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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살 때는
온몸으로 살고,
죽을 때는
온몸으로 죽어라!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경허 그리고 세 명의 수법제자 수월, 혜월, 만공…
그들이 남긴 법훈과 선화는 오늘, 우리를 향한 일갈이었다!

위대한 인간 부처
구한말 한국 불교의 중흥조 경허 선사와 세 수법제자가
어둠의 시대를 가르며 토해내는 영혼의 사자후, 할!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최인호 장편소설 《할》

1990년대 초, 이미 가톨릭 신자였던 소설가 최인호는 불가의 가르침에 감화하여 구한말 선승들의 흔적을 찾아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녔다. 그 첫 번째 대상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깨달음과 가르침으로 근대 불교의 선풍을 일으켰던 경허 선사였다. 천주교에 귀의한 뒤 깨달음의 길을 찾아 나섰던 최인호에게 불교의 선승들, 특히 경허 선사가 지나간 발자취는 선명한 구도의 이정표가 되었다.

전 매스컴과 독자들의 격찬을 받으며 15년간 150만 부를 돌파한 스테디셀러 《길 없는 길》을 통해 불교의 요체를 드러냈던 최인호는 경허 선사 열반 100주년이었던 2012년, 경허 선사와 그의 세 수법제자들과 맺었던 인연의 고리를 다시 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3년, 《길 없는 길》에서 경허와 세 수법제자의 이야기만 따로 뽑아 재구성해 세상에 내놓는다. 길 없는 길을 걸었던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장편소설 《할》이다. 또한 책 말미에 부록, 경허, 수월, 혜월, 만공의 흔적들을 다큐 형식으로 사진으로 담아놓음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선승들의 소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선 말기 국운이 스러져가던 시대에 때로는 사자후와 같은 일갈로, 때로는 오묘한 이치를 담은 설법으로, 또 때로는 경악할 경지의 파행과 기행으로 세속의 부조리를 꾸짖던 경허 선사. 그는 꺼져가는 불법의 불씨를 되살려 낸 우리나라 근대 불교의 선구이자 위대한 자유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수법제자인 ‘세 개의 달’ 수월, 혜월, 만공은 우리나라 근대 불교 중흥을 이끈 찬란한 불법의 꽃봉오리다. 최인호의 《할》은 이들 위대한 자유인들의 여러 일화와 법문을 좇아 길 없는 길의 여정을 떠난다.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 할!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위대한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 자신 앞에 놓인 맑은 거울 을 비춰보는 일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걸어온 길, 일상의 관습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화두를 받아드는 일일 것이다. 그들은 묻는다.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본디 ‘할喝’은 사찰과 선원에서 학인을 꾸짖거나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없는 도리를 나타내 보일 때 내뱉는 소리를 이른다. 법기와 수련이 높은 승려가 토해내는 ‘할’에는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사자후와 같은 기운이 서려 있다. 그것은 그 어떤 소리보다 큰 침묵의 소리, 모든 분별과 욕망과 번뇌를 일거에 불태워 버리는 자각의 번갯불,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침묵의 함성이다.

《할》의 이야기는 경허의 기행으로부터 시작한다. 경허는 겨울날 길가에 쓰러져 죽어가던 여인 한 명을 자신이 머물던 해인사의 조실로 데리고 온다. 이후 경허와 여인은 조실에 틀어박힌 채 며칠 동안 두문불출한다. 당시 경허를 보필하던 만공(경허의 막내 수법제자)은 스승의 기행이 사내 대중들의 입에 오를까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조실에 들어선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한센병이 들어 온몸이 썩어 문드러진 여인을 스승 경허가 품에 안고 있었던 것이다. 썩어가는 육신은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훗날 이때를 회상하며 만공은 말했다.

“나도 경허 스님처럼 이 여인을 데리고 하룻밤만이라도 잠잘 수 있을까 생각했다. 도저히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나는 몹시 부끄러워졌으며 스승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최인호 장편소설 《할》에는 말년 경허가 보였던 기행으로 시작하여 그의 수법제자인 수월, 혜월, 만공이 보인 선화와 그들이 남긴 법훈을 하나하나 좇아가고 있다. 세속뿐만 아니라 불가에조차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철저히 사라졌던 수월, 이 세상에 거짓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천진불 혜월, 일제에 의해 국운이 스러져 가고 불심이 퇴색해 가는 현실 앞에서 대중들을 깨우쳤던 만공. 그들이 남긴,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범접하기 힘든 깨달음의 경지와 사자후 같은 일갈은 세속의 욕망으로 흐릿해진 정신을 번쩍 일깨우는 꾸짖음이자 가르침이다.

왜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한없이 어두웠던 절망의 시대, 구한말. 어둠을 꿰뚫는 진리의 불꽃으로, 또 자비의 은은한 달빛으로 길 없는 길을 걸어간 경허 선사와 세 명의 수법제자, 수월과 혜월, 그리고 만공. 이들이 남긴 법훈과 선화들은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큰 울림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기억하게 하는가. 왜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우리 마음속 한구석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그들이 불쑥 깨어나 “할!” 소리를 내지르면 바짝 얼어버릴 것 같은 이 초조함은 또 무엇 때문인가.

한국 현대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이 시대의 대가, 최인호. 그가 혼을 지펴 완성한《할》은 어두운 한 시대를 관통하며 진리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갔고 지금도 먼 길을 가고 있는 이들 ‘깨달은 자’들의 이야기이다. 최인호의 깊고 그윽한 필치가 그려 내는 영혼의 아찔한 깊이, 그 깊이의 중심에서 울려오는 침묵의 일갈은 그대로 차고 맑은 죽비가 되어 우리의 잠들어 있는 영혼을 내려칠 것이다.

여백 / 342쪽 / 1만 3000원

출처 : 출판사 책 소개

2013-06-03 / 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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