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길 바랄 뿐이죠. 이제 자녀들도 모두 장성해 딸은 벌써 결혼을 했고, 모두 제 할 일들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느니 별다른 소원은 없어요. 다만 병고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길 바래요. 그러고 보니 가장 큰 소원이 되겠네요.”
만불보전 앞에 마련된 기와접수처에서 기와에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적어나가는 이정순불자(55)의 손길에는 가족에 대한 진한사랑이 담겨있다. 산사음악회도 보고, 소원도 빌려고 멀리 경기도에서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이 불자는 기와에 가족들의 이름을 적어놓고는 마냥 흐뭇해한다.
“얼마 전에 딸이 결혼을 했어요. 아들녀석도 하나 있긴 하지만 딸을 시집 보내고 나니 그 허전함이 너무 크더라고요.”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겠지만, 친구처럼 지내온 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시집 간 딸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더욱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처음 만불산에 왔을 때, 만불산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이 ‘다른 사찰과 참 다르구나’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 계속 오가다 보니 그 화려한 멋이 더욱 눈길을 끌고, 발길을 끄는 것 같아요.” 만불산에 들릴때면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한다는 이 불자는 만불산의 웅장하고 포근한 모습에 마음의 위안을 받고 돌아간다고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모든 것이 변해가듯이 사찰의 모습도 현대인에 맞게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만불사의 웅장한 면모가 현대적인거 같단다.
“기와불사 마치면 가족들 인등도 찾아봐야 하고, 산사음악회도 관람해야 하고….”기와 불사를 마친 이 보살은 함께 온 보살님들과 저녁공양을 하기 위해 만발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