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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위빠사나 수행의 결정판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위빠사나 수행의 선구자 도현 스님이 웅진뜰에서 《나라고 불리어지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을 출간했다. 20년간 ‘이뭣고’ 화두참선을 해오던 도현 스님은 불현듯 ‘부처님도 화두참선을 하셨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1980년대 중반 태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5년간 해오며,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지리산 초야에서 20년 넘게 위빠사나를 수행, 지도해오고 있다. 그간의 수행경험을 통해 나온 《나라고 불리어지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은 화두참선을 근간으로 하는 간화선 풍토가 확립되어 있는 한국의 불교토양에 맞게 저자의 오랜 수행경험이 더해져 한국형 위빠사나를 정립, 소개하고 있다. ‘나’라고 명명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과 그 실체를 알고 싶어하는 수행자나 일반인 모두에게 쉬우면서도 체계적으로 위빠사나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태국, 미얀마 등지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섭렵한 도현 스님이 정립한 한국식 위빠사나 수행법

위빠사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30년이 되었다. 그동안 위빠사나에 대한 책들은 많이 있었지만 학문적으로 깊이 들어가거나 소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저자의 수행 경험과 그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국불교 간화선의 장단점과 위빠사나의 장단점을 흡수하여 우리나라의 수행풍토에 맞게 재창조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는 저자가 간화선과 위빠사나 수행 모두를 철저하게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도현 스님은 위빠사나 수행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대승적 관점에서 위빠사나를 풀어 설명하고, 간화선과 위빠사나를 접목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후학들이 꼭 보고 싶어하는 스님이기도 하다. 저자는 간화선만 해나갈 수도 있고 위빠사나만 해나갈 수도 있고 간화선과 위빠사나를 절충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마치 고욤나무에 열매가 큰 감나무를 접붙이기하듯이 대승불교(간화선)에 초기불교(위빠사나)를 접목하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마타를 해 들어가는 데에는 위빠사나보다는 간화선이 더 강하다고 얘기한다. 간화선은 분석적이지 않고 화두 하나로 들어가기에 더 집중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화선을 하다 보면 안정이 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 때 호흡으로 돌려서 ‘들숨도 무상’ ‘날숨도 무상’하다고 바로 무상관찰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화선과 위빠사나는 어떤 점에서 다를까. 저자에 따르면, 부처님이 인생에 대해 고뇌하고 생각하던 그것을 순서를 밟지 않고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간화선이라면, 위빠사나는 구체적으로 따져가면서 하나하나 밟아간 것이라고 한다. 간화선에도 이상과 현실이 같이 있지만 이상이 조금 두드러지고, 위빠사나는 현실 직시적인 점을 차이로 둔다. 궁극은 하나인데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전유경箭喩經》의 비유처럼 간화선은 화살에 대한 출처를 분명히 알아야 되겠다는 것이고, 그것을 따지다가는 죽으니까 화살부터 빼고 현실적인 문제부터 살피자는 게 위빠사나라는 것이다. 또한 간화선을 화두로 하듯이 위빠사나는 사띠, 곧 알아차림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점에서 위빠사나를 정의하는 저자만의 시각이 드러난다. 저자에 따르면 사띠는 사띠 삼빠챤냐의 준말로, 사띠는 정념正念, 삼빠챤냐는 정지正知로 정의한다. 기존의 학자들은 이를 마음챙김이나 주의집중으로 해석하지만, 수행에 중점을 두는 저자는 사띠 삼빠챤냐를 알아차림과 살핌으로 용어를 정리한다. 쉬운 비유로 이야기해서 박지성 선수가 골을 몰고 가는 것, 공에 눈을 두고 있는 것은 알아차림(사띠)이고, 적절한 위치에서 패스를 할 것인가, 슈팅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살핌(삼빠챤냐)이라는 것이다. 사띠가 미시적이라면, 삼빠챤냐는 거시적으로 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간화선에서는 스승에게 화두를 받지만, 위빠사나에서는 ‘자기가 갖는 것’,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에 준해서 내가 스스로 갖는 것으로서 일단 ‘사띠를 가지고 나 자신에 대해서 늘 알아차림해야겠다’라고 선택을 하면 자기가 선택한 것을 단련하기 위해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보자에서 전문가까지 모두에게 효용이 되는 책

도현 스님은 위빠사나의 수행 방법들 중에서 들숨 날숨에 마음을 집중하는 아나빠나 사띠(출입식관出入息觀 혹은 호흡수행)를 수행한다. 사람은 누구나 호흡을 하는데 그것을 알아차려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에게 저자는 호흡을 늘 알아차리는 사람은 그로 인해 호흡뿐만 아니라 자기의 몸, 느낌, 마음, 법(인생의 실상)을 두루 살피게 됨으로써 불만족스러운 세상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호흡은 늘 우리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운전할 때 중앙선을 기점으로 운전하듯이 호흡을 중심으로 공부해 나가는 것이 가장 쉽고 실질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상 속에서 오늘은 십 분, 내일은 이십 분, 이런 식으로 알아차림하는 시간을 늘려 가면 나중에는 뭔가 일어나려는 조짐을 알아차리는 깊은 단계까지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쉬운 예로 우리는 화를 내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의도를 알아차릴 정도로 사띠가 깊어지면, 화내려는 조짐을 미리 알아차리고 화냄을 원천봉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내 마음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게 되면 감정이 앞서서 어떤 일을 쉽게 승낙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던 사람이 매사를 신중히 결정하게 된다든지,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던 사람이 그런 경솔함을 반듯하게 고치게 되는 것도 평소에 들숨 날숨을 잘 챙기는 데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호흡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저자는 초보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것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호흡이 들어가면 들숨이라 하고 나오면 날숨이라고 알아차리는 게 위빠사나 수행 중에 제일 기초인데 이렇게 들숨 날숨을 반복하는 동안 손을 아랫배에 가볍게 대고 들숨일 때 아랫배가 일어나고 날숨일 때 아랫배가 들어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처럼 위빠사나를 처음 배우는 사람도 일상생활 속에서 간단히 실천할 수 있도록 쉽게 씌어 있으며 오랫동안 수행해온 전문가도 다음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잡아주기도 한다. 수년간 호흡수행을 해온 전문가들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저자에 따르면 들어간 호흡을 들숨 날숨 해보면 들어왔다가 나가는 꼭짓점에서 생각이 제일 잘 달아난다고 한다. 그럼 바로 ‘앉아 있음’이라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저자는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위빠사나를 공부하면서 궁금했던 문제들에 대한 막힘없는 해답을 준다.

이 책은 부처님께서 제시한 호흡수행에 관한 것이지만 광범위한 위빠사나의 수행법 중에서 저자가 체험하고 수행한 방식을 정리하여 꼭 필요한 것들로만 모아서 만든 테크닉 중심의 책이다. 학문적으로 정리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론들을 세세하게 공부하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저자는 이론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삶 속에서 초보자도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간략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 책의 2장에서 보여주는 ‘출입식관 16단계’는 들숨 날숨을 중심으로 수행하면서 내가 나를 분석해 들어가는 지도map 역할을 한다.

저마다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호흡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것을 통해 생활 속에서 즐겁게 수행하고 이렇게 얻은 에너지를 가지고 진정 의지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방법과 인간의 본질적인 행복을 실시간에 누리자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 소개
도현 스님은 열다섯 살의 나이에 덕명 스님을 은사로 범어사로 출가했다. 쌍계사 금당선원의 선덕을 지낸 것 외에 승려 생활 50여 년 간 세상에 드러나는 삶 대신에 선방과 산속을 오가며 수행했다. 20년 간 화두참선을 하다가 ‘부처님도 화두참선을 하셨는가’ 하는 의구심으로 1980년대 중반 태국으로 건너가 5년간 위빠사나 수행법을 공부했다. 수행자 시절의 붓다를 동경하여 부처님 초기 수행법대로 살고 있으며, 지금껏 지리산 작은 오두막에서 홀로 수행하면서 자신만의 소박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웅진뜰 / 160쪽 / 1만 2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2012-07-05 / 3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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