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분야 교수로 있는 아들, ‘건강원’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 남편이 모두 맡은 일을 잘 해내었으면 합니다. 이 같은 바람을 소원지에 담았어요.”
남편의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만불사를 찾은 이길자(62) 불자는 불사접수처에서 소원지를 작성했다. 그녀는 소원지에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아들의 일이 올해도 부처님의 가피로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아들이 숙명여대 음대 교수로 발탁됐을 때 저를 포함한 가족들은 무척 좋아했어요. 책임 있게 잘 해나가야 하는 직업이라 아들도 무척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족들의 기대도 크고, 자신에게 배우는 학생들의 바람도 큰 만큼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업을 확장한 남편도 올해 부처님의 가피로 큰 탈 없이 원만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지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불성(佛性)을 찾아가는 종교가 바로 불교”라고 말하는 이길자 불자는 자신의 바람이 ‘조금은 과욕이지 않나’하고 생각하면서도 부모로서, 한 사람의 부인으로서 그것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원지에 막연히 ‘아들이 잘되게 해 주세요’라고 적기보다는 ‘책임감을 갖고 소신 있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적는다. 또 남편의 사업과 관련해서도 ‘번창’이라는 단어보다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처님 전에 기원한다.
“부처님은 자신 스스로의 마음을 믿고 그것에 의지할 수 있는 삶의 길을 먼저 보여주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불교를 공부하는 한 사람의 불자로서 이러한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도록 노력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여기 만불사의 수많은 부처님 앞에서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그녀는 작지만 가족들과 자신의 바람, 그리고 다짐을 담은 소원지를 인등대탑 앞에 조성된 띠별 소원지함에 넣었다. 그리고 그곳에 모셔진 관세음보살을 향해 합장반배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길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