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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문화·사상사를 아우르는 불교 교양 인문서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전방위 지식인, 자현 스님의 크로스오버 교양 역사서

동국대, 성균관대, 고려대에서 철학과 불교학, 미술사학 분야의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동국대 교양 교육원 강의 전담 교수이자 동국대 인문학부, 불교학부, 미술사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는 자현 스님이 새롭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인도와 중국 불교를 바라본 신간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오늘날 학교 교육이 서구식 분절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는 전체를 보는 거시적인 통찰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주장한다. 또 오늘날 학문적인 흐름은 융ㆍ복합이라는 신新박학파를 요구한다면서, 청나라의 백과사전식 박학파의 관점으로 불교를 바라보고 전체적인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종교와 문화는 거대한 강과 같은 유구한 흐름이다. 그러므로 개별적인 가치에 앞서 통체적인 시각이 확보될 때 비로소 전체적인 생명력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적인 학문 기법에 따른 분석적 접근은 이제 학문의 판도를 흐름이 아닌 사건 중심으로 변모시켜 놓았다. 덕분에 동양학은 자신의 장점을 잃고 표류하게 되었다. (중략)

이 책은 인도 불교와 중국 불교의 거시적인 흐름을 통해 전체 좌표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서 부분적인 불교를 넘어서는 전체와, 전체 속에서의 부분에 대한 더욱 분명한 이해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9p)

‘자본’과 ‘권력’은 불교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불교는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고 따라서 매우 다양한 관점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저자는 불교의 성립에서 쇠퇴를 일관하는 핵심으로 ‘상업자본’에 주목한다. 그것은 ‘자본’과 자본에 의해 조종되는 ‘권력’이 역사와 불교를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을 통해 불교와 불교 역사에 대한 거시적인 이해가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는 ‘상업과 자본’을 기본 축으로 해서,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과 ‘역사의 순환과 문제의식의 항존’에 대한 측면을 양 날개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하나의 일관된 불교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7p)

저자는 이 책에서 불교가 상업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던 ‘축軸의 시대(axial age: 독일의 칼 야스퍼스가 인간의 합리적 이성주의가 만개하는 B.C. 8~B.C. 2세기 사이를 지칭한 표현. 이 시기에 그리스ㆍ인도ㆍ중국의 모든 성현들이 출현해 인류 지성의 기틀을 확립함)’에 발생하는 것에 주목한다. 상업에는 이윤 추구라는 합리성과 이성주의가 포함되어 있고, 이는 불교적인 정신이 상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 그 때문에 신을 중심으로 하는 폐쇄적인 농경문화와 그런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한 힌두교와 유교와는 질적으로 다른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가치를 불교가 내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도 상업자본의 번성은 합리적인 이성주의와 결부된 불교의 흥성과 그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불교가 번성한 시기, 인도와 동아시아는 모두 역사적으로 가장 강성한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상업과 불교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중동에서의 이슬람 흥기와 함께 상업 루트가 차단되고, 인도 상업자본이 몰락하면서 불교 역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또 이 여파는 인도의 경기 침체를 넘어서 동아시아로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동아시아 불교가 활력을 잃고서 농업주의 종교인 유교(신유교)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즉, 불교는 상업에 의해 시작되어 상업의 붕괴 과정에서 쇠퇴하는 동일한 함수관계를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불교는 상업자본과 흥망을 같이한 상업의 종교라고 할 수 있다.”(11p)

불교는 결국 인간 행복을 위한 것이다

저자는 모든 학문이 결국 인간학이어야만 하며, 그것은 행복론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이런 점에서 종교는, 특히 불교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시대는 더 이상 ‘무엇을 가졌느냐?’나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보느냐?’는 관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문제에 인간 행복의 핵심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종교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종교 역시 문화나 예술처럼 인간 행복을 위해서 봉사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동양 종교는 유신론적인 신앙의 종교와는 다른, 나를 세우는 앎의 종교이다. 이런 점에서 동양 종교는 긍정적이다. 동양 종교의 나를 세워 주는 구조는 동양 종교를 종교이자 철학이게 한다. 그리고 이것이 개인에게 자유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현대 인간 문제의 해법을 온축하고 있다.”(6p)

저자는 인류의 종교 중에서 스스로를 비판하면서 타자화할 수 있는 종교는 불교밖에 없다고 말한다. 즉, 불교는 인간에게 자유와 행복을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종교라는 것이다. 이는 불교만이 인간 행복에 가장 적합한 수단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불교는 인간의 행복에 기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이야말로 불교의 효용성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력적인 수행을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불교는 점점 인간이 초개인화되고 있는 시대에 진정한 자유의 축복이 될 수 있다.”(313p)

불광출판사 / 320쪽 / A5 / 1만 5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2012-10-23 / 3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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