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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대한 통찰과 혜안이 담긴 에세이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애독서
나오키 심사위원으로 32년간 활동한 일본 문학계의 거장
이츠키 히로유키의 인생에 대한 통찰과 혜안이 담긴 에세이

이건희 회장은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고승의 세상을 살아가는 100가지 지혜를 들려주는 『타력』에서 자신의 기업 경영 철학인 상생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 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애독서로 알려지면서, 독자들로부터 출간일을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32년에 걸쳐 나오키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소설 『청춘의 문』으로 초판 발행부수 100만 부라는 출판업계 최고의 기록을 달성한 일본 문학계의 거장, 이츠키 히로유키는 일본 내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왜 나한테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살면서 한 번쯤은 입에 담아봤을 삶의 고달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몰라 주냐며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이츠키 히로유키는 말한다.

“노골적으로 말해 정직한 사람은 대체로 손해를 본다. 노력이 보답 받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뭔가 의욕이 꺾이는 그의 일침에 휘정거리게 되는데 그는 더 다부지게 말한다.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말을 듣고, 10대 시절에 무심코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뭐라고? 지금까지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았던 시대 같은 게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이제 와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라고 솔직히 깜짝 놀랐기 때문입니다. 노력이 보답 받는 일 또한 드물게 있습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분명히 있긴 있습니다. 노력이 헛되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건 이 세상에서 몹시 보기 드문,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기적 같은 사건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닙니다.

어깨를 토닥거려 줄 거라 생각했는데 헛짚었다. 그는 달콤하고 상냥한 말로 현실의 불합리함과 음울함을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다. 오히려 냉엄한 현실과 얄궂은 일상에서 도망가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눈앞에 두고 두 발로 꿋꿋이 버티고 서기를 조언한다.

지금의 중학생, 고등학생에게 ‘인생은 기쁨과 희망에 가득 차 있다’라고 해봤자 아마 전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인생은 스스로 내던질 만큼 지독하진 않아’라고 하는 게 그나마 와 닿을지도 모릅니다. 일단은 사는 것, 존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괴로움 많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너무 가혹한데, 긍정적인 사고를 부르짖는 것은 도리어 현실의 괴리감을 늘릴 뿐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힘든데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돼”라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짓이었나 새삼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부정적인 감정과 사고의 발산도 삶의 중요한 부분임을 잊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많은 빚을 떠안고 속수무책인 상황에 빠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속수무책인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파산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에게 무시당하고, 체면과 신용이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가정이 붕괴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혼해도 좋고, 가출해도 좋으니,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이너스의 용기, 잃어버리는 것의 용기, 혹은 버리는 것의 용기. 현실을 직시한 궁극의 마이너스 사고에서 진정한 플러스 사고가 나오는 것입니다.

현실을 직시한 궁극의 마이너스 사고에서 진정한 플러스 사고가 나오는 것이라는 말에서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큰 위안을 받는다. 실제로 기쁨을 느끼고 생기발랄하게 웃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말 슬퍼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도 면역계 세포의 움직임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크게 기뻐하고 깊이 슬퍼하는 것입니다. 크게 웃고 크게 울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감정의 자유로운 진폭인 것입니다. 깊이 절망하는 인간만이 희망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지독하게 고민하고 지독하게 번민하는 인간만이 진정한 확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잘되면 제 탓, 안되면 조상 탓

사람의 습성은 우습게도 힘들 때는 지독한 세상을 원망하다가 일이 잘 풀리면 자신이 모든 역경을 다 이겨내고 이룩한 것이라 의기양양해한다. 이런 얕은 마음에 대해서도 이츠키 히로유키는 조용히 꾸짖는다.

자기 혼자 힘으로 했다는 생각은 얕은 생각으로, 그 밖의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내 운명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이츠키 히로유키 또한 ‘괴로움과 불안에 가득 찬 일상’에 내몰렸을 때 일본 불교의 승려 3인에게 ‘심하게 우울해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고비에서 스스로 지탱하고 일종의 여유마저 느끼게 해주는 힘’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 3인의 승려가 설파하는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타력(他力)이다.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나 이외의 타자가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커다란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흐르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타력본원의 진짜 의미는 결코 단순히 ‘네가 하는 대로 내맡김’, ‘무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언급한다. 타력본원은 위기에 직면한 인간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힘으로 종파를 초월하여 모든 현대인의 마음에 작용하는 격렬하고 큰 힘이라고 말한다.

타력에 대해 설명할 때 저는 종종 나룻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엔진이 달려 있지 않은 나룻배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상태에서는 달릴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산들바람조차 불지 않는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룻배 위에서 아무리 애써봤자 헛수고입니다. 타력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실 우리의 일상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왔을 때 나룻배의 돛을 내리고 앉아서 졸고 있다면 달릴 기회도 놓치게 됩니다. 따라서 바람이 불지 않는 상태가 아무리 계속돼도 꾹 참으며 주의 깊게 바람이 불 낌새를 기다리고, 하늘을 살피고, 또 바람을 기다리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 진인사즉천명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 또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불가사의한 힘, 그것이 바로 ‘타력’의 작용의 본질일 것입니다.

저는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진인사즉천명’이라는 식으로 임의대로 읽고 있습니다. ‘천명’을 ‘타력’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결의하고 그것을 완수한다. 그것이야말로 ‘타력’의 후원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제가 ‘자력’에 얽매이는 것이 우습게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이츠키 히로유키의 글이 큰 울림으로 와 닿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인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 또한 ‘왜 나만 이럴까’ 하는 생각에 자신의 불운과 불우함을 한탄하면서 20대를 보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일단은 살아왔고 바로 그 불가사의한 힘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타력’이라는 감각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녹록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겪은 위기와 고민들이 고승들이 전하는 삶의 지혜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에, 과장되거나 현실감 없는 뻔한 조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외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100장에 걸친 고승들의 삶의 지혜와 이츠키 히로유키의 인생에 대한 통찰이 녹아든 문장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힘든 와중에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식여행 / 312쪽 / 1만 3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2012-06-29 / 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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