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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화선연구총서 첫 권…국제학술대회 성과 정리 [문화] 글자크게글자작게

 

제1, 2회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성과를 정리하여 ‘간화선연구총서’의 첫 번째 도서로 『간화선 수행과 한국선』 (동국대학교출판부)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에서는 현대의 한국 간화선을 이끌고 계시는 종정 진제대선사, 고우대종사, 혜국큰스님, 수불큰스님 등 이 시대 최고 선지식들의 법문을 수록하였다. 선지식들의 법문은 ‘간화선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것으로 비록 구어적인 색채가 농후하지만 간화선을 이해하고 수행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2부에서는 ‘간화선의 원리와 구조’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간화선이 가진 내적인 구조와 이론적 기반, 더 나아가 간화선 수행의 핵심인 3요와 인도 불교의 수행체계를 비교 논의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제3부에서는 ‘한국선에서의 간화선’이라는 주제로 중국의 간화선이 한국이라는 역사·문화적 배경 아래 어떻게 전개되었고, 또한 진행되고 있는가를 고찰한 내용이다. 두 번의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 중 이 책에 포함시키지 못한 나머지 글들은 곧이어 다른 주제로 정리해 출간할 예정이다.

간화선 수행이란?

간화선 수행은 ‘화두(話頭)’에 ‘의정(疑情)’을 내어 ‘화두’의 본질을 깨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어쩌면 어렵지 않은 방편을 지향하지만, 그것이 가진 사상과 의미를 보편적인 언어와 내용으로 연구하고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문화와 사상이 융합·혼재하는 사회에서 간화선이라는 주제는 지난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간화선국제학술대회’에 여러 나라의 학자들이 참여하여, 각자가 연구한 내용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며 가치 있는 일이다.

간화선의 수행과 사상을 탐색하는 일은 한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정신, 그리고 미래 사회의 실천을 담보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언어문자’를 초월한 진리 당체를 ‘언어문자’로 표현하고 고민하여 우리의 마음을 보살피고 이끌어 준 수많은 선지식들에 대한 보답이며, 그 정신의 계승일 뿐만 아니라 보다 직접적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과 생존의 문제이기에 중요하다. 한마디로 간화선 수행은 존재의 근원인 ‘마음’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이 우리에게 남기고 있는 ‘마음’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성찰, 즉 현대 문명이 나아갈 길의 모색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공통의 과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간화선 수행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간화선의 유래와 한국선

인도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발원한 불교는 각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점차 그 지역에 맞게 변용되기 시작했다. 그 변용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지고무상의 진리의 내용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와 습속에 맞는 다양한 형식에 있어서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불교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는 중국 불교는 그 변용에 있어서 세계문화사에 남을 독특함과 뛰어남을 보였다. 흔히 중국 불교를 종파 불교라고 칭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서역으로부터 전해 온 불교를 자신들의 습속에 맞추어 삼론종과 천태, 화엄, 밀교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종파를 형성했다. 그 가운데 특히 선종은 중국인들의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성향에 맞게 불교의 가르침을 그대로 현실에 투영하여 ‘거기 있는’ 이론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실천으로 재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선종의 전개는 철저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실 속에서 수행하는 여래선으로부터 점차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라는 활발무애한 조사선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듯이 그러한 활발한 조사선도 유학을 중시하는 송대에 이르러서는 쇠퇴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다시 선종을 부흥시키고자 출현한 것이 바로 묵조선과 간화선이라고 하겠다. 그 가운데 간화선이란 이를 제창한 대혜선사의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딛고 일어나라.”라는 말과 같이 다시 조사선을 부흥시키기 위하여 조사선의 ‘황금시대’에 형성된 수많은 공안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을 ‘화두’로 삼아 참구하여 궁극적인 선리(禪理)를 깨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깨우치는 데 운용했던 방법들을 계승하여, 더 직접적으로 조사선에서 사용하는 깨우침의 과정을 함축했다고 할 수 있다.

목포대학교 사학과 교수 최연식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12세기 후반에 활동한 보조지눌이 대혜종고(大慧宗?)의 간화선을 선양한 이후 고려의 선승들은 간화선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13세기 말 원나라 선종 간화선사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면서 간화선은 불교계의 중요한 흐름으로 대두되었다고 한다. 특히 14세기 후반에 백운경한, 태고보우, 나옹혜근 등 ‘여말삼사(麗末三師)’로 일컬어지는 걸출한 간화선사들의 활약을 계기로 간화선은 불교계의 주류적 흐름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 한국의 불교계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려 후기 특히 13세기 말 이후, 간화선의 전개 과정은 현재 한국 불교의 기본적 성격이 형성되는 중요한 역사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고려 후기 간화선의 전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는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순수한 간화선에서 찾으면서 보조지눌의 선사상을 미흡한 것으로 평가한 퇴옹성철의 주장이 간화선에 대한 많은 관심을 촉발시켰고, 이로 인하여 간화선의 성격과 본질 그리고 한국 불교에서의 간화선 수용과 전개 과정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던 것이다.

동국대출판부 / 366쪽 / 1만 8000원

출처 : 출판사 서평

2012-07-05 / 3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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