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1월 22일 ‘제3차 승가교육진흥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종단 승가교육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서 자승 스님은 “오늘날 한국불교는 외형적으로는 매우 성장되어 있다고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부실한 점도 많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한국불교가 그 종교적 사명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쉽게 답을 할 수 없다.”며 “한국불교가 만들어가야 할 깨달음의 세계는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과 현대사회에서 꽃 피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이라며 승가교육제도 개선이 절실함을 피력했다.
이어 자승 스님은 승가대학의 교과과정 개편, 각종 전문 승가대학원의 개설, 연수교육프로그램의 개선, 교육전문가 양성을 위한 장학제도, 영어전문교육기관인 국제불교학교 개설 등에 대한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종도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아울러 “승가교육진흥불사의 주요 사업은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사상성의 정립, 그리고 그에 따른 교육내용 구축과 체제정비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1년간 매월 1회, 총 12회에 걸쳐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히며 “시대와 역사에 부응하는 한국불교, 자비를 구현하는 한국불교의 기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제33대 집행부 4개년 발전계획의 핵심과제 중 첫 번째로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승가교육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의견수렴과 제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종단 내 교육 전문가와 중진들로 구성된 ‘승가교육진흥위원회’를 구성하여 관련 제도 전반을 검토해 왔다. 또한 관련 공청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승가교육진흥기금 등 승가교육 진흥불사의 여건 마련에 진력해왔다.
다음은 담화문 전문
담화문 지속적인 승가교육진흥불사 추진으로 불교중흥을 이룩합시다
존경하는 종도 여러분!
올 한해도 어느덧 겨울의 문턱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총무원장이 되어 종단을 이끌어 온지도 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중책을 맡아 소임을 시작하면서 종도 여러분들께 교육과 포교를 통해 불교중흥을 이루겠노라는 저의 간곡한 뜻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라 저는 금년 2월부터 교육에 대한 원력이 지중한 중진스님들을 승가교육진흥위원으로 모시고 종단의 교육원과 협의하면서 승가교육의 일대 진흥을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오늘은 승가교육에 대한 저의 소신을 피력하고 금년 한해동안 추진했던 승가교육 진흥사업에 대한 경과를 종도 여러분께 말씀드리면서 향후의 과제와 활동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날 한국불교는 외형적으로는 매우 성장되어 있다고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부실한 점도 많습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한국불교가 그 종교적 사명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쉽게 답을 할 수 없습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향도적 역할은 고사하고 한국불교가 현재 어떠한 생각으로 어떤 자리에 서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불교는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인가? 한국불교,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어떤 한국불교를 만들어갈 것인가?
저는 중책을 맡기 이전부터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한국불교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왔던 여러 선지식스님들의 가르침을 곰곰이 생각하기도 했고, 이웃종교인 가톨릭 교단에서 요한 23세 교황이 중심이 되어 1950년대 말부터 아조르나멘토(오늘, 이 시대에 적응한다는 뜻)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중세의 가톨릭을 현대적 가톨릭으로 일대 혁신했던 역사를 의미 깊게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한국불교가 지금 이 시대의 역사에 부응하며 자비를 구현하는 불교가 되어야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깨달음의 세계는 어느 곳에 있는가? 나고 죽는 지금의 삶의 현장이 바로 그 곳이라네!
제가 젊은 시절 수행했던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전 대문 좌우에 걸린 주련(柱聯)글귀에 있는 내용입니다.
지금, 여기, 우리의 삶과 역사가 바로 깨달음이 구현되는 현장이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따라서 한국불교가 만들어가야 할 깨달음의 세계는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과 현대사회에서 꽃 피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오늘날 한국불교를 살펴보니 한국불교는 여전히 삼국시대의 불교요, 통일 신라의 불교요, 고려의 불교요, 조선의 불교였습니다. 그리고 2500년전의 인도 아비달마 불교가 아니면 1000년 전의 중국 당나라, 송나라 불교라고 생각되는 면이 많았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찌 고금과 동서가 있겠습니까만 오늘날 한국불교의 표현방법과 교화방편이 과거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한국불교는 현재 이 시대의 표현과 방편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요,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 역사 속에 구현되는 진정한 자비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종도 여러분!
저는 이 땅의 한국사회와 역사에서 깨달음과 자비를 구현하는 일이 바로 불교중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교중흥을 위해서는 비상한 노력이 요구되는데 그 노력은 승가교육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총무원장 취임법회 때 교육과 포교를 통한 불교중흥을 표방한 것도 이러한 까닭이었습니다.
승가교육진흥위원회가 출범하여 승가교육의 방향과 틀을 잡고, 교육원이 전국의 교구본사와 교육기관과 협의하면서 각종 공청회와 세미나 연찬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승가교육의 현대화와 내실화를 추진해온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어 토론하고 조정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승가교육불사는 이제 종도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거스를 수 없는 한국불교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장 공을 들여 추진한 것은 승가대학의 교과과정에 대한 개편이었습니다. 전래의 한문교재 강독에서 한글화와 현대화의 입장으로 변화를 시도하였고, 그 내용도 초기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응용불교, 계율과 윤리 등을 중심으로 개편하였습니다. 이러한 개편안에 대해 상당수 승가대학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내년 3월부터 시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 다음은 각종 승가대학원의 개설입니다. 기존의 학림과 율원을 보다 더 심화시키고 체계화하되, 다양한 교육내용을 연찬하는 전문교육과정을 개설하여 구족계를 수지한 스님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각종 승가대학원은 8~9개의 교구본사와 교육사찰을 중심으로 내년 3월부터 선학승가대학원, 율학승가대학원, 초기불교승가대학원, 한문불전승가대학원 등의 이름으로 개설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금년 가을부터는 구족계를 받은 전체 스님들을 대상으로 전법교화에 필요한 다양한 연수교육 프로그램과 자원봉사과정을 개설하였는데 3개월도 되지 않아 약 1500명 이상의 스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연수교육은 향후 연중 상설로 개설할 예정이며,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지난 8월, 교육자 양성과 다양한 불교 전문가 양성을 위해 국내외 석, 박사 과정의 학인스님을 학위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지원하는 장학제도를 만들어 지난 10월 선발 절차를 거쳐 금년 가을 학기부터 장학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불교 전문가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은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11월에 들어서 ‘종단교수아사리 위촉에 관한 령’을 제정하였는데 이는 종단의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담당할 수준 높은 교육자를 위촉하고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종단에는 수준 높은 교육과 연구를 담당할 수백명의 우수한 교육인재들이 배출되어 계십니다만 아직 종단이 충분히 우대하거나 역할을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년 말부터 절차를 밟아 위촉된 교수아사리들은 종단의 교육과 각종 연구 등을 담당함으로서 종단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그밖에 국제불교학교 개설에 대한 것도 보고를 드립니다.
비구니스님을 대상으로 2011년 3월에 개원예정으로 하는 2년제 학교로서 전법포교에 필요한 영어전문교육기관입니다. 경기도 용인 화운사 도량에 개설될 이 학교는 도량에서 영어로 생활하면서 외국인 출신 조계종 비구니스님과 원어민 선생들의 전문적인 영어지도를 받게 되며, 향후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필요한 각종 국제포교를 담당할 스님을 양성하게 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몇가지 추진사항을 말씀드렸지만 연수교육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추진 중이거나 아직 준비단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종도들의 많은 협조와 성원 있었기에 이런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러 사찰과 단체, 스님, 신도님들이 끊이지 않고 교육진흥기금을 출연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각별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종도 여러분!
마지막으로 내년도의 교육진흥불사의 추진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내년도의 승가교육진흥불사의 주요 사업은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사상성의 정립, 그리고 그에 따른 교육내용 구축과 체제정비로 잡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1년간 매월 1회, 12회에 걸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이 시대에 적합하고 필요한 불교교리와 사상에 대하여, 그리고 출가, 교육, 승가고시, 포교 등의 문제와 관련한 각종 종책에 대하여 매월 주제를 정하여 입장을 발표하고 종도들과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자 합니다.
이는 소통과 화합을 통해 종단발전을 지향하는 저의 종무행정 운용철학이자 불교관이기도 합니다.
시대와 역사에 부응하는 한국불교, 자비를 구현하는 한국불교는 저의 총무원장 재임기간에 반드시 그 기틀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삶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올바른 불교적 통찰을 하는 스님 계율을 잘 지켜 청정한 스님 정의롭고 공심이 있는 스님 자비로운 교화방편을 행하는 스님
종단의 교육불사로 길러내고자 하는 스님들은 이러한 스님들입니다. 이러한 스님들이 행하는 전법교화로 한국불교의 중흥을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종도 여러분!
이제 종단은 금년 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교육진흥불사를 추진함으로서 한국불교를 중흥하고 한국사회와 세계 속에서 큰 역할을 하는 종단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총무원장이라는 종단의 최고 중책을 맡은 사람으로서 불교중흥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저는 제 역량을 돌아보지 않고 이러한 크나큰 책임을 스스로 떠안았습니다. 종도들께서 저에게 부여한 이러한 중차대한 책무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차근차근 수행해나가겠습니다.
종도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불조의 가호 아래 조계종의 무궁한 발전을 축원하며,
불기 2554(2010)년 11월 22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승가교육진흥위원회 위원장 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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