상부한 국민의 종교로 거듭나는 내일로 회향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향된 종교관과 왜곡된 민족문화 인식에 가득 찬 정치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자립과 자존의 길을 기운차게 걸어가야 합니다. 국가가 지정해 놓은 문화재, 국가 법령에 의해 관리하고 있는 사찰의 재산이기에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되고 힘들더라도 더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2년, 3년이면 완성할 불사(佛事)를 10년이 걸리더라도 오로지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혹 우리 내부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권력과 외부를 향한 의존을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자주권을 볼모로 순간의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부대중 공동체의 가치, 신도들과 불자들의 소중함을 다시 가슴 속에 간직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감동과 관심을 바탕으로 다시 한국불교의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자성과 쇄신 결사를 위한 실천적 논의와 의지 결집을 당부드립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전국의 모든 사찰과 종도여러분은 ‘자성과 쇄신 결사’의 길을 어떻게 갈 것인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대중공사를 본격적으로 전개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종단에서는 각 교구별, 지역별 ‘민족문화수호위원회’ 결성을 추진해나가겠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결사 운동의 의지를 모아 나갈 것입니다. 원로 중진스님들과 선원, 율원, 강원 등 종단 각 분야의 스님들의 지혜를 모으고, 각급 신도와 신행단체 등을 통해 재가불자들의 원력도 결집할 것입니다. 시민 사회 단체를 비롯한 사회 각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언과 격려의 뜻을 모아 나가겠습니다.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소통 과정을 거쳐 종단 전체의 결사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토록 하겠습니다.

이렇듯 결사 운동은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진행하고자 합니다.

첫째, 불교 본연의 모습을 확립하고 종교적 가르침을 바로 세워 나가기 위한 수행 결사, 둘째, 민족문화를 바로 인식하고 스스로 보호해 나가는 문화결사, 셋째, 생명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생명결사, 넷째 사찰이 이웃과 사회와 함께 나누는 터전이 되도록 하는 나눔결사, 다섯째, 종교간 평화와 남과 북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평화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자성과 쇄신 결사를 바탕으로 종교 편향 정책, 종교간 갈등 조장, 민족 문화 훼손 등에 대한 비판과 감시, 대응 활동 또한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조계종도 여러분! 그리고 모든 불자 여러분!

지난해 저는 총무원장 취임 이후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를 천명하고 임기 4년 동안 추진해야 할 여러 가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1년의 시간을 거치며 종단 내외의 과제 추진은 내부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처방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추진이 매우 어렵고 지난한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부대중의 지혜를 믿습니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법대로 사는 것이 곧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종단은 사부대중과 국민들의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 환골탈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했던 핵심과제와 주요과제 역시 이러한 종단운영의 방침에 따라 일부 조정했습니다. 국민과 불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국민 종교로 다시 서는 길을 걸어가면서 불교중흥을 이뤄내겠습니다. 많은 지혜와 성원을 기대합니다. 저 역시 사부대중과 국민들의 앞길을 축원하며 하루하루 부처님께 향을 올리고 삼배하는 마음으로 수행정진을 계속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55(2011)년 1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2011-01-28 / 6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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