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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공부인은 해제가 따로 없다” [법문/수행] 글자크게글자작게

 

나옹懶翁 선사께서 하안거 해젯날 법상에서 말했습니다.

“90일 동안의 금족禁足기간이 오늘로 끝났도다. 결제대중 모두가 3개월간 본분자리를 찾았건만 그 자취가 전혀 없구나. 이제 노주奴主와 등롱燈籠도 여기저기 떠나건만, 예전 그대로 돌호랑이(石虎)만 높은 봉우리에 오르려고 몸을 세우고 있구나.”

해제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반드시 망각하면 안 될 것이 있습니다. 진정한 공부인은 해제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석호石虎 즉 돌 호랑이처럼 ‘해제다 결제다’ 하는 분별심이 없다면 해제가 곧 결제인 까닭입니다. 항상 살아오던 그 자세 그대로 어떤 분별도 하지 말고 앉았던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는 석인石人처럼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마음껏 몸을 움직이며 제대로 춤을 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動과 부동不動의 길이 완전히 막혀 분별이 효력을 잃은 그 자리에서 비로소 관문關門의 정체가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선가에서 석호石虎는 무정無情을 말합니다. 석인石人 목인木人 돌거북石烏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정이란 바로 무심無心입니다. 무심이 극치에 이르면 오히려 들릴 것이 제대로 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선인들은 ‘석인측이石人側耳’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어떠한 자취도 남기지 않는 말’의 뜻을 묻는 납자에 대하여 섭현귀성葉縣歸省 선사는“정오에 삼경을 알리는 종을 치니 돌사람이 귀를 기우려 듣는다.”고 대답했고, ‘조사서래의’를 묻는 납자에게 용아거둔龍牙居遁 선사는“돌거북이 말을 할 때가 오면 그 때 일러 주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생사일대사 공부는 해제건 결제건 언제나 한결같이 애를 쓰는데 그 묘妙가 있는 법입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돌 위에 꽃을 심으려고 하는 무모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납자의 살림살이는 해제건 결제건 차별이 없는 것입니다. 만행길에도 늘상 성성적적惺惺寂寂하길 당부 드리는 바입니다.

목인야반천혜거木人夜半穿鞋去더니

석녀천명대모귀石女天明戴帽歸로다

만고벽담공계월萬古碧潭空界月인데

재삼노록시응지再三撈?始應知로다

목인이 한밤중에 신을 신고 떠나더니

석녀가 대낮에 모자를 쓰고 돌아오네.

만고의 변함없는 푸른 연못에 달이 잠겼는데

두세 번 건져보고서야 달그림자임을 알았도다.

 

2556(2012)임진년 하안거 해제일

2012-08-31 / 5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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