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가 칠십하고도 다섯이지만, 아직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이라고 생각해요. 늙었다고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 움직이려면 누가 뭐라고 해도 건강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소원지에 건강하게 해 달라고 적었어요.”
만불보전 앞에 마련된 불사접수처에서 소원지 불사에 동참하던 이상기(75) 불자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짤막한 말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 ‘건강’이라는 단어를 소원지에 적지는 않았다.
“저만 건강하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보다 오히려 자식들과 손주, 손녀들이 더 건강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족들이 두루 평안하고 건강하게 해 달라고 ‘가족 건강’이라고 적었어요.”
이동 통신과 관련한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사업이 번창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소원지에 적었다.
“나이 들어서 일이 없으면 일찍 늙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나마 저는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건강을 유지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있는 사업도 올해 잘되었으면 해요.”
한국전쟁 당시 보병장교로 활동하던 이상기 불자는 한국전쟁의 일대 반환점이 되었던 인천상륙 작전에 참가했다. 그리고 현재 만불사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에서 많은 학생들이 전쟁으로 죽어가야만 했던 사연도 들려줬다.
“만불사는 10여 년 넘게 다녔어요. 하지만 만불사가 창건되기 훨씬 전부터 이곳을 알고 있어요. 한국전쟁 때 이곳에 왔었거든요. 참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죽었는데…. 구천을 떠돌던 영가들이 부처님 품에서 극락왕생 할 것이라 믿습니다. 만불사에 울리는 스님의 열불 소리가 바로 죽은 영혼의 한(恨)을 풀어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상기 불자는 만불사에 오면 만불보전을 시작으로 영천대불, 극락도량 5지역을 반드시 참배한다고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그 코스가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동선일 뿐 아니라 만불사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와불을 친견하고 다시 산책로를 이용해 대웅전까지 참배하려고 해요. 만불사 구석구석을 참배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