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의 희망도 푸른 동해를 바탕으로 찬연하게 피어올랐습니다. 2013년은 어느 해 보다 많은 변화가 기대되는 중요한 해인만큼 더 설레는 마음으로 새 달력을 마주합니다.
묵은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아 온 것처럼, 우주만물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법계(法界)의 생멸(生滅)이 한 호흡이고, 중생의 희로애락도 한 통속(統屬)입니다. 일체의 속성(屬性)이 무상(無常)으로 통해 있으니, 빈부(貧富)도 미추(美醜)도 행불행(幸不幸)도 둘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세계적인 경제난은 호전(好轉)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쟁과 굶주림의 두터운 먹구름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대륙마다 대립과 분열의 흑백논리가 팽배합니다. 새로운 지도자를 맞은 우리나라도 의식의 변화와 사회구조의 혁신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위기를 극복하여 안정된 복지사회를 창출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 서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때 불자는 물론 모든 종교인들의 신념과 행실(行實)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종교가 세상의 변화와 문물(文物)의 향상을 선도하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종교인이 더 자세를 낮추어 겸허하고, 더 먼 길을 달려가 아픈 이를 보듬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외로운 이들과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뱀의 해입니다. 뱀은 그 외양(外樣)의 흉측함 속에 영생(永生)과 의술(醫術)의 신(神)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이 또한 길흉(吉凶)이 둘이 아닌 불이법문(不二法門)이라 하겠습니다. 일체가 둘이 아님을 사무쳐 알고 만물이 내 몸에 계합(契合)해 있음을 절실히 이해하면, 장삼이사(張三李四)가 한 솥밥을 먹고 토끼와 범이 한 굴에 머물게 됩니다.
불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새해에는 분열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상생의 세상을 가꾸어 갑시다. 많은 어려움이 도래하고 큰 난관이 막아설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자비와 문수보살의 맑은 지혜로 헤치고 나아갑시다.
일체가 둘이 아닌 그 진리 속에서 행복의 태양은 빛나고 있으니 오늘도 길일(吉日)이요 내일도 축일(祝日)입니다.
佛紀2557년 元旦 大韓佛敎天台宗 總務院長 張道正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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