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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경계선에 선 인류에게, 뇌는 희망이다!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인식 패러다임을 바꿀 뇌의 네 번째 진화에 관한 탐구

몰락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지구는 파괴되고 있고, 빈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서로를 위험 요소로 여겨 한시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주의에서 초래된 이러한 위기는 멈출 줄을 모른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문명이 에고 중심적인 건, 에고 중심의 좌뇌가 우리를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노력하면 뇌는 바뀐다. 저자는 뇌와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에 관한 40여 년 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만나야 할 뇌의 미래를 말한다.

에고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주 안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이동하여, 타인과 지구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뇌. 뇌의 네 번째 진화는 그렇게 이뤄져야 한다. 이는 좌반구와 우반구가 균형 있게 작동하고, 전두엽이 활발히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우리는 이 과업을 이뤄낼 수 있을까?

우반구에 숨어 있는 사랑의 원천

하버드 대학의 신경생리학자 질 테일러에게는 특이하게도 뇌의 좌반구에만 뇌졸중이 왔다. 그녀는 멀쩡한 우반구를 통해 좌반구가 죽어가는 과정과 수술 후 좌반구가 살아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하고서 그 이야기를 전한다(http://goo.gl/ALUJ6). 그에 따르면 좌반구와 우반구는 세계를 완전히 다르게 경험한다.

우반구로만 세계를 경험할 때 가장 큰 특징은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세상을 시간과 공간, 나와 나 아닌 것으로 분리해서 바라본다. 하지만 우반구로만 바라보면 시간이 멈추고, 물리적 경계가 사라지고, 좋고 나쁨이 없고, 언어가 소멸된 에너지 세계만 있을 뿐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간 여기’만 있는 그 세계는 완벽하고 충만하고 아름답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주와 하나가 되어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이어진 형제자매임을 깨닫는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평화와 사랑과 기쁨과 연민이 깨어난다.

하지만 좌반구가 점차 회복함에 따라 질 테일러는 시간과 공간과 언어와 함께 ‘나’라는 감각이 돌아옴을 느꼈다. 그에 따라 “완고하고 오만하고 빈정대고 질투심이 강한” 자아가 깨어나 우반구의 세계를 두개골 안에서 몰아내려 했다.

좌반구는 이기적이다

좌반구가 회복한 후 질 테일러는 이렇게 회상했다. “정보를 조직하는 능력에 관한 한, 좌반구는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도구 중 하나다. 나의 좌반구는 모든 것을 범주화하고 조직하고 설명하고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스러워한다.”

이런 기능은 분명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진화되었음이 분명하다. 구분을 할 수 없다면 위험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좌반구의 이런 기능이 지나칠 때 생존이란 목적을 넘어서 ‘나만을 위한 세계’를 만들려 든다는 점이다. 이럴 때 우반구적 세계는 위축되고, 우리는 세계와 아무 관계가 없는 분리된 존재가 되고 만다.

이 책의 저자 에릭 호프만이 보기에 현재 우리는 좌반구가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동료 인간과 인간 외의 다른 존재들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이, 오직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착취와 파괴를 일삼는 것이 우리 문명의 현주소다. 저자는 현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뇌 과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밝히려고 이 책을 썼다. 그래선지 초점이 자연스레 좌반구 지배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으로 맞춰진다.

창의성과 몰입의 뇌 과학

그렇다면 좌반구를 버리고 우반구로 돌아가야 하는가? 저자는 북미 인디언과 문명화 이전 단계의 원주민, 12세 이하 어린아이에게서 보이는 세계관이 전형적인 우반구 의식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우반구 의식만으로는 현대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다. 그래서 저자는 좌우반구의 균형 회복을 주문한다. 이는 현대의 위기가 이기주의와 인간 중심주의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우반구 의식 회복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며, 좌반구의 문제 해결 능력이 수반되어야만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전두엽을 고도로 활성화시킬 것도 주문한다. 활성화된 전두엽에서는 뇌파 가운데 가장 빠른 40Hz의 감마파가 방출된다. 감마파는 입력된 모든 감각 정보들을 결합하는 것과 관계가 있으며, 전두엽에서 감마파가 방출될 때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감마파처럼 매우 빠른 주파수 대역에서는 감각 정보들의 다중화(multiplexing) 속도가 무진장 빨라서 고해상도(HD) 지각이 가능해진다.

좌우반구가 균형을 회복하고,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 창의성이 높아지고 몰입을 잘하게 된다. 창의성은 모두 직관적인데, “총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작동하는 우반구에서 정보가 입력되지 않는 한, 좌반구의 기계적인 지성은 창의성을 발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에 더해서 주의를 지시하고 집중을 유지하는 전두엽의 지원이 있어야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몰입이란 당면 과제에 완전히 몰두하여 시공간을 잊고 그 과제와 무관한 자극은 모두 무시하는 상태를 일컫는데, 시공간의 사라짐은 우반구 의식의 요소이고 집중은 전두엽 활성화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창의성과 몰입은 모두 새로운 인식 패러다임과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는 데 긴요한 인간 의식의 특성이다.

제4의 진화: 이타적 인간의 뇌

좌우반구가 균형을 회복하고 전두엽이 고도로 활성화된 상태, 즉 제4의 진화에 이른 뇌의 의식을 저자는 “각성한 의식”이라고 부른다. 이 상태에 이르면 모든 것이 선명하고 사실적으로 보이고, 끊임없는 판단과 비판이 사라지며, 흔들림 없는 평화와 기쁨을 느끼고, 사랑과 배려가 솟아나며, 자신이 지구상의 모든 것과 하나임을 인식하고, 물질주의와 경쟁에서 물러나 즐거움과 배려와 공감에 다가선다.

뉴로피드백을 이용한 알파파 훈련이나 감마파 훈련,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마음 훈련법을 통하면 더 쉽게 다다를 수 있는 이 각성한 의식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다. 지금 우리는 “우반구에 숨어 있는 진정한 평화, 기쁨, 연민의 그 드넓은 영역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하면 “이 행성을 우리가 소망해 마지않는 애정이 넘치고 평화로운 곳으로 탈바꿈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불광출판사 / 272쪽 / A5 / 1만 5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2012-09-14 / 2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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