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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에 속지 말아야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우리는 하루에 보통 옷을 몇 번 갈아입지요. 일어나서 얼른 간편한 생활복으로 갈아입고 여기 저기 쫓아다니면서 집안에서 활동을 어지간히 하지요. 외출도 해야죠. 외출복으로 갈아입어야지요. 외출을 어디 하느냐에 따라서, 법회에 가려면 얼른 가서 법회에 맞는 옷을 입었다가, 돌아와서는 “아, 오늘 누구 집에 결혼식이 있는데 이래 가지곤 안 된다.”해서 또 한 번 더 갈아입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해서 보통 하루에 3, 4번은 갈아입는 거예요.

저는 한 번 밖에 안 갈아입어요. 언제나 그 옷이니까요. 어디가도 안 통하는 데가 없는 이 옷입니다. 더 이상 갈아입어도 좋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이 옷입니다. 이 옷이 최하의 옷이면서 최상의 옷이니까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옷이지요.

육신의 옷도 3, 4번씩은 갈아입습니다. 우리가 이 친구 만나고 저 사람 만나고, 아침에 이런 뉴스 듣고 저런 프로그램 만나고, 소위 정보화 사회에서 아무리 눈 막고 귀 막고 있어도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어떻게 할 길이 없어요. 이 정보라는 것이 접하지 않을 수도 없으면서, 또 그렇게 많이 쏟아져 들어오고, 알게 됩니다. 그러니 그런 것들이 전부 옷이 되지요. 알게 모르게 전부 옷이 됩니다. 병이 한 가지에 약이 천 가지가 아니라, 약이 만 가지 십만 가지도 넘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이런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데, 내가 입고 있는 옷만 옷이 아니라, 그런 정보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옷입니다. 거기다 이제 불교라고 하는 것, 종교라고 하는 옷은 더욱 무서운 옷이지요.

“그대들은 옷을 오인하지 말라.”

옷은 전부 껍데기 입니다. 이 경전 보니 좋더라. 저 경전 보니 좋더라. 라디오 신행상담 들어보면 “스님. 저는 기도를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자마자 맨 처음에 천수경부터 외우고, 그 다음에 반야심경 외우고, 그 다음에 관세음보살을 몇 번을 외우고, 그 다음에 보문품을 외우고, 뭐 하고 뭐 하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됩니까?” 이렇게 묻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이‘이렇다’ 이거지요. ‘내 종교적 옷은 이렇습니다.’ 이겁니다. 하지만, 옷만 쫓아가지 말고 그 사람을 알아야합니다. 그 옷을 갈아입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 옷도 입고, 저 옷도 입고 그러지요. 옷은 자꾸 바뀌지만 옷을 입는 사람은 그대로잖아요. 그래서 죽고 살고 하는 데도 윤회하는 겁니다.

하루 가운데도 몇 번씩 수 없이 생사를 반복하는 겁니다. 육신이 죽어서 태어나는 것만이 아니고, 저것이 좋다 하고 저기로 가면, 여기선 죽고 저쪽에선 태어나는 것이지요. 좀 있으면 이 법회에선 죽고, 딴 데 가서 태어나야죠. 그것이 생사윤회예요. 육신이 죽어서 어디에 태어난다고 그렇게 해석하지 마세요. 하루에 몇 번 우리가 윤회합니까? 지금 입고 있는 옷에 속지 마세요.

※ 이 법문은 만불신문 158호(2006년 6월 17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

2012-09-21 / 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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